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다음주 구광모 LG 회장을 만나 전기차 배터리 사업 협력을 논의한다. 지난달 정 수석부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차세대 배터리 개발 및 사업을 논의한 바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또 조만간 최태원 SK 회장을 만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재계 그룹사간 전방위적인 전기차 동맹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오는 22일 충청북도 청주시 소재 LG화학 오창공장을 방문해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배터리 기술과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두 총수의 이날 회동은 비공개로 진행된다.
이번 만남은 LG그룹 측에서 현대차 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이전부터 배터리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현대차는 주로 LG화학 전기차 배터리를 채택해 왔는데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기존 파트너십 강화의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현대·기아차와 LG화학은 바로 전날(18일) 공동으로 전기차·배터리 분야 유망 스타트업 발굴 프로그램을 가동, 전기차 분야 경쟁력을 함께 강화해 나갈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미래 혁신을 이끌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발굴하고, 전기차 시스템·서비스 개발 역량을 키운다는 취지다.
또 22일 회동은 정 수석부회장이 지난달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해 이 부회장과 차세대 전기차 사업 관련 논의를 한 지 약 한 달 만에 만들어진 자리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은 2016년 LG화학 배터리가 채택된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출시한 후 삼성전자나 삼성SDI와의 협력 가능성을 내비친 적이 없었던 만큼, 당시 양사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졌다. 삼성SDI 천안사업장에는 전기차 배터리 파이널 라인이 있다. 이곳은 최신 공정을 마련해 해외 사업장으로 전파시키는 역할을 한다. 일각에서는 이를 정 수석부회장이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한 큰 이유로 보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장에서 전기차 안전을 강화하면서 주행거리를 대폭 늘릴 수 있는 차세대 전고체 전지에 대한 현황도 공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정 수석부회장이 조만간 SK 최태원 회장과도 만남을 가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기아차는 주로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채택해 왔다. 다만 이와 관련 각 회사는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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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는 2025년까지 총 44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이고, 이 중 절반이 넘는 23종을 순수 전기차로 출시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기존에 이어왔던 배터리 협력뿐 아니라 새로 만들어낼 전기차들을 위한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고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들 주요 그룹 총수들은 평소에도 막역하게 지내는 사이로 알려졌지만, 이처럼 단독 회동을 갖는 것은 드문 일이다. 재계에서는 4차 혁명시대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신기술 선점을 위한 합종연횡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전기차는 문재인 정부가 '한국판 뉴딜'로 육성하는 산업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3대 신성장 산업을 더욱 강력히 육성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