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e게임] 바람의나라: 연, 현대감성 담은 레트로 MMORPG

추억과 편의성 사이의 중간점을 영리하게 잡은 게임

디지털경제입력 :2020/07/30 11:03

넥슨이 지난 15일 출시한 모바일 MMORPG 바람의나라: 연은 구글플레이 스토어 매출 순위 2위를 기록하고 있다(30일 기준). 리니지2M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는 것과 함께 이제는 고전게임으로 구분되는 1996년작 PC MMORPG가 2020년에 이런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은 게임업계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바람의나라: 연이 처음 공개된 후. 그리고 처음 출시된 직후만 하더라도 이 게임은 과거 바람의나라 이용자의 향수를 자극하는 수준의 게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는 이가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실체를 드러낸 바람의나라: 연은 과거의 추억은 적절하게 살리고 모바일 환경에 맞는 편의성을 더한 새로운 게임으로 완성됐다.

조금 부드럽게 다듬어지기는 했지만 서비스 초창기 그래픽을 연상케 하는 픽셀아트 그려진 그래픽과 과거 키보드로 캐릭터를 조작하며 누볐던 국내성, 부여성, 12지신 유적도 그 당시 모습 그대로 그려졌다. 이전에 게임을 즐겼던 이들이라면 반가울 요소다.

바람의나라: 연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최근 출시된 모바일 MMORPG에 비해 다소 불친절하게 구성됐다는 것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바람의나라: 연이 불친절한 것이 아니라 근래 나온 모바일 MMORPG가 과하다 싶을 정도로 편리하게 구성됐다고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로 바람의나라: 연은 이용자가 계속해서 게임의 흐름을 의식하도록 유도한다.

퀘스트만 따라가며 진행해서는 제작할 수 없는 아이템이 있으며 이용자가 직접 캐릭터를 이동해 도착하는 지역에서만 얻을 수 있는 희귀 아이템도 존재한다. 이따금 화면을 들여다보며 아이콘만 터치하면 빠짐 없이 재화를 획득하고 캐릭터가 강해지는 모바일 MMORPG와는 궤가 다른 게임이라는 이야기다.

중후반부터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파티플레이를 하지 않으면 게임 진행이 어려워진다. 이 과정에서 혼자 게임을 즐겨왔던 이들도 자연스럽게 파티를 찾기 위해 게시판을 들여다보게 되고 자연스레 문파에도 가입하게 된다. UI 아이콘에 빛으로 강조하거나 '이곳을 터치하세요'라는 문구를 띄워 강제로 안내하지 않아도 이용자가 본인의 필요에 의해 시스템을 파악하는 구조다.

전투 시스템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원작은 다소 투박한 그래픽과 달리 정확한 타이밍에 캐릭터를 이동하고 딱 막는 순간에 스킬을 사용해야 하는 전투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들여다보는 화면과 조작체계가 일원화 되어 세밀한 조작이 힘든 스마트폰에서는 이런 원작의 특징을 재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지만 바람의나라: 연은 이를 자동전투가 지원되는 전투 콘텐츠와 그렇지 않은 전투 콘텐츠로 구분하는 식으로 해결했다.

일반 전투는 물론 아이템 파밍을 위해 진행하는 레이드도 1회 완료 이후부터는 자동전투를 사용할 수 있다. '노동'으로 비유되기도 했던 지루한 반복사냥 구간은 편히 넘길 수 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이용자의 컨트롤이 필요한 PvP는 이용자의 컨트롤이 필요하다.

시스템 하나하나의 완성도는 물론 편의시스템이 게임에서 차지하는 비중까지 적절하게 구성되어 '이용자가 직접 즐기는 게임이지만 편리한 게임'이라는 절충안을 찾은 점이 인상적이다.

다만 다소 부족한 인공지능의 만듬새와 수익구조에 대해서는 이용자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모습이다. 특히 레이드에서 자동전투를 진행할 시에 파티원이 우왕좌왕 하다 각개격파 당하는 모습이 종종 드러나는 부분은 개선이 필요하다.

무과금이나 적은 과금으로도 충분히 느긋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편이지만 빠른 캐릭터 육성을 목적으로 하는 이들은 14일간 사용할 수 있는 유료 패키지 아이템 구성이 부담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지금까지 다수의 모바일 MMORPG가 출시한 유료 아이템이 30일 기준으로 구성된 탓에 상대적으로 기간이 짧게 여겨지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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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환수의 종류를 세 가지로 구분하고 여기에 강화와 각인을 통한 육성 요소를 강조하고 있다. 캐릭터 육성 난이도와 환수 육성 난이도에서 괴리를 느낄 수 있는 부분으로 보인다.

바람의나라: 연은 원작 이용자에게는 추억을 강조하고 원작을 접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과거 게임의 향취가 무엇인지를 전하는 중간선을 정확히 잡고 개발된 게임이며 실제로 이런 부분에서 이용자의 좋은 평을 받고 있다. 추후 업데이트로 인해 직업 간 밸런스가 무너지거나 운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길게 흥행할 수 있는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