[기자수첩] 규정 위반하고 오리발 내민 공영쇼핑

냉동육 팔면서 생오리라 표현...소비자·오리농가 피해에도 어설픈 해명

기자수첩입력 :2020/09/24 16:52    수정: 2020/09/24 17:01

올해 꼭 흑자를 내겠다고 선언한 공영쇼핑이 수익에만 집중한 탓인지 방송 심의 규정을 자주 어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상품 판매 방송에서도 어이없는 규정 위반을 연달아 하며 공공기관의 체면을 구기고 있다.

대표적으로 오리고기 판매 방송을 꼽을 수 있다. 공영쇼핑은 지난 7월 9일 오리 로스팩을 판매하며 냉동된 식품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얼리지 않은 국내산 생오리'라고 표현해 문제가 됐다. 냉장 상태인 생고기가 그대로 가정에 배송되는 줄 알았던 소비자는 냉동된 상품에 실망 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해 해당 내용이 심의 안건으로 상정됐다.

22일 공영쇼핑 측은 방심위에 출석해 해당 판매 방송에 대해 해명 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공영쇼핑 관계자는 ▲가열하거나 양념하지 않은 포장육을 생고기라고 생각했고 ▲'한 번도 얼리지 않은 생오리로 만든 상품'이라는 것을 강조하려 했으나, 글자 수가 많아 자막에 다 담기 어려워 '한 번도 얼리지 않은 국내산 생오리'라고 쓸 수밖에 없었다는 변명을 했다.

공영쇼핑 방송화면

하나하나 따져보자. '생고기'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말리거나 익히는 등 가공되지 않은 원형 그대로의 고기나 얼리지 않은 고기'라고 쓰여 있었다.

공영쇼핑이 주장하는 포장육은 '판매를 목적으로 식육을 절단해 포장한 것'을 말하지, 어디에도 생고기라는 뜻은 찾을 수 없었다. 

또한 자막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줄여썼다는 해명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방송에서 쇼호스트가 “이거는 정육이잖아요. 아우, 생이잖아요, 생.(신선해요.)그래서 요 색택을 좀 보셔야 해요”, “19팩 모든 게 이런 상태로, 이렇게 색택 좋게 신선하게 생오리만을 사용해서 갑니다”라고 표현하며 냉장육 제품인 것처럼 소비자를 혼란케 했기 때문이다. 

쇼호스트가 방송 중에 해동된 상품을 조리하며 소비자에게 생오리라는 표현을 계속 사용하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얼리지 않은 고기가 배송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해당 제품의 포장지에는 냉동제품이라고 버젓이 쓰여 있으며, -18도 이하 냉동보관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소비자를 오인케 한 게 아닌, 속인 것이나 다름 없다. 

방송을 심의하는 방심위원들은 바보가 아니다. 그들은 2년 넘게 방심위에서 무수히 많은 안건을 보고 들으며 제재 수위를 결정해왔다. 비록 고의가 아니었다고 해도, 해명은 솔직하고 제대로 해야 한다. 공영쇼핑의 지난 의견진술은 소비자들에게도 실망감을 안겨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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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관련 산업 종사자들은 이번 제재로 오리고기에 안 좋은 인상이 심어질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외식이 줄어들어 오리고기 판매가 어려운데, 제재 여파가 오리 산업에게도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한 우려다. 

오리고기는 잘못이 없다. 잘못을 했는데 오리발을 내민 공영쇼핑이 잘못이다. 공영쇼핑은 올해를 흑자 원년의 해로 삼기 전에 심의 시스템부터 고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