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상·증강현실(VR·AR) 산업 육성을 위해 네거티브 규제체계로 전환하고, 낡고 불명확한 규제가 신산업을 가로막지 않도록 총 35건의 개선과제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3일 한국VR‧AR콤플렉스(서울 상암동)에서 ‘비대면 시대 가상·증강현실(VR·AR) 산업과 규제혁신’을 주제로 제1차 규제혁신 현장대화를 주재하고, 이 같은 정부 입장을 민간에 전달했다.
이날 행사는 정 총리가 지난 6월 규제혁신 10대 아젠다를 발표하면서 “현장과 적극 소통하면서 수요자 중심의 규제혁신을 추진할 것”을 천명한 이후 개최된 첫 규제혁신 현장대화다.
행사에서는 VR 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로 화제가 된 이현석 비브스튜디오스 감독, VR 전문가인 이정준 한국산업기술대 교수가 각각 VR·AR 산업의 미래에 대해 발제한 후, 김성수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VR·AR 분야 선제적 규제혁신 로드맵’이 발표됐다.
이후 업계 대표, 전문가, 정부관계자들이 함께 VR·AR 산업 발전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현장대화 행사에서는 최근 비대면 회의 수단으로 주목 받는 VR 회의가 정부 회의에서는 처음으로 접목돼 진행됐다.
정 총리는 이날 현장대화에서 “VR·AR처럼 신산업 분야는 네거티브 규제체계로 바꾸고, 사후에 규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면서 “낡은 규제는 사전에 완화하고, 불명확한 부분은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규제정비와 함께 연구개발(R&D) 투자, 자금지원, 인력양성 등을 병행해 “가상·증강현실 산업이 미래 핵심 산업으로 육성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규제혁신 로드맵 어떻게 만들어졌나
VR·AR은 데이터(D)·네트워크(N)·인공지능(A) 기술과 긴밀히 결합해 향후 엔터테인먼트, 교육, 교통, 제조, 의료, 국방·치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꿀 산업으로서, 한국판 뉴딜의 핵심축인 디지털 뉴딜 주요 과제와도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가속화된 비대면 시대를 이끌 핵심으로 주목받는 산업이다.
하지만 기존 규제체계가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발전 흐름을 제때 반영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기술 혁신과 새로운 비즈니스의 적시 출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선제적인 규제혁신이 필요한 대표적 분야로 꼽힌다.
과기정통부 측은 “지난해 8월부터 16개 관계부처와 산‧학‧연 전문가가 협력해 가상·증강현실 기술발전과 분야별 서비스 적용·확산 시나리오를 예측한 후 산업계 의견 수렴을 통해 총 35개 과제가 포함된 규제혁신 로드맵을 마련해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한국판 뉴딜 관련 첫 번째 규제혁신 사례이자 신산업에 대한 선제적 규제혁신 로드맵으로서는 자율주행차, 드론, 수소차‧전기차 이후 4번째”라고 덧붙였다.
로드맵의 구축은 3단계 과정을 거쳐 이뤄졌다.
먼저, 기술의 발전 방향과 본격 상용화시기를 단계적으로 예측했다. 또, 기술 발전․상용화에 따른 ▲엔터·문화 ▲교육 ▲제조 등 산업일반 ▲교통 ▲의료 ▲공공(치안·소방·국방) 등 주요 적용 분야와 분야별 서비스 모델을 발굴해 서비스 확산 시나리오를 도출했다.
아울러, 서비스 확산 시나리오에 따라 예상되는 총 35건의 규제이슈를 발굴하고, 서비스의 적시 출시가 가능하도록 서비스 확산 시나리오보다 선행하는 규제혁신 로드맵을 만들었다는 게 과기정통부 측의 설명이다.
VR·AR 분야는 ▲위치·공간 등 데이터 활용 ▲원격업무 제한 ▲콘텐츠 심의 ▲시설규제 ▲기술기준 부재 등 다양한 규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기술 및 개발 자체를 직접 제한하는 명시적 규제보다는 기존 규제와 산업특성이 맞지 않는 과도기적 규제나 적용할 제도가 불명확한 규제가 다수인 것으로 분석됐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 측은 “규제체계를 정비․신설하거나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규제 불확실성 해소를 집중 추진하는 한편, 포괄적 네거티브 방식을 적용해 규제개선 효과가 극대화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규제혁신 로드맵 주요 내용은
총 35건의 개선과제는 범분야 공통적용 규제(10건)와 6대 분야별 과제(25건)로 구성됐다.
공통과제는 개인 영상정보의 합리적 활용기준 마련, 3차원 공간정보 해상도·좌표값 등 활용기준 완화, 기능성 가상·증강현실(VR·AR) 콘텐츠의 게임물 분류 완화, 실감 콘텐츠 특성에 맞는 영상물 등급 분류체계 마련 등 10개 과제다.
6대 분야 분야별 주요 개선사항은 ▲엔터·문화 5건 ▲교육 5건 ▲제조 등 산업 일반 5건 ▲교통 2건 ▲의료 4건 ▲공공 4건 등 총 25개 과제다.
먼저, 엔터‧문화 분야는 VR 모션 시뮬레이터 적합성 평가 합리화, 도심 내 설치확대를 위한 VR 시뮬레이터 규모 기준 완화, VR 영화 제공이 가능하도록 비디오물 시청 제공업 시설기준 개선 등 5개 과제로 구성됐다.
교육 분야는 교육현장의 VR·AR 기기·콘텐츠 활용지침 마련, 학교 내 인터넷 네트워크 및 플랫폼 사용규제 완화, 디지털 교과서 심의체계개선 등 5개 과제다.
제조 등 산업 일반 분야에서는 VR·AR 활용 원격 안전점검·검사 활용기준 마련, 현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수집·활용 권한 기준 마련, 고난이도 기술·훈련 디바이스 표준·가이드 마련 등 5개 과제가 추진된다.
교통 분야는 영상표시장치 유형 확대(착용형), HUD·스마트글래스 등 영상표시장치 안전기술기준 마련 등 2개 과제, 의료 분야는 VR·AR 의료기기 품목 신설,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 서비스 AR 활용 등 4개 과제다.
공공 분야에서는 경찰 업무 중 AR 사용 가능조항 마련, 국방 데이터의 안전한 활용을 위한 제도 정비 등 4개 과제가 추진된다.
■ 2025년까지 실감콘텐츠 기업 150개 육성
정부는 VR‧AR 규제혁신 로드맵을 통해 디지털 뉴딜을 뒷받침하고, 실감콘텐츠 등 관련 산업 육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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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으로는 2025년까지 실감콘텐츠 전문기업 150개 육성(2018년 기준 14개), 국내 시장규모 14조3천억원(2018년 기준 8천590억원) 달성 등을 지원하는 한편, 사회적으로는 VR·AR 산업육성을 통해 비대면 시대를 대비해 팬더믹 등 국가 비상시에도 안정적인 사회기반을 유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측은 “정부는 향후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로드맵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기술발전 양상과 환경변화를 고려해 로드맵을 주기적으로 정비해나갈 계획”이라면서 “한국판 뉴딜 관련 로드맵 수립을 지속 추진해 올해 안으로 로봇, AI 등에 대한 규제혁신 로드맵도 수립·발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