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HDC현대산업개발이 주저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감안해 최대한 협조하고자 노력했으나, 더 이상 결정을 미루기 어려운 결단의 시점에 이른 게 아닌가 싶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3일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나항공 매각 문제와 관련해 이 같이 밝혔다. HDC현대산업개발 측 재실사 요구에 수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며 최후통첩을 날린 셈이다.
특히 이동걸 회장은 "거래 결렬에 대한 모든 법적인 책임은 HDC현대산업개발에 있으니 계약금 반환 소송은 없으리라 본다"며 앞으로 일어날 분쟁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아울러 "항공업의 미래를 생각할 때 이러한 불확실성을 계속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당사자인 현대산업개발과 금호산업이 마지막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진중하게 협의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 "HDC현대산업개발, 인수할 마음 있나?"
이날 산업은행 측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재실사 요구에 사실상 매각 포기 수순을 밟는 것이라며 시종일관 의구심을 표시했다. 인수에 대한 진정성도 없이 거래 종결을 지연시키려는 의도에 불과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현재 HDC현대산업개발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공문을 보내 이달 중순부터 12주간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를 재실사하자고 요구한 상태다. 인수 계약 기준이 되는 지난해 반기 재무제표 대비 부채와 차입금, 당기순손실이 급증했고 매수인 사전 동의 없이 자금 차입과 영구전환사채 발행이 이뤄졌으니 이를 살펴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금호산업이 HDC현대산업개발에 7주간 실사 기간을 줬고, 인수단도 6개월 이상 아시아나항공에서 활동했다"면서 "재무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고 필요한 부분에 적극 협조해 HDC현대산업개발이 이미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HDC현대산업개발 측에서 실사하자고 주장하는 부분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 계약 위반 사항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여러 차례 금호산업 측 자문단과 검토했으나, 재실사는 통상적인 M&A 절차에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한 요구"라면서 "인수 확정을 전제로 재무구조 개선 방안 등을 제한적으로 논의할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재실사를 수용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 "계약금 반환 소송 인정 못해"
산업은행 측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협상 결렬에 따른 모든 책임이 HDC현대산업개발 측에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상대방에게 책임을 미룸으로써 2천500억원의 계약금 반환 소송에 대비하고 있다는 관측에 대한 입장이다.
최대현 부행장은 "인수 의사가 있다면 HDC현대산업개발 측이 시장의 신뢰를 얻을 만한 방안을 제시했어야 한다"면서 "재점검이나 재실사 요구만 했을 뿐 매수자 입장에서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HDC현대산업개발 차원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위해 증자를 시도하거나, 계약금을 추가로 납입하는 등 충분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최대현 부행장은 "HDC현대산업개발과 금호산업 모두 상대방 책임을 주장하고 있어 매각 무산 시 계약금 반환 소송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의 재매각이나 정상화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적절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약속했다.
■ "협상 결렬 시 채권단 관리 체제로"
산업은행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포기할 최악의 상황을 감안해 '플랜B'를 구체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채권단 역시 협상 결렬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대현 부행장은 "수많은 M&A 사례를 봤지만 당사자와 기본적인 협의조차 안되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채권단으로서는 거래가 원만히 끝나길 바라나, HDC현대산업개발이 이렇게 나오면 무산이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매각을 추진할 때부터 매각 무산에 대비해 여러 계획을 준비해왔다"며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도록 유동성을 지원하고 영구채를 전환하는 등 경영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산업은행은 금호그룹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이끌면서 무산 시 채권단 관리 아래 새 주인을 찾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바 있다.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보유 지분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8천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출자전환하는 게 대표적이다. 영구채 출자전환 시 채권단은 36.9%의 지분을 확보해 금호산업(30.7%)을 제치고 아시아나항공의 최대 주주에 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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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최대현 부행장은 "아시아나항공은 산업법 시행령 등이 정한 기금 지원요건을 충족한다"면서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통한 유동성 공급 가능성도 시사했다.
다만 "제대로된 인수 주체가 아시아나항공을 관리할 수 있도록 시장 여건이 허락하면 서둘러 재매각을 추진할 것"이라며 "대형 사모펀드나 대기업의 인수, 에어부산 등 자회사 분리 매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진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