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상반기에 KB금융 추월... 비은행서 '리딩 뱅크' 판가름

두 지주사 증권 수익 증가로 성장...디지털 전환·수수료 수익서 대결

금융입력 :2020/07/27 10:01    수정: 2020/07/27 15:41

올해 상반기에도 신한금융지주가 가장 많은 당기순이익을 냈다. '리딩 뱅크'를 두고 경쟁하는 KB금융지주는 924억원 차이로 2등에 머물게 됐다. 

하지만 분기별 실적을 따져보면 신한금융지주는 역성장한 반면, KB금융지주는 1분기 대비 증가세를 보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은행이 더욱 리스크와 건전성 관리에 나설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리딩 뱅크의 성패는 은행이 아닌 비은행이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 신한금융 1조8천55억원vs KB금융 1조7천113억원

27일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실적 자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상반기 1조8천55억원, 2분기 실적은 8천731억원이다. KB금융지주는 상반기 1조7천113억원, 2분기 실적은 9천818억원이다. 상반기는 1분기와 2분기 당기순익을 합산한 것으로 결국 신한금융지주는 1분기에 비해 2분기 실적이 593억원 줄었고, KB금융지주는 2분기 2천513억원이나 1분기에 더 벌었다는 얘기다.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신한금융지주는 1회성 비용이 포함된 실적이기 때문에, 경상이익은 8천억원 중반대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감안할 경우 신한금융지주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아니다.

윤종규 KB금융지주회장(왼쪽),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KB금융지주는 3개월 새 2천억원이나 더 벌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의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1.56%에서 1.53%로 하락한데다, 은행의 대출 성장률이 높지 않음에도 거둔 성과다. 은행의 6월말 대출 증가율은 2.4%이며, 3월말 대출 증가율은 4.2%였다.

이유는 KB증권 실적 회복에 있다. 올해 1분기 KB증권은 214억원 당기순손실을 냈지만, 올 상반기 실적은 1천288억원으로 집계됐다. 2분기에만 1천502억원을 벌어들였단 얘기다. KB금융지주 측도 "수수료 수익 중 특히 수탁수수료 등 증권업 수입 수수료가 2019년 상반기 대비 59.5% 증가했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 신한금융지주의 증권수탁수수료도 2019년 상반기 대비 3.7% 증가했다. 결국 기준금리가 크게 인하되면서, 갈 곳 없는 자금들이 증권에 몰렸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동학 개미 운동'이 은행계 금융지주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증권은 일회성 요인일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금융 시장 변동성이 높았던 1분기에는 신한금융과 KB금융지주 증권수탁수수료나 외화수수료가 낮았으며, 증권사 실적도 썩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은행 실적에 마냥 기댈 수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의 올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율은 3.0%, KB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1.0%다. 은행의 대출 중 연체율 관리가 그나마 안정적인 가계대출은 부동산 정책으로 크게 늘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 6월말 신한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3월말 대비 -3.4%로 집계됐다.

■ 수수료 이익이 금융지주사 실적 좌우할 것

결국 리딩 뱅크의 성패를 가를 것은 은행이 아닌 비은행사일 것으로 점쳐진다. 이자이익이 하락 추세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양한 비은행사가 제공하는 비이자이익, 즉 수수료 이익이 금융지주사의 실적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신한금융지주의 수수료 이익은 1조7천800억원, KB금융지주 수수료 수익은 1조3천813억원으로, KB금융지주는 수수료 수익서 매해 신한금융지주에 뒤쳐져 왔다.

신한금융지주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신한카드사에서 나오는 당기순익이 많다. KB금융지주는 KB증권과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가 있다. 지주사들도 이 때문에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다양한 매물을 눈여겨 보는 상황이다. 은행 중심의 성장이 한계에 있다고 여겨지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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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신한금융지주는 이번 실적서 흥미로운 집계를 했다. 디지털 채널을 통한 영업이익을 따로 분류한 것이다. 신한금융지주 전체 계열사가 디지털 채널로 벌어들인 올 상반기 영업수익은 8천306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6천560억원 대비 1천740억원(26.6%) 증가했다. 디지털 채널이 비용 대비 수익이 높고, 추후 디지털 채널이 가져올 혁신을 예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는 당분간 신한금융지주 수익을 크게 앞지르기 힘을 것으로 관측된다. KB국민은행의 점포가 많지만 금융감독당국이 은행 점포 폐쇄에 대한 제한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연령층 분포도 크기 때문에 디마케팅(자사 상품의 판매를 감소시키려는 마케팅 활동) 전략을 펴기도 어렵다. 이에 KB금융지주는 리딩 뱅크 탈환을 위해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등과 같은 비용 절감 디지털 전환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