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정기국회, 금융 법안 향방에 촉각

국회, 100일간 대장정 돌입…쟁점법안 공방 예고

금융입력 :2020/09/01 17:42    수정: 2020/09/01 17:43

21대 국회가 100일간의 첫 정기국회 일정에 돌입하자 금융권 전반이 정치권으로 시선을 모으고 있다. '삼성생명법'을 비롯한 각종 금융 관련 쟁점 법안을 놓고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특히 176석에 법제사법위원장 자리까지 확보한 여당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가운데, 장기간 표류하던 금융업 숙원 법안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1일 국회는 이날 오후 정기국회 개회식을 시작으로 100일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7~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 14~17일 대정부질문을 거쳐 10월5일부터 3주간 국정감사를 실시하며, 10월24일 본회의를 통해 각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된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사진=뉴스1)

이번 정기국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입법에 초점이 맞춰지겠지만, 이를 뒷받침 할 금융업권도 현안을 쌓아두고 있는 만큼 곳곳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재부상한 '삼성생명법'…이번엔 국회 넘을까?


금융권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올해도 쟁점으로 부상한 '보험업법 개정안', 이른바 '삼성생명법'이 국회를 통과할지 여부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이용우 의원 등이 발의한 이 법안은 보험회사의 계열사 채권과 주식 보유한도 산정 시 그 기준을 취득원가가 아닌 공정가액(시가)으로 변경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행 보험업법에선 보험사가 계열사 채권·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를 총자산의 3%로 제한하는데, 이를 취득원가로 계산함으로써 각종 리스크에 노출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처음 등장한 법안은 아니다. 19대와 20대 국회에서도 연이어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었다. 그러나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것은 삼성생명과 같은 특정 기업을 겨냥한 것이라며 야당이 강하게 반발한 탓이다.

실제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보통주 약 5억815만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보험업법이 개정되면 그 중 상당량을 처분해야 하는 처지다. 대부분 1980년 이전에 취득해 원가는 5천400억원에 불과하나, 시가로 치면 28조5천억원을 웃돌기 때문이다. 회사 총자산의 약 9%에 해당한다.

일각에선 법안 통과 시 삼성생명이 약 20조원 어치의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증권시장에선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는 모양새다. 해당 법안이 화두로 떠오르자 배당에 대한 기대감에 삼성생명의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생명 측은 이로 인해 삼성전자라는 안정적인 투자처를 잃을 수 있고 그룹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21대 국회에서도 '삼성생명법'을 둘러싼 여야의 설전이 되풀이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한화 등 복합금융그룹도 감독 대상 포함되나?


삼성과 한화, 현대자동차 등 복합금융그룹을 염두에 둔 '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도 20대에 이어 21대 국회에서 다시 심판대에 오른다.

금융위원회가 입법예고를 거쳐 국회에 제출한 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은 금융자산 5조원 이상의 복합금융그룹 중 금융지주와 국책은행 등을 뺀 금융그룹을 감독 대상으로 한다는 내용이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한화, 미래에셋, 교보, DB 등 6개 금융그룹이 여기에 포함된다.

법안이 개정되면 각 금융그룹은 대표회사를 중심으로 그룹 위험관리 정책을 만들고 내부통제 관리 기구를 운영해야 한다. 이어 내부거래위험집중이 그룹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 자본을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

아울러 금융그룹 대표회사는 자본적정성 현황과 위험요인 등을 금융위에 보고해야 하며, 결과가 일정 기준에 미달할 경우 금융위는 경영개선계획 제출 명령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이는 지주사가 아닌 금융그룹의 건전성 관리를 독려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이다. 이들이 금융지주 형태의 금융그룹과 달리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에서는 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이 21대 국회에선 무난히 처리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비지주 금융그룹 감독 근거를 마련하라고 권고했고, 미국·유럽·호주·일본 등에서도 같은 제도를 운영 중이라 쉽게 타협점을 찾을 것이란 진단에서다.

다만 해당 법안이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과 함께 ‘공정경제 3법’으로 묶여있다는 점은 변수다.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야당이 이들 법안 모두에 반대하고 나선다면 통과까지 난항을 빚을 수도 있다.


실손보험 청구 간편해질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은 비교적 전망이 밝은 법안에 속한다. 이미 여여가 비슷한 법안을 내놓으며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통과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창현 미래통합당 의원 등이 발의한 이 법안은 보험사가 실손의료보험의 보험금 청구 전산시스템을 구축·운영하거나 이를 전문 중계기관에게 위탁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핵심이다. 소비자가 병원과 약국 등 요양기관에 의료비 증명서류를 자동으로 보험사에 전송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는 근거도 담겼다.

이는 실손보험이 보편화되면서 보험금 청구가 빈번해졌으나, 번거롭고 복잡한 절차로 상당수가 보험금을 포기하고 있다는 공통된 진단에서 비롯됐다. 개정안이 처리되면 소비자는 서류 증빙과정 없이도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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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보험금 청구 건을 간소화하고 장기적으로는 데이터를 쌓아 보험료에 반영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물론 의료계의 반발 가능성은 여전한 부담이다. 이들은 보험사가 환자의 질병 정보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의료기관이 보험사에 의무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