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e게임] 라인게임즈 베리드스타즈, 붕괴현장에서 대화로 살아남기

게임이라기보다는 잘 구성된 소설을 보는 느낌

디지털경제입력 :2020/08/06 11:34

검은방 시리즈와 회색도시 시리즈로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확실히 이름을 알린 진승호 디렉터가 새로운 텍스트 기반 어드벤처 게임을 시장에 선보였다. 라인게임즈가 플레이스테이션4와 플레이스테이션 비타,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한 베리드스타즈가 그 주인공이다.

베리드스타즈는 서바이벌 오디션 현장이 붕괴되며 그 안에 갇힌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런 류의 게임이 대부분 그런 것처럼 베리드스타즈의 목표는 현장에서 생존하는 것과 이 사건의 진상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등장인물의 심리 변화와 점점 사건의 뒷이야기를 알아가면서 이용자는 자연스럽게 게임에 몰입하게 된다.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느낌보다는 소설이나 영화를 보는 느낌을 강조하는 것이 이런 장르의 특징이며 베리드스타즈 역시 이런 특징을 철저하게 따르고 있다.

베리드스타즈의 등장인물 이미지.

이용자가 플레이에 개입하는 일이 적고 글을 읽으며 게임을 진행하게 되기 때문에 텍스트 어드벤처 장르는 시종일관 긴장감을 이어가는 것이 쉽지 않다. 사물을 탐색하거나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증거를 찾는 탐색 혹은 추리 파트가 이런 류의 게임에 빠지지 않고 포함되는 이유다. 이용자가 직접 사건에 개입해 능동적인 움직임을 갖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베리드스타즈는 다소 특이하다. 탐색과 추리 요소가 완전히 배재되고 오로지 등장인물과의 대화와 SNS를 통해 전달되는 여러 이야기를 보면서 게임이 흘러가는 구조다. 이용자는 이따금 나오는 선택지를 정하는 정도에서 게임의 흐름을 조절하게 되는 정도다. 게임이라기보다는 과거 유행했던 게임북을 보는 느낌마저 들 정도로 이용자의 적극적인 개입이 제한되어 있다.

게임 내 등장인물과의 대화는 제법 사실적으로 구현되어 있다. 특히 시간이 흐르고 상황이 조금씩 변함에 따라 캐릭터의 성격이 조금씩 변화하고 드러나며 이야기는 개연성을 띄게 된다. 게임을 시작하면 화면에 나타나는 '어떤 인간도 진실된 모습을 들키지 않고 두 개의 가면을 쓸 수 없다'는 문구는 베리드스타즈의 핵심을 가장 잘 설명하는 문구다.

내부에 고립된 인물들이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는 SNS로 설정되어 있다. 이를 통해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사람들이 고립된 등장인물들을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는지도 알게된다. SNS가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 있는 인물들의 감정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작용되는 셈이다.

특히 SNS를 통해 드러나는 문구가 굉장히 사실적으로 작성되어 있다. 대형사고에 휘말렸지만 대중이 이를 흥미거리로 여기고 근거 없는 낭설로 고통받는 등장인물의 심정을 이용자가 직접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앞서 말한 것처럼 베리드스타즈에서 이용자가 할 수 있는 행동은 극히 제한적이지만 인터넷을 한다면 어디선가 한 번은 봤을만한 대사를 보면서 이용자는 자연스럽게 심리적인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SNS는 게임의 긴장을 유지하고 몰입은 높이는 장치가 됐다.

이야기 전개는 중후반부에 도착할수록 급물살을 타게 된다. 게임에서 준비한 몇 가지 장치 덕에 게임에 몰입한 이용자라면 독자의 시선이 아닌 당사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받아들이게 될 수준이다.

대화가 베리드스타즈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다만 키워드를 얻고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게임이 진행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지나치게 많이 해야 하는 구간도 있으며 이는 이용자 몰입을 방해한다.  키워드 하나를 갖고 모든 등장인물과 하나씩 이야기를 해야하는 구간에서는 '이런 이야기도 굳이 해야하나' 싶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

특히 이런 특징은 각 등장인물의 특징이나 성격, 세계관 등을 설명해야 하는 초반부에 강하게 드러난다. 중반 이후는 흥미롭지만 초반이 지루해서 중반까지 도착하지 못 하는 이가 있을 것도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한 번의 플레이로는 사건의 진상을 모두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다회차 플레이가 사실상 강제된다는 점도 호불호가 갈릴 요소다. 정확히는 다회차 플레이가 문제라기보다는 다회차 플레이를 빠르게 진행하기 힘든 인터페이스 구조가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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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텍스트 분량이 많은 게임인데 2회차, 3회차에도 초반부에 같은 이야기를 계속 다시 봐야하는 것은 쉽지 않다. 텍스트를 빠르게 넘기면서 진행할 수 있기는 하지만 건너뛰기가 아닌 빨리감기이기에 어찌됐건 시간이 필요하며 배속도 그렇게 높지 않다.

이용자가 사건의 진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다 알기를 원한다면 패치를 통해서라도 배속설정이나 구간 건너뛰기 기능이 추가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