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진행하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소송에 대해 포드와 폭스바겐이 우려를 표했다.
SK 측이 소송에서 패한다면 앞으로 배터리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인데, 양사의 입장 표명이 이번 소송전의 향방에 영향을 줄 지는 미지수다.
또다른 완성차 업체인 GM은 반대로 LG화학 지원 사격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송 결과를 둘러싼 신경전이 배터리 업계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계로 번지는 양상이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포드와 폭스바겐은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입장을 전달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수개월 째 미국에서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러던 중 지난 2월 ITC가 SK이노베이션 측에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는 ITC가 더 이상의 추가적인 사실심리나 증거조사를 하지 않고 LG화학의 주장을 인정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또, 소송과 별도로 SK이노베이션은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1·2공장을 짓고 있다. 1공장에서 생산되는 연산 9.8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는 폭스바겐에, 2공장에서 생산되는 11.7GWh 규모의 배터리는 포드에 각각 공급될 예정이다.
현재 ITC 측은 SK이노베이션의 요청을 받아들여 소송을 전면 재검토 중이다. 다만, 재검토는 통상적인 절차로, 최종 판결엔 영향이 가지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지난 1996년부터 진행된 영업비밀 소송 재검토 과정에서 조기패소 결정이 뒤집힌 사례는 없다.
만약 최종 판결에서 이 판결이 유지되면,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모듈·팩 등 관련 부품·소재에 대한 미국 내 수입이 전면 금지된다.
포드와 폭스바겐이 배터리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이에 양사는 이번 입장문에서 'SK이노베이션이 만약 소송에서 패소하더라도 전기차 배터리를 자사에 계속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호소했다.
반대로 LG화학과 협력 관계인 GM, 그리고 LG화학과 GM의 합작 공장이 들어설 미국 오하이오 주는 LG화학을 지지하는 입장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GM과 지난해 12월 전기차 배터리 셀(Cell) 합작법인 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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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은 지난 4월 ITC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지적재산권과 영업비밀은 철저히 보호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 주지사도 최근 ITC에 전달한 의견서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의 불공정 경쟁행위에 대해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면 LG화학의 투자는 위협을 받거나 얼어붙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측도 최근 SK이노베이션의 신뢰성을 지적하는 의견을 제출했다. 의견서에서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 조지아주 공장 건설 현장에 취업을 목적으로 불법 입국을 시도한 한국인 30여명이 미 당국에 적발돼 추방당한 사실과 배터리 소송 관련 증거 인멸 정황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