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기소 여부 '외부 전문가' 판단 받는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관련 불법 경영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기소 여부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판단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부의심의위원회는 11일 오후 2시부터 이 부회장 측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에 따라 회의를 열고 논의한 끝에 해당 사건을 심의위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이날 회의는 3시간40분 가량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기 위한 제도로, ▲수사 계속 여부 ▲기소 또는 불기소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기소 또는 불기소된 사건의 적정성·적법성 등을 평가하는 역할을 한다.

이날 소집을 결정한 부의심의위는 검찰시민위원회 위원장이 무작위로 선정한 시민위원 15명으로 꾸려졌다. 시민위원에는 교사와 전직 공무원, 자영업자, 대학원생, 의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검찰과 삼성 양측이 전날 제출한 각 30쪽 분량의 의견서 4건을 검토해 판단을 내렸다.

수사심의위는 시민들로 구성되는 부의심의위와 달리 법조계, 학계, 언론계 등 외부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된다. 부의심의위가 규정에 따라 조만간 검찰총장에 수사심의위 소집요청서를 송부하면, 검찰총장이 소집 절차에 돌입한다. 법조계는 심의위가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 달 안에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사심의위의 전문가들은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이 제출한 각 30쪽 분량의 의견서와 양측의 입장을 듣고 삼성 합병의혹 사건 관련 신청인에 대한 수사 계속 여부와 기소 여부를 가리게 된다. 검찰과 삼성 측은 수사심의위에서도 기소의 필요성과 불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날 검찰은 수사가 공정하게 진행돼 수사심의위가 필요치 않으며, 법원이 이 부회장 기소 방향에 대한 일차적인 판단을 내렸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제도 취지에 맞게 외부인 시각으로 기소 여부를 심사해야 한다고 항변했다. 법원 기각 사유에 대해서는 "구속사유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것이고 기소 판단은 아니다"라고 했다.

만약 부의심의위를 거쳐 수사심의위가 열린다고 해도 여기에서 나온 결론은 권고에 그치기 때문에 검찰이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검찰이 이미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사안인 만큼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심의위 권고에 반해 기소를 하게 될 경우 검찰에게는 여론의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