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환의 EV세상] 수소전기차 오너의 일상이 된 "충전불가” 메시지

전국적 수소충전소 고장 사태 지속, 정부 해결 방안 없어

카테크입력 :2020/08/20 14:21

대한민국 수소충전소가 여전히 고장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 넥쏘 카페와 수소전기차 오너들을 위한 단체 카카오톡 방에는 수소충전소 고장 안내 메시지가 실시간으로 공유되지만, 정부는 더 이상의 고장 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울산에 거주하는 한 넥쏘 수소전기차 오너는 20일 언양수소충전소의 운영 상황이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유했다. 충전기의 칠러 이상으로 충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다. 특히 언양수소충전소는 고속도로 휴게소 내에 위치해있어 주행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해달라는 당부 문자도 보냈다.

비슷한 시간에는 울산 경동 수소충전소에는 충전소 압이 제대로 차오르지 않아, 제대로 된 충전을 할 수 없다는 소식이 넥쏘 카페에 올라왔다. 오픈한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은 정부세종청사 충전소도 충전소의 압이 차지 않아 수십대 차량이 오래 대기하는 불편을 겪었다.

같은 날에는 인천 논현 수소충전소에도 고장소식이 올라왔다. 해당 소식을 올린 넥쏘 수소전기차 오너는 어디 갈수도 없는 상황이라 충전소 주변에 꼼짝없이 기다려야 한다는 심정도 밝혔다. 또 경기도 하남 만남의 광장 휴게소 내 수소충전소의 경우 압축기 문제가 발생해 영업이 일시 중단되는 현상도 났다.

하루 최대 70대 수소전기차 충전이 가능한 국회 앞 수소충전소 충전기 (사진=지디넷코리아)

19일에는 울산 옥동 수소충전소의 냉각기 고장 사태가 일어났고, 그 전날인 창원 성주 수소충전소는 날씨가 너무 더운 탓에 수소충전기 자체가 작동이 잘 안됐다.

비슷한 시기에 강원도 내 첫 수소충전소인 삼척수소충전소도 고장 사태를 겪었다. 강원도 지역 수소충전소 인프라를 관리하고 책임지는 강원테크노파크는 수소충전소 고장 원인과 방지 대책을 묻는 지디넷코리아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다.

일주일에 수십번이 넘는 수소충전소 고장 사례가 이어지면서, 수소전기차 오너들에게는 이 같은 소식이 오히려 익숙해졌다. 카페와 수소충전소 실시간 소식 덕분에 안전한 수소충전을 할 수 있게 됐다는 반응도 보인다.

하지만 수소전기차를 처음 운행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계속되는 고장이 더 큰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를 믿고 수소전기차를 구매한 사람들에게도 수소충전소 고장 소식은 충격적으로 들릴 수 있다.

수소충전소 고장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소극적이다. 최근에 발표한 정부의 그린 뉴딜 대책을 살펴보면, 현재 기준 40여개에 불과한 수소충전소 수를 2025년까지 450개로 확대하겠다는 내용만 있을 뿐, 반복되는 수소충전소 고장 대응 방지를 위한 특단 대책은 나오고 있지 않다. 한국가스안전기술공사는 빅데이터 기반의 고장 진단 기술을 도입한 수소충전소를 확충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최근까지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수소충전기와 연결된 현대차 넥쏘 (사진=지디넷코리아)

최연우 산업부 신에너지산업과 과장은 지난달 2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0 수소모빌리티 쇼 수소포럼’에서 수소충전소 고장 문제에 대해 “수소충전소 고장이 최근 잦아지는 문제는 알고 있다”며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수소충전소 등 충전 이전 대기하는데 소요되는 시간 등을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과장은 “지난해 우리가 20개 수소충전소를 만들어 세계 최고 수준의 구축 능력을 보여줬지만, 아직 수소충전소 관련 고장 데이터 매뉴얼을 쌓아가는 단계라 불편함이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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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충전소의 관리 문제보다는 충전소 수 확보에만 전념하는 정부의 한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수소충전소 관련 전문가는 “현재의 국내 수소충전소 구조로는 당연히 한 두 번씩 고장이 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상암 수소충전소를 제외한 나머지 수소충전소는 트럭이 실어나르는 트레일러에 기반에 수소충전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트레일러 교체로 인한 장시간 대기는 수소전기차 활성화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루빨리 수소를 자체 생산해 차량 충전을 돕는 기술 확보가 절실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