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대면 협상 수용…아시아나항공 매각 새 국면

'재실사'는 변수…결렬 시 채권단 관리 체제로

금융입력 :2020/08/10 08:16    수정: 2020/08/10 10:01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이 새 국면을 맞았다. 거래 종결 시한을 이틀 앞두고 인수자인 HDC현대산업개발이 금호산업의 대면 협상 제안을 전격 수용한 때문이다. 

여전히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를 전제로 한다는 점은 변수지만, 그간 서면으로만 목소리를 내던 HDC현대산업개발 측이 움직이는 만큼 모든 이해당사자가 타협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9일 보도자료를 통해 "금호산업이 인수상황 재점검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협의를 조속히 진행하자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라며 "이를 위해 양사 대표이사 간 재실사를 위한 대면 협상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산업은행 제공

이어 협상 일정과 장소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선 금호산업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덧붙였다.

이는 거래종결을 위해 대면 협상 자리로 나오라는 금호산업과 채권단 측 요구에 대한 회신이다.

금호산업은 지난 7일 "HDC현대산업개발이 일방적인 보도자료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대면 협의를 촉구한 바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항공업의 미래를 생각할 때 불확실성을 계속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당사자인 현대산업개발과 금호산업이 마지막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진중하게 협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당초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오는 11일을 계약 이행 데드라인으로 보고 다음날인 12일부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지난달 러시아를 끝으로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신고가 끝나면서 거래 종결을 위한 선행 요건이 충족됐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HDC현대산업개발 측이 돌연 태도를 바꾸면서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은 다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이 됐다.

일각에선 HDC현대산업개발 측이 막판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쪽으로 마음을 돌렸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된 항공업이 차츰 회복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때마침 아시아나항공도 2분기 별도기준으로 1천15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2018년 4분기부터 이어진 적자행진에서 벗어난 상태다. 여객 대신 화물 운송 영업에 집중한 게 주효했다.

다만 재실사를 놓고 HDC현대산업개발과 금호산업, 채권단 측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는 게 관건이다.

앞서 HDC현대산업개발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공문을 보내 이달 중순부터 12주간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를 재실사하자고 요구했다. 인수 계약 기준이 되는 지난해 반기 재무제표 대비 부채와 차입금, 당기순손실이 급증했고 매수인 사전 동의 없이 자금 차입과 영구전환사채 발행이 이뤄졌으니 이를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재실사를 수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산업은행 측은 "금호산업이 HDC현대산업개발에 7주간 실사 기간을 줬고, 인수단도 6개월 이상 아시아나항공에서 활동했다”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이 이미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고 반박했다. 실사를 주장한 부분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 계약 위반 사항이 아니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따라서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대면 협상에서도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 체제에 돌입할 공산이 크다.

채권단과 금호산업은 이미 매각 무산에 대비해 ‘플랜B’를 준비하고 있다. 8천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영구채를 출자전환하고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영구채 출자전환 시 채권단은 36.9%의 지분을 확보해 금호산업(30.7%)을 제치고 아시아나항공의 최대 주주에 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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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지난 3일 간담회에서 "매각을 추진할 때부터 무산에 대비해 여러 계획을 준비해왔다"며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도록 유동성을 지원하고 영구채를 전환하는 등 경영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인수 주체가 아시아나항공을 관리하도록 시장 여건이 허락하는대로 서둘러 재매각을 추진할 것"이라며 "대형 사모펀드나 대기업의 인수, 에어부산 등 자회사 분리 매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