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파산 위기' 이스타항공에 손 내밀까

M&A 결렬 시 청산 불가피…정책자금 공급 가능성도

금융입력 :2020/07/22 18:17    수정: 2020/07/22 18:18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 전선에 먹구름이 끼자 산업은행으로 시선이 옮겨가고 있다. 거래가 무산돼 이스타항공이 파산 위기에 내몰릴 경우 산업은행이 이들을 떠안아야 할 수 있어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막바지에 접어든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M&A 협상이 결렬될 조짐을 보이자 업계에서는 국책은행 차원에서 지원에 나설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제주항공 측은 지난 16일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 선행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됐다"며 사실상 인수 포기 의사를 내비친 상태다. 정부의 중재 노력을 고려해 잠시 결정을 미루겠다지만 내부에선 이미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산업은행 제공

이대로 거래가 무산되면 이스타항공은 앞날을 장담하기 어렵다. 마땅한 인수자가 없을뿐더러 자력으로 회생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파산 수순을 밟을 공산이 크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결국 산업은행이 구원투수 역할을 자처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간의 기업 구조조정 사례처럼 이스타항공 역시 산업은행 관리 하에 놓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사실 정부도 이스타항공의 파산을 원치 않는 것으로 감지된다. 1천600명의 일자리가 걸려 있고, 관광업계로도 그 여파가 확산될 수 있어서다. 이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3일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을 만나 M&A를 독려하기도 했다.

다만 산업은행 측은 아직까진 이스타항공 지원을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재무상황이 좋지 않았고, 지난 3월 셧다운 이후 항공기 운항을 중단한 상태라 지원이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이스타항공은 앞서 산업은행이 저비용항공사(LCC)에 긴급자금 3천억원을 수혈할 때도 열악한 재무 상태로 인해 지원 대상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게다가 산업은행은 이스타항공의 지분이나 채권을 보유하지 않았다. M&A 자금 1천700억원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어디까지나 그 대상은 제주항공이며, 거래가 종결되지 않은 탓에 그마저도 실행되지 않은 상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이스타항공이 비행기를 띄워야 지원 가능하지, 당장은 논의 대상이 아니며 요구하지도 않았다"면서 별도의 금융지원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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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스타항공 근로자들이 M&A 실패의 책임을 정부로 돌리고 있는데다, 일자리 문제도 간과할 수 없어 산업은행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M&A 협상이 아직 끝나지 않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설령 이스타항공 측이 요청을 해도 지원에 나설지는 미지수"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