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노딜' 우려에 씁쓸한 산업은행

채권단, HDC현산 재실사 요구 놓고 고심

금융입력 :2020/07/27 17:24    수정: 2020/07/27 21:49

이스타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 매각까지 무산될 조짐을 보이자 산업은행이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이라고는 하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주도로 이뤄진 작업인 만큼 협상 결렬 시 거센 후폭풍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HDC현대산업개발 측에서 제시한 공문을 검토하며 대응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4일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다음달 중순부터 12주간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를 재실사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인수 계약 기준이 되는 지난해 반기 재무제표 대비 부채와 차입금이 급증했고 당기순손실이 크게 늘었으며, 매수인 사전 동의 없이 자금 차입과 영구전환사채 발행이 이뤄졌으니 이를 살펴봐야 한다는 이유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산업은행 제공

이는 채권단 측 최후통첩에 대한 회신이기도 하다. 지난 14일 채권단은 HDC현대산업개발에 한 달 내 재협상 혹은 인수 의지를 밝혀야만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낸 바 있다. 이달 2일 러시아를 끝으로 계약 종결 선결 조건인 해외 기업결합 심사가 마무리됐으니 거래를 끝내자는 얘기였다.

그러나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공문에서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거래종결을 요구하는 것은 계약을 전적으로 무시하는 것"이라며 "계약해제권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의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에서도 국내외 기업결합 신고를 차질 없이 진행했고, 유상증자와 사채발행 등 인수자금을 예정대로 조달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HDC현대산업개발이 사실상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 수순을 밟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인수 무산 책임이 자신에게 없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2천500억원의 계약금 반환 소송에 대비하는, 일종의 명분 쌓기란 분석이다.

산업은행은 가시방석이다. 우여곡절 끝에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이끌어낸 뒤 적합한 인수자를 찾았지만 아직 성과를 내지 못했고, 혹시 모를 계약금 반환 소송에도 대비해야 해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이 회계법인으로부터 '한정' 감사의견을 받은 이른바 '감사보고서 사태'를 기점으로 금호그룹을 압박했고, 자구계획안을 반려하는 초강수를 둔 끝에 오너일가에게 항공업을 포기시켰다. 또 그는 매각이 지연되자 지난달 25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을 직접 만나 설득하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을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결렬 시 에어부산 등 자회사 분할 매각과 같은 ‘플랜B’를 가동해야 하는데, 마땅한 인수자를 찾기 어려워 대우조선해양처럼 수년간 채권단 관리 아래 둬야 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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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산업은행은 수출입은행과 함께 아시아나항공에 총 1조6천억원을 지원하면서 매각 무산에 대비해 안전장치를 확보한 상태다. 채권단 주도로 매각 조건을 완화하거나, 앞서 매입한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8천억원을 출자 전환해 최대 주주에 오르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채권단 차원에서 공문의 수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HDC현대산업개발 측 진의를 파악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