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뜨는 VR·AR, 5년 뒤 333조원

전문가들 "韓 주도권 잡으려면 콘텐츠 육성·네트워크 투자·규제혁신 필수"

디지털경제입력 :2020/08/05 16:26    수정: 2020/08/05 16:59

2021년 1천80억달러(약 128조원) 규모의 가상·증강현실(VR·AR) 시장이 출현할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언택트(비대면) 솔루션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VR·AR를 통해 상호교류하는 부분이 앞으로 커질 것 같다. 문제는 킬러 콘텐츠가 없다는 부분이다. - 유범재 실감교류인체감응솔루션연구단 단장. 

VR은 딥러닝(DL) 및 인공지능(Ai)와 비슷한 시기에 화두가 됐지만, DL 및 Ai와 비교하면 현재는 기업들이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로 보인다. 페이스북이 2014년 오큘러스를 인수한 이후, 거대 자본들이 합종연횡하면서 VR 회사들을 인수했지만, 그 이후에 큰 성과가 없는 것 같다.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는 게 이유인 것 같다. - 양정삼 아주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KT 나름대로 저가 보급형 단말로 사업을 하고 있지만, 1가구 1VR 시대가 오기에는 아직 고객 부담이 큰 것 같다. 원가 경쟁력을 앞세운 글로벌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다. 그러나 최근 정부와 공공기관이 VR·AR에 대한 투자를 지원하고, 대통령과 총리까지 나서 규제혁신을 강조해 다시 사업 기회가 생기는 것 같아 기대감이 크다. - 박병준 KT IM 사업1팀 팀장.

코로나19는 VR·AR에 있어 큰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는 수요 측면에서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이 되면 비대면 활동을 하는데 VR·AR이 필수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는 VR·AR 시장 확대를 위해 공공영역에서 수요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는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VR·AR 기술을 검증하는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다. - 진영현 KISTEP 성장동력산업센터장.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5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KISTEP 수요포럼'에서는 최근 코로나19로 주목을 받는 VR·AR과 관련해 산업 육성을 위한 전문가들의 여러 제언이 나왔다.

VR(Virtual Reality)은 컴퓨터로 만든 가상의 공간에서 실제와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AR(Augmented Reality)은 VR에서 나아가 현실의 이미지나 배경에 가상 이미지를 더해 향상된 VR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말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VR·AR 시장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비대면 수요가 확대되면서 2021년부터 급성장해 2025년에는 2천800억달러(약 33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온라인으로 열린 'KISTEP 수요포럼' 모습. (자료=KISTEP)

유범재 실감교류인체감응솔루션연구단 단장은 이날 포럼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언택트 솔루션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VR·AR를 통한 상호작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경우, 2030년이 되면 키보드를 사용하는 사용자경험(UX)의 패러다임이 80% 이상이 Ai와 결합한 몰입형 인터렉션(상호작용)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그러나 VR·AR을 사업화하고 제품화하는 데 있어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정부가 VR·AR 분야에 매우 많은 지원을 하고 있지만, 킬러 콘텐츠가 없다는 게 아쉽다"며 "또 VR·AR 관련 국산 하드웨어는 굉장히 낮은 수준인데 HMD만 해도 중국산 제품은 20만원대 저가형부터 70만원대 고가형 제품까지 다양하지만, 한국 제품은 삼성 기어VR 정도밖에 없다. 네트워크 분야도 무선 네트워크 인프라는 4G(LTE)에서 5G로 가고 있는데 유선은 아직도 1기가 네트워크가 대부분으로, 무선 네트워크 속도가 빨라지면 이를 백업할 수 있는 유선망도 고속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VR·AR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기업들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수익모델 발굴을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양정삼 아주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VR·AR 생태계 구축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인데 최근 나온 엑스박스나 플레이스테이션을 보면 엄청난 하드웨어 기술을 볼 수 있다. 연산 성능은 12테라플롭스, 13테라플롭스에 달하며, 8K 해상도를 지원한다"며 "그런데 선두주자인 엔비디아를 보면 최근 회사 수익의 대부분을 DL, AI, 가상화폐 등이 차지하고 있고, VR 분야에 대한 투자가 줄고 있다. 하드웨어는 성숙했는데 나머지가 약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실제로 게임 업계가 VR·AR 분야에 관심은 많지만,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는 것은 수익을 올리기 어렵기 때문인데 일례로 VR 콘텐츠는 분당 제작비가 1천500만원에 달한다"며 "이에 정부는 VR 분야로 자원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일례로 VR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그래픽디자이너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을 통해 관련 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고 본다. 또 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우리나라는 한류처럼 양질의 문화 콘텐츠 콘텐츠를 많이 보유하고 있어 이를 더욱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VR·AR 시장을 넓힐 수 있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진영현 KISTEP 성장동력산업센터장은 "우리 정부는 지난 6월 하반기 경제정책 발표에서 언택트 제품과 기술을 공공구매 및 조달에 포함하겠다고 밝혔고, 이는 관련 스타트업과 기업들에 큰 도움 될 것으로 본다"면서도 "그러나 생각보다 VR·AR과 관련된 규제가 많아 혁신이 필요하다. 예컨대 도로교통법상 운전 중 사용할 수 있는 영상장치는 부착형, 거치형으로 제한돼 있는데 내비게이션이 되는 AR 글래스를 쓰면 불법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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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플래그십 매장의 개별 부스형 체험공간에서 고객들이 기가지니, 슈퍼VR 등 KT의 다양한 서비스를 체험하고 있는 모습. (사진=KT)

박병준 KT IM 사업1팀 팀장 역시 "국내 VR·AR 생태계가 아직 성숙하지 못했고, 킬러 콘텐츠가 없다는 부분에서 원가 경쟁력을 앞세운 글로벌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존재한다"며 "업계에서는 페이스북이 매년 개발자포럼을 열고, 생태계를 강화하고 있는데 자칫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VR·AR 분야에 투자했던 것들이 외산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이통사나 온라인 서비스 업체들은 국내 기준에 맞는 서비스를 경쟁력 있게 가져가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또 "VR·AR은 각 서비스 업체들이 자기만의 노하우를 통해 서비스를 만들다 보니 기술 표준화도 필요한 것 같다. 그래야 같은 사용자가 혼란 없이 VR·AR를 이용할 수 있다"며 "또 현실 정보를 수집하는 AR과 현실과 유사한 디자인을 구현하는 VR은 저작권 및 초상권 문제도 있다. 법적인 부분을 어떻게 중재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