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창업은 홀로 설 수 없다. 기술과 아이디어만으로 좋은 비즈니스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창업가는 항상 시장과 경제를 염두에 두고 아이디어의 실행과 비즈니스 발전 가능성, 대기업과 벤처캐피탈의 투자 가능성까지 차분히 논의하고 타진해야 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2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넥스트라이즈 2020' 개회식에 참석해 이 같이 밝혔다.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벤처기업을 육성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대기업과 스타트업, 벤처캐피탈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그의 지론이 고스란히 담긴 발언이다.
이동걸 회장은 "성장은 함께 할 때 가능하다"면서 "협업의 고리를 찾기 위해 모인 모든 기업이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근간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2회째를 맞은 '넥스트라이즈'는 산업은행과 한국무역협회가 벤처기업협회, 벤처캐피탈협회,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함께 마련한 스타트업 페어다. 산업은행 벤처투자플랫폼인 'KDB넥스트라운드'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기업과 스타트업간 협력 기회를 모색해 국내에 혁신창업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동걸 회장은 대한민국 경제를 한 번 더 일으키자는 취지로 이름을 '넥스트라이즈'로 붙였다.
행사는 대기업과 벤처캐피탈이 현장에서 스타트업과 만나 사업협력과 투자유치 방안을 논의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올해는 스타트업 200여 곳이 사업을 소개하며, 국내외 대기업 84개사와 벤처투자(VC)액셀레이터(AC) 35개사가 참여해 이들과 1천700건의 1대1 미팅을 갖는다.
특히 골드만삭스 아시아, 삼성넥스트, 현대차그룹, 네이버 클로바 등 기업이 투자와 혁신성장 전략을, 컬리와 샌드박스 네트워크, 스마트스터디 등 스타트업은 성공 스토리를 공유할 예정이다.
코카콜라와 포드 등 글로벌 대기업과의 온라인 컨퍼런스도 열린다. 룩셈부르크 경제부 장관, 실리콘밸리 우주항공 전문 액셀러레이터 스타버스트 부회장, 로레알 이사가 해외 혁신성장 정책과 규제 개선, 투자 트렌드, 오픈 이노베이션 등 주제를 다룬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도 이날 기조연설자로 참석해 현장의 스타트업 관계자와 소통했다. 창업가의 핵심 덕목으로 '근성'과 '인성'을 꼽은 그는 "코로나19가 4차 산업 시대를 앞당겼다"고 진단하면서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격려하기도 했다.
산업은행 내부에선 자금조달 가능성을 떠나 대기업과 스타트업, 벤처캐피탈이 소통한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현장에 부스를 꾸린 스타트업 관계자의 표정도 대체로 밝았다. 사업기회 모색과 투자자 확보, 서비스 홍보 등 목적은 제각각이지만, 대부분 이번 행사가 경영에 이정표를 제시할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쳤다.
인슈어테크 기업 보맵의 배승호 부대표는 "마이데이터 사업 시행에 앞서 금융과 유통, 헬스케어 관련 기업과 만나 친분을 쌓고 방향성을 논의한다는 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 "GS리테일과 현대홈쇼핑, 현대백화점, 현대카드 등과의 미팅이 예정돼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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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자율주행 라이다(LiDAR) 인지 솔루션을 개발한 뷰런테크놀로지의 김재광 대표는 "소프트웨어의 공급을 늘리려면 트랙레코드와 기술검증(PoC)이 요구되는 만큼 대기업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라며 "행사를 통해 회사를 알리고, 벤처캐피탈 등을 중심으로 투자 기회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식물 등에서 추출한 원료로 첨단 신소재를 만드는 에이엔폴리 노상철 대표는 "사업 규모를 키우기 위해선 협력사를 늘리고 투자자도 확보해야 한다"면서 "행사 중 소재 기업, 벤처캐피탈 등과 소통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지난해 산업은행 넥스트라운드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국내에서 5억원 정도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지금도 전략적투자자(SI)를 중심으로 투자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