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쌍용차동차가 이달 갚아야 할 대출 900억원의 만기를 연장했다. 다만 부분 자본잠식에 놓인 쌍용차의 자금 사정을 감안할 때 이는 겨우 급한 불을 끈 격이라 앞으로 국책은행 주도의 추가 지원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6일 산업은행은 이날과 19일 각각 만기가 돌아오는 쌍용차 대출 700억원과 200억원의 만기를 6개월 연장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쌍용차 측은 이달초 정식으로 대출 만기를 요청한 바 있다.
사실 쌍용차 대출 만기 연장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앞서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이 "추가 투자는 고민하겠지만, 기존에 나간 자금을 회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어서다. 외국계 금융기관과 합의가 이뤄진다면 굳이 자금을 돌려받을 필요가 없다는 게 산업은행의 견해였다.
이 가운데 쌍용차가 지난달 외국계 금융사 대출 일부를 상환하고, 나머지는 만기를 연장하는 등 채무 관계를 해소하자 산업은행도 마음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쌍용차로서는 마음을 놓기 어려운 처지다. 900억원 규모의 대출 만기 연장만으로는 경쟁력을 회복하기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연내 상환해야 할 차입금도 아직 많이 남아있다. 회사의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단기 차입금은 ▲JP모건 약 900억원 ▲BNP파리바 470억원 ▲뱅크오브아메리카 약 300억원 등 총 3천899억원에 이른다.
쌍용차가 당초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통해 2천억원을 지원받길 희망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차입금을 해결하고 남은 돈을 전기차 개발과 같은 신사업에 투입하려는 복안이었다.
따라서 산업은행의 후속 조치가 관건이다. 쌍용차와 협력사 등 약 1만명의 일자리가 걸린 문제다보니 산업은행이 어떤 방식으로든 손을 내밀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물론 당장은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게 사실이다. 정부는 기안기금을 통한 쌍용차 지원에 회의적이며, 산업은행도 자체적인 지원에 말을 아끼고 있어서다.
먼저 기안기금 운용심의회는 지난주 회의에서 코로나19로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을 지원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정 기업을 지칭하진 않았으나 사실상 쌍용차는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산업은행도 마찬가지다. 쌍용차를 돕는 것은 '대주주 책임'을 전제로 하는 구조조정 원칙에 어긋난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쌍용차가 최근 국내외에서 투자자를 물색 중이라고는 하나, 여전히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이유다.
하지만 이들 모두 완전히 선을 그은 것은 아니라 일각에선 쌍용차에 대한 지원이 성사될 것이란 관측도 존재한다. 실제 기금 운용위원회는 세부 방침을 공개하면서도 코로나19 이전부터 구조적 취약요인이 누적된 기업은 증자와 자산매각 등 재무구조개선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역시 쌍용차의 지속 가능성이 담보돼야 지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일축했다. 종합하면 이는 결국 쌍용차에 경쟁력을 입증할 새로운 카드를 요구한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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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번주 기안기금 접수 일정 등을 발표하며, 일단 쌍용차 측도 세부 요건을 확인한 뒤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쌍용차로부터 대출 만기 연장 이외의 추가적인 요청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이해관계자의 고통 분담이란 선결 조건이 갖춰져야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