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대규모 손실을 불러온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 판매사에 소비자의 투자원금 전액을 책임질 것을 권고했다. 부실을 인지하고도 운용방식을 변경해가며 펀드를 판매함으로써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 분쟁조정에서 손실 100% 배상을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일 금감원은 전날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 무역금융펀드 4건을 심의한 결과 이들 모두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착오가 없었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중대한 문제가 발견된 만큼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원금 전액을 돌려줘야 한다는 의미다.
분조위는 "계약체결 시점에 이미 펀드 투자원금의 최대 98%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한 상황에서 운용사가 투자제안서에 수익률과 투자위험 등 핵심정보를 허위·부실 기재했다"면서 "판매사는 투자제안서 내용을 그대로 설명함으로써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판매직원은 투자자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임의기재하거나 손실보전각서를 작성하는 등 합리적인 투자판단의 기회를 원천 차단한 것으로 인정됐다"고 덧붙였다.
이는 금감원의 금융투자상품 분쟁조정 사례 중 가장 높은 배상 비율이다. 앞선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 사태 땐 투자 손실의 최대 80%를 배상하라는 결정이 나온 바 있다.
라임운용이 환매 중단 사태를 빚은 모펀드는 ▲플루토 TF-1호 ▲크레딧 인슈어드(Credit Insured) 1호 ▲플루토 FI D-1호 ▲테티스 2호 등 4개(총 1조6천700억원 규모)다.
분조위는 손실이 확정된 플루토 TF-1호 사례를 추려 심의에 올렸다. 해당 펀드는 2017년 5월부터 투자금과 신한금융투자의 총수익스와프(TRS) 대출 자금을 활용해 5개 해외 무역금융펀드에 투자했으나,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그룹'(IIG) 펀드로 문제를 빚은 바 있다.
특히 사실조사 과정에서 라임과 신한금투는 2018년 11월 부실을 인지한 이후에도 부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운용방식을 변경해 펀드 판매를 지속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한금투의 경우 IIG펀드 사무관리사로부터 청산절차 개시 통지를 받았음에도 환매자금 마련을 위해 여러 펀드의 투자구조를 바꿨다는 게 금감원 측 설명이다.
또 신한금투와 라임은 2019년초 미국 출장을 통해 IIG 투자금액 2천억원 중 약 1천억원의 손실가능성을 파악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나머지 투자피해자에 대해선 이번 분조위 결정 내용에 따라 조속히 자율조정이 진행되도록 할 계획"이라며 "조정절차가 원만하게 이루어질 경우 최대 1천611억원(개인 500명, 법인 58개사)의 투자원금이 반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분쟁조정은 당사자(신청인·금융사)가 조정안 접수 후 20일 이내에 이를 수락하면 성립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