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담은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을 수립 중인 가운데 13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8일 정은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장은 이날 서울 상의회관에서 열린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 산업계 토론회'에 참석해 "민간포럼이 발표한 권고안에 따른 국내 제조업의 전·후방 산업까지 고려한 고용감소유발 효과는 최소 86만명에서 최대 130만명에 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올해 말까지 UN에 제출할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 수립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지난 2월 관련 민간포럼이 발표한 권고안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은미 본부장은 "감축 수단에 대한 대안 없이 권고안대로 시행되면 2050년 제조업 생산의 최대 44%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는 곧 글로벌 경쟁우위를 갖고 있는 국내 기업의 위축이나 폐업을 의미한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제조업의 국내 생산기반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공론화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스플레이,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우리나라 주력 산업을 대표하는 산업협회들도 비슷한 지적을 내놨다. 앞서 마련된 민간포럼 권고안이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현실과 감축 수단에 대한 기본적인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만큼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연규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실장은 "디스플레이 업종을 포함한 국내 주력 업종들은 이미 세계 최고의 에너지효율과 기술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현재 감축 기술만으로 추가 감축은 어렵다"며 "산업 현실과 감축 기술의 발전 속도 등 보다 다각적인 측면에서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이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효수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팀장도 "민간포럼 권고안에 따르면 반도체를 생산하는 모든 기업은 공정가스저감설비를 100% 설치하고, 해당 설비의 가동률을 100%로 유지해야 한다"며 "저감 설비는 100% 설치는 가능하다 해도 가동률을 100%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간 30일 정도 소요되는 설비 유지보수도 할 수 없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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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토론회는 올해 2월 발표된 '2050 저탄소 사회 비전 포럼' 권고안에 대해 산업계 의견을 모아 정부에 제출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는 지난해 민간전문가 100여 명이 참여한 '2050 저탄소 사회 비전 포럼'을 구성, 온실가스 감축 수단별 실현 가능성을 기준으로 민간포럼 권고안에 2050년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 대비 최대 75%(1안)에서 최저 40%(5안) 감축하는 5개의 시나리오를 담아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