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가 첫 번째 국정감사 준비 작업에 착수하면서 삼성생명으로 시선이 모이고 있다. 삼성 금융계열사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를 제한하는 이른바 '삼성생명법'을 놓고 정무위원회가 공방을 예고한 만큼 전영묵 대표 등 삼성생명 경영진을 불러 의견을 물을 가능성이 제기된 때문이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오는 10월5일부터 24일까지 21대 국회 국정감사를 치르기로 합의했다.
이에 각 의원실은 대상 기관에 자료를 요청하는 등 감사 준비에 돌입했고, 조만간 여야 간사도 모여 일반 증인 명단을 조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업계의 관심사는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가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낼지 여부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이용우 의원 등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놓고 외부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모양새라, 정무위가 전 대표의 출석을 요청할 공산이 커서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회사의 계열사 채권과 주식 보유한도 산정 시 그 기준을 취득원가가 아닌 공정가액(시가)으로 변경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행 보험업법에선 보험사가 계열사 채권과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를 총자산의 3%로 제한하는 데, 이를 취득원가로 계산함으로써 각종 리스크에 노출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현재 개정안은 수석전문위원 검토를 거쳐 정무위 전체회의 회부됐으며, 다음달 정기국회 개원과 함께 논의될 전망이다.
특히 개정안 발의에 유독 삼성생명이 주목을 받는 덴 그만한 이유가 있다. 통과 시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곳이 바로 이 회사이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2분기말 기준 지분 8.51%(보통주 약 5억815만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보험업법이 개정되면 그 중 상당량을 처분해야 하는 처지다. 대부분 1980년 이전에 취득해 원가는 5천400억원에 불과하나, 시가로 치면 28조5천억원을 웃돌아서다. 회사 총자산 317조원의 약 9%에 해당하는 규모다.
삼성생명의 주가가 최근 요동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7월까지만 해도 4만원대 중반이던 이 회사의 주식은 현재 6만원선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달 10일부터 13일까진 46%나 오르기도 했다. 이는 삼성전자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배당에 쓸 것이란 기대감이 투자자 사이에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란 게 증권가의 진단이다.
물론 개정안의 통과 여부는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야당이 특정 기업을 겨냥한 법안이라며 반발하고 있고, 업계 역시 보험업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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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정무위도 본격적으로 개정을 논의하기 전에 국감장에서 당사자인 삼성생명 측 입장을 수렴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역시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하며 삼성생명의 자발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비친 바 있다.
국회 정무위 소속 한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어떤 인물을 증인 명단에 포함시킬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예년처럼 각 의원실의 의견을 취합한 뒤 여야 간사가 논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