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가시방석에 앉았다. 21대 국회가 개원하자 여당이 삼성생명을 겨냥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다시 꺼내들며 치열한 공방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19일 국회에 따르면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보험회사의 계열사 채권과 주식 한도를 산정할 때 그 기준을 취득원가가 아닌 공정가액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모든 회계처리를 공정가액, 즉 '시가'로 평가하도록 했으나. 보험사만 이를 취득원가로 계산해 형평성 시비가 일고 있다는 게 이용우 의원 측 설명이다.
현행 보험업법에선 보험사가 계열사 채권과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를 자기자본의 60%로 제한하고 있다. 만일 자기자본의 60%가 총자산의 3%보다 크면 투자한도를 3%로 규정한다.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적시에 지급할 수 있도록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라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보험사가 이를 산정할 때 분모인 총자산은 공정가액을, 분자인 계열사 채권과 주식 합계액은 취득원가를 각각 기준으로 한다는 점이 그간의 논쟁거리였다.
이용우 의원은 "지금 기준으로는 보험회사가 특정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해도 문제가 없어 포트폴리오 집중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서 "시가와 평가액의 괴리로 소비자에게 위험이 전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보험업권 개정안이 사실상 삼성생명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이 회사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돼서다. 개정안에 '삼성생명법'이란 별칭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1분기말 기준으로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약 5억815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 1980년 이전에 취득한 주식이라 원가는 5천400억원에 불과하나, 시가로 따지면 그 규모는 26조8천800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이 회사의 총자산이 약 309조원이었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그 중 8.5% 정도를 삼성전자에 투자한 셈이다.
따라서 개정안이 국회를 넘으면 삼성생명은 약 20조원 어치의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경우 삼성생명에서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그룹의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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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개정안이 처리될지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 20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야당 측이 특정 기업을 노린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탓이다. 업계 역시 보험업 특성상 장기투자가 주를 이루는 만큼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76석을 차지한 가운데 법제사법위원장(윤호중 의원) 자리까지 확보해, 앞선 국회와는 다른 분위기가 연출될 것이란 관측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