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성의 溫技] 존경하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님께

비대면 바우처 확대 제안

데스크 칼럼입력 :2020/09/22 16:59    수정: 2020/10/05 13:22

존경하는 장관님!

황금들판으로 쏟아지는 가을볕이 너무도 평화로운데 안녕하시냐는 안부조차 허락되지 않을 만큼 시절이 스산합니다. 모쪼록 코로나19를 하루속히 종식해 국민 모두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빕니다.

장관님 소식은 뉴스를 통해 잘 접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렇게 펜을 든 것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고 있는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사업’과 관련해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기 때문입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 사업은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알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집단 대면 근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벤처기업이 재택·원격근무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주자는 취지이지요. 그동안 비용 탓에 재택·원격근무 솔루션 도입을 머뭇거리는 기업들에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게 핵심입니다.

어려운 시기에 중소벤처기업과 IT 솔루션 기업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믿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이 사업이 꼭 필요하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특히 이 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하신 것에 대해 경의를 표합니다.

존경하는 장관님!

그런데, 이 사업은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의미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사업을 범정부 차원으로 확대하고 내용을 심화한다면, 우리 사회의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인 솔루션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제안 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사업의 목표를 ‘중소벤처기업 경쟁력 강화’에서 ‘노동의 미래지향적 재편’으로 확대하면 어떨까요. 다시 말해, 재택·원격근무 솔루션 구축 지원 사업에 그치지 말고 일자리로서의 재택·원격 노동을 적극 창출하는 사업으로 확대하자는 거지요. 당연히 범정부 사업으로 키워야 가능한 일이겠죠.

존경하는 장관님!

이런 일을 한 번 상상해보시기 바랍니다. 네이버나 카카오 직원이 본사가 있는 분당과 판교 인근에 살지 않고 부산이나 청주 혹은 목포나 원주에 거주하면서도 일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또 그런 기업이 많이 늘어난다면요. 지금과 같은 ‘집약적인 노동 공간’이 해체될 게 분명한 일이지 않겠습니까.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집약적인 노동 공간’이 재택·원격 노동에 의해 전국으로 분산된다면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수도권 밀집으로 인한 많은 문제, 예를 들어 주거 교통난 환경 등의 문제가 크게 개선되지 않을까요. 그뿐이 아니라 지방 인구가 늘어나면서 지방균형발전에도 커다란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존경하는 장관님!

그렇습니다. 재택·원격근무 솔루션은 단지 기술로 끝나서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수요 기업들이 솔루션은 구축해놓고 일은 예전과 같이 집약 노동으로 한다면 이번 사업은 ‘단지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장관님!

우리는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중 가장 큰 깨달음은 인간의 노동이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로 나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사실 이런 노동의 분화는 이미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코로나19 이전에는 실감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이제는 많은 사람이 알게 됐습니다.

전염병 위기에도 중단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거리와 중단되어야만 하는 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전자(前者)는 여전히 생계유지가 가능하고, 후자(後者)는 생계가 위협받는다는 사실도요. 전자의 노동을 많이 보유한 기업은 오히려 더 성장하고, 후자의 노동을 많이 갖는 사업은 늘 위험하다는 것도 말이지요.

존경하는 장관님!

거듭 말씀드리지만 재택·원격 노동은 코로나19에 따른 임시대책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노동 재편 대책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사업’은 그 점에서 솔루션 구축 비용 지원에 그치지 말고 구조적이고 영구적인 재택·원격 노동 창출 기업과 그 노동자에 대한 바우처 사업으로 범정부 차원에서 확대될 필요가 아주 크다는 것입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우리 사회에는 이미 재택·원격 노동이 가능한 업무가 상당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런 업무를 구조적이고 영구적인 재택·원격 노동으로 전환할 수 있는 유도정책이 필요하다 할 것입니다.

특히 재택·원격 노동을 적극 발굴해 소재지를 크게 벗어난 지역에서 인재를 뽑는 기업을 적극 장려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지방자치단체도 이런 기업을 물심양면으로 응원해야 할 것입니다. 지방에서 대학을 나온 사람이 여전히 그 지역에서 살며 다른 지역에 존재하는 기업에 취업할 수 있다면 지자체로서는 그보다 좋을 일이 없을 겁니다. 재택·원격 노동만이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건 이룰 수 없는 꿈이 아닙니다.

그게 바로 미래 일자리 정책의 핵심 가운데 하나입니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노동자 단체가 집중적으로 연구해야 할 과젭니다.

물론 모든 일이 재택·원격 노동으로 대체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면 집약 노동도 불가피할 것입니다. 그에 대한 대책은 별도로 필요할 것입니다. 그 점은 이 편지에서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다만 이 편지에선 재택·원격 노동의 사회적 총량이 각국 미래경쟁력의 원천이 될 것이라는 점만 강조하고 싶습니다.

존경하는 장관님!

기왕 재택·원격업무에 대한 바우처 사업에 첫발을 떼신 만큼 장관님께서 각료 회의나 당정 회의 등을 통해 이를 노동의 미래지향적 재편 문제로 확대하는데 앞장서신다면 나라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제안 드리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장관님!

바쁘신데 방해나 한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모쪼록 코로나19에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이만 줄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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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22일

지디넷코리아 이균성 기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