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 총수가 미래 전기자동차 배터리 산업을 놓고 첫 만남을 갖으면서 향후 어떤 형태의 비즈니스 결과물로 이어질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만약 두 사람의 만남이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배터리' 동맹으로 확대될 경우 산업적 파장과 의미는 매우 크다. 내연기관을 대체할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놓고 미래 전략에 고심하고 있는 두 회사 모두에게 윈윈 전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3일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이날 오전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삼성의 최신 전고체전지 기술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많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두 사람 사이에는 삼성SDI가 개발 중인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기술 현황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가 오간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이날 행보가 향후 전기차 사업에 대한 삼성SDI와 현대차그룹의 고민을 해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SDI는 그동안 제주전기차엑스포 등을 통해서 꾸준히 새로운 전기차 전지 기술을 선보였다. 지난해 5월엔 한번 충전으로 최소 620km 주행 가능한 배터리셀을 2021년에 생산하겠다는 뜻을 전했고, 지난해 9월 열린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는 700km 주행 가능한 고출력 배터리 셀, 모듈, 팩등을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삼성SDI는 아직까지 국내 완성차 업체들과 이렇다한 사업 협력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현대차그룹도 그동안 주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써왔다. 또한 지난 2016년 LG화학 배터리가 들어간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출시한 후 삼성전자나 삼성SDI와의 어떤 협력 가능성도 언급한 적이 없다.
따라서 이날 두 사람의 만남을 통해 향후 현대기아차가 생산할 전기차에 삼성SDI 배터리가 채택될 지 관심사로 떠 오른다.
현대차그룹의 아킬레스 건은 다른 완성차 업체와 달리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늦게 적용했다는 점이다. 기존에 출시된 아이오닉 일렉트릭, 코나 일렉트릭, 니로 EV, 쏘울 부스터 EV 등은 모두 내연기관 차량을 조금식 바꿔 재활용해 만들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CES 전시회 등을 통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도면을 공개했지만, 다른 세계 유수의 경쟁사와 달리 평균 2년 가량 늦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 전기차의 국내 공인 주행거리도 약점이다. 코나 일렉트릭의 경우 한번 충전으로 최대 406km까지 갈 수 있는데, 이는 440km대를 갈 수 있는 테슬라 모델 3보다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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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따르면 내년 출시될 현대차 NE(프로젝트명) 전기차와 기아차 SV 전기차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탑재와 동시에 기존 전기차와 전혀 다른 고성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현대기아차는 사전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과 미래 전기차 배터리 탑재에 대한 협력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미래 비전 발표에 따라 내년 출시될 전기차 두 종뿐만 아니라 2025년까지 전기차 23종을 만들어내야 한다. 기존에 유지한 파트너십 뿐만 아니라 새로운 배터리 기술을 탑재시키고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과제를 떠안고 있는 것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이날 삼성SDI 공장을 직접 방문한 것도 이같은 고민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공개한 전고체전지 기술은 1회 충전에 최대 800km 주행이 가능하고, 1천회 이상의 배터리 재충전이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아직 상용화 계획은 없지만, 정의선 부회장이 삼성 전고체 전지 기술을 높게 평가한다면 얼마든지 현대차그룹 차세대 전기차에 삼성SDI가 만든 차세대 배터리가 들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