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동산' 디즈니, 인종차별 아픈 역사와 씨름한다

디즈니랜드 테마곡 논란…디즈니+ 일부 카툰도 인종편견 비판 거세

인터넷입력 :2020/06/20 17:31    수정: 2020/06/21 07:4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디즈니가 인종 차별 문제와 정면으로 맞닥뜨리고 있다. 지난 해 출범한 OTT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에 포함돼 있는 인종 차별 논란 작품 처리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씨넷에 따르면 디즈니랜드에 있는 ‘스플래시 마운틴’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스플래시 마운틴은 디즈니랜드에 있는 인기 놀이기구다. 통나무 배 같은 기구를 타고 각종 동물과 노래 부르는 인형이 나오는 숲속을 돌아다니게 된다. 특히 마지막에 직각에 가깝게 쏟아져 내리는 급류를 타고 낙하하는 장면은 스릴 만점으로 꼽힌다.

디즈니랜드의 인기 놀이 코너인 스플래시 마운틴.

문제는 스플래시 마운틴의 배경 음악과 캐릭터가 디즈니의 1946년 개봉작 ‘남부의 노래(Song of south)’에서 따왔다는 점이다. 이 영화는 노예제를 찬양하고 흑인 인물 묘사가 흑인에 대한 선입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디즈니랜드서 '남부의 노래' 주제가 사용 논란

밥 이거 전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남부의 노래’가 요즘 시절엔 적절하지 않은 작품이라면서 디즈니 플러스에는 포함시키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남부의 노래’ 주제가인 ‘Zip-a-Dee-Doo-Dah’가 여전히 스플래시 마운틴에서 사용되고 있는 점이 문제가 됐다. 디즈니가 여전히 인종차별적 잔재를 벗지 못했다는 비판의 근거가 됐다.

현재 세계 최대 청원 사이트인 체인지(change.org)에는 스플래시 마운틴을 폐쇄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와 있다.

스윈번 대학의 제시카 발란자테귀 강사는 씨넷과 인터뷰에서 “일부 노래와 등장인물들이 여전히 디즈니 유산에서 매우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굉장히 이상한 상황이다”고 비판했다.

최근 미국에선 인종 차별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특히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엔 흑백 차별에 대한 비판 강도가 훨씬 거세진 상황이다.

덤보와 까마귀 떼들. (사진=디즈니)

HBO 맥스가 1939년 개봉작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목록에서 일시 삭제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조치다. HBO 맥스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흑인 학자인 재퀼린 스튜어트의 맥락 설명을 덧붙인 뒤 다시 목록에 올릴 예정이다.

디즈니가 안고 있는 어두운 역사 유물은 오랜 기간 논쟁의 주제가 돼 왔다.

특히 디즈니가 지난 해 디즈니 플러스를 선보이면서 인종 차별 문제를 지나치게 가볍게 다뤘다는 지적을 받았다. 1930, 40년대 뿐 아니라 1990년대의 문제 많은 작품들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 일부 영화엔 "구식 문화 묘사 포함돼 있다" 경고 문구

물론 디즈니 플러스는 일부 만화 영화에 대해선 “이 프로그램은 원작 그래도 제공된다. 작품엔 구식 문화적 묘사가 포함돼 있을 수도 있다”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1955년 개봉작 ‘레이디와 트램프’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샴 고양이 캐릭터는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을 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1941년 개봉작 ‘덤보’의 짐 크라우나 1994년작 ‘라이언 킹’의 하이에나 캐릭터는 소수 인종을 묘사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디즈니는 덤버 카툰 앞부분에 간단한 맥락 설명을 덧붙였다.

문제는 HBO 맥스와 달리 디즈니 플러스는 가족, 특히 어린이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인종 문제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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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란자테귀는 씨넷와 인터뷰에서 “디즈니는 이런 캐리커처들의 맥락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대화를 할 수 있도록 강력하게 설명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문제에 대한 질문에 대해 디즈니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씨넷이 전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