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웹툰2] 해녀 되려는 청춘, 해남 되려는 중년...‘아주르 스프링’

장덕현 작가 "진솔한 이야기...풋풋하고 파란 작품으로 느껴졌으면”

인터넷입력 :2020/07/12 10:28    수정: 2020/07/12 21:10

대중문화는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그 중에서도 웹툰은 요즘 사람들에게 익숙한 디지털 디바이스인 스마트폰을 통해 주로 전달되면서도, 드라마나 예능 등 쉴 틈 없이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콘텐츠와 다르다. 감상할 때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거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백의 미학을 갖고 있다. 이런 공감과 반추의 매력 때문에, 정서적 위안과 위로를 원하는 이들이 웹툰을 많이 찾고 있다.

이에 지디넷코리아는 레진엔터테인먼트의 레진과 함께 지친 일상을 잠시 잊을 수 있는 다양한 웹툰 속 이야기를 전한 쇼미더웹툰 시즌1에 이어, 쇼미더웹툰 작가에게 직접 듣는 시즌2를 마련했다.

스무 번째 인터뷰는 자신을 찾기 위해 해녀가 되려는 청춘과 자신을 잊기 위해 해남(남자 해녀)으로 살아가는 중년의 이야기를 그린 웹툰 '아주르 스프링'의 장덕현 작가다. 바다를 목표로 삼은 불안한 청춘과 바다를 도피처 삼은 중년이 각기 다른 무게의 상처를 견디는 모습을 전하는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참고기사: 쇼미더웹툰 '아주르 스프링']

장덕현 작가가 그린 인터뷰 관련 이미지

다음은 장덕현 작가와의 일문일답.


Q. 작품 제목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이 작품을 구상하시게 된 배경은 어떻게 되나요?

“우연히 티비에서 해녀의 삶에 대한 방송을 보다가 문득 해녀가 슈퍼 히어로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시각적으로 수트같이 느껴지는 잠수복 때문이었지만 그뿐 아니라 거대한 바다 안에서 맨몸으로 물질을 하는 모습이 꽤나 용감해 보이기도 한 것이었어요. 우리도 모두 바다라는 삶에 던져진 사람이 아닌가 하는- 그렇다면 해녀는 충분히 멋진 히어로 같다. 이런 호감에서 시작됐습니다. 배경이 되는 바다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결국 용감하게 바다로 뛰어들게 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재밌게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제목 '아주르 스프링(AZURE SPRING)'은 우선 '청춘'이라는 단어의 한자 뜻(푸른 봄)을 그대로 프랑스어로 직역했습니다. 물론 엉터리입니다. 당시 불어권 지역에 연재가 보장되는 공모전에 당선이 된 작품이거든요. 따라서 현지 독자들에게 좀 더 인상적인 제목을 지어야겠다 하는 그런 얄팍한 마음이었습니다. 바다와 청춘은 닮은 점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둘 다 푸른 색상이 떠오르고, 불규칙해 나를 불안하게 만들고, 가끔 밤에 바라보면 무섭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탁 트인 풍광을 보면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가슴 벅참을 느끼게 되기도 하고요. 이런 감정을 담기 위해 작품에 전체적으로 파란색을 많이 썼고 제목에도 푸른색을 넣었습니다.”


Q. 작가님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웹툰 작가가 된 배경과 계기 등이 궁금합니다.

“어려서부터 만화 그리기를 매우 좋아해서 당연히 20살이 되면 만화가로 데뷔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제 안에 그림의 재능보다 게으름의 재능이 더 크다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차일 피일 작품 만들기를 미루며(지금도 끊임없이 미루고 있습니다.) 삽화 등 여러 그림 일을 하다가 교수님의 기획으로 브랜드 웹툰 작업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그 뒤로 이 작품도 만들고 계속 만화 창작 활동을 해올 줄 알았지만 다시 차일 피일 미루며 살고 있습니다.”

Q. 작가님이 평소 작품 활동에 영감을 받게 되는 영화나 드라마, 웹툰 등을 그 이유와 함께 소개해주세요.

“드래곤볼을 보면서 이렇게 친근하면서도 이쁘게 그릴 수 있구나 싶었고, 이탈리아의 지피(GIPI) 작가를 보면서는 자유로움을 느꼈습니다. 또 프랑스의 작가 겸 삽화가 바스티앙 비베스를 보며 이렇게 칼라 만화를 할 수가 있구나 싶어 인상 깊었습니다. 아, 허영만 선생님의 왠지 모를 문학적 분위기도 좋아합니다.”


Q. 작품의 연재 과정에서 어떤 점이 제일 힘들었나요. 그 시간을 어떻게 극복했나요?

“아직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공모전이 15화 내외 분량을 요구했기 때문에 작은 볼륨의 작품이 됐습니다. 아마도 극복했다면 더 길게 장편 만화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Q. 작가가 꼽은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각각 어떤 장면인가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안나가 덕현을 우연히 만나서 같이 붉은 바다 앞에서 홍합탕에 소주 마시는 장면과 마지막 수영대회 장면을 좋아합니다. 전자는 감정이 분위기와 색감 등으로 잘 표현된 것 같고, 후자는 주인공들이 결과가 어찌됐든 신경 쓰지 않고 삶이란 바다에 뛰어들 용기를 가졌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레진 웹툰 '아주르 스프링', 자료제공: 레진엔터테인먼트)

Q.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나 공개한 적 없었던 에피소드 있을까요?

“앞서 언급했지만 제 능력이 따라줬다면 안나가 어설프게나마 해녀가 돼가는 성장과정을 더 길고, 재밌게 그렸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덕현과 딸의 에피소드, 그리고 덕현을 따라 다니는 동생의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하고 싶은 게 많았지만 제 마음에만 간직 하는 걸로.”

Q. 작품을 꼭 읽었으면 하는 독자는 누구인가요. 독자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꼭 읽었으면 하는 독자는 없구요, 누군가 실수로 이 작품을 읽게 된다면 우리 누구나 가지고 있는 어설픔을 어설프게 만든 만화로구나...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구성의 완성도가 높거나 매끈한 전개가 있는 그런 작품은 아닙니다. 어설프지만 어설픈 대로 두리번거리는 인간을 나름 진솔하게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풋풋하고 파란 작품으로 느껴졌으면 좋겠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또 어떤 차기작을 구상 중이신가요?

“만약 제 지인이 이 질문을 본다면 벌써 지겹다고 할 것 같은데, '그림 그리는 원시인 만화'를 만들 거라며 몇 년째 떠들고 있습니다.(주변에 알리면 미루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준비라기 보단 방치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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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어설프고 게으르지만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언젠가 차기작을 들고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