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해지 미뤄졌지만”…아시아나 매각, 첩첩산중

금호-HDC현산, 면담 조율 중…재실사가 관건

금융입력 :2020/08/12 15:56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의 대면 협상이 극적으로 성사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이 매각 불발 위기에서 잠시 벗어나게 됐다. 다만 양측이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에 대한 재실사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는 모양새라 최종 결론에 이르기까지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은 현재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둘러싼 마지막 담판을 위해 면담 일정 등을 조율하고 있다. 지난 9일 HDC현대산업개발 측이 돌연 태도를 바꿔 협상 테이블로 나오겠다고 선언한 데 따른 조치다.

장소와 시간, 배석자, 안건 등을 놓고 양측이 여전히 기싸움을 벌이는 것으로 감지되나, 일단 공개적으로 약속한 만큼 이들의 면담 자체가 무산되진 않을 전망이다.

(사진=뉴스1)

이로 인해 이날로 점쳐졌던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계약 해지 통보도 사실상 미뤄졌다.

금호산업 측은 당초 11일을 계약 이행 데드라인으로 보고 이튿날부터 인수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면담 얘기가 오가는 점을 감안해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양측이 만난다고 해도 아시아나항공 매각 협상이 진전될지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12주간의 재실사를 주장하는 반면,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재실사가 필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HDC현대산업개발 측이 재실사를 요구한 것은 지난해 반기 재무제표 대비 부채와 차입금, 당기순손실이 급증했고 매수인 사전 동의 없이 자금 차입과 영구전환사채 발행이 이뤄졌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채권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기인한 것이라 계약 위반 사항이 아니며, 사전에 충분한 자료를 제공했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따라서 재실사 건에 대해 양측이 얼마나 이견을 좁히느냐가 마지막 면담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키를 쥔 쪽은 HDC현대산업개발이다. 12주 재실사를 고집한다면 협상은 그대로 끝나겠지만, 한 발 물러서 실사 기간을 단축하자고 제안한다면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 지난 3일 브리핑에서 산업은행 측은 인수 확정을 전제로 재무구조 개선 방안 등을 제한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만일 이번 협상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 체제에 놓이게 된다. 채권단과 금호산업은 매각 무산에 대비해 8천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영구채를 출자전환하고 기간산업안정기금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이른바 '플랜B'를 구상해왔다.

일각에선 극적 타결 가능성에도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2분기 별도기준으로 1천15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등 차츰 회복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대면 협상 제안이 정몽규 회장의 휴가 직후 이뤄졌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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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개로 채권단이 HDC현대산업개발의 마음을 돌리고자 금호산업을 통해 ‘당근책’을 제시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한 대출금의 만기를 연장하거나 영구채 일부를 출자전환해 이자비용을 줄여주는 게 채권단이 내놓을 만한 협상 카드가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협상의 주체는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이라 채권단은 지켜보는 상황"이라며 "논의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