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에 스마트계량기 보급도 '올 스톱'

대면 설치작업 쉽지 않아…전력망 스마트화 차질

디지털경제입력 :2020/06/04 13:06

정부가 주택 전력망 스마트화를 위해 확대 중인 지능형원격검침인프라(AMI) 보급이 코로나19 확산으로 난관에 봉착했다.

교체 작업 시 꼭 필요한 대면 업무가 코로나 감염 확산으로 중단되면서 올해 보급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AMI는 새로운 주택용 전기요금제 시행에도 꼭 필요한데, 한전이 지난해 시범사업까지 진행한 신 요금제의 연내 도입 가능성도 요원하다.

4일 에너지공단과 한전 등에 따르면 지난달 초를 기준으로 전국 주택 AMI 보급률은 약 40%에 머물러있다. 지금까지 스마트미터기(계량기)를 교체·설치한 주택은 900여가구로, 이는 정부가 올해 보급 목표량으로 제시한 2천250만 가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력 계량기. (사진=한국전력)

AMI는 양방향 통신이 가능해 주택 등에 설치 시 소비자가 전력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검침원이 일일이 주택을 방문해 확인하는 이전 방식과 달리, 시간대별 요금 정보를 쉽게 알 수 있어 전력 사용량을 효율적으로 관리 가능하다.

정부는 전력망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연계한 스마트그리드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주택 전력망 스마트화를 이끄는 AMI 보급도 스마트그리드 확산에 필수적이다. 이에 지난 2010년부터 신축 주택을 중심으로 AMI 보급이 시작됐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보급 속도가 점차 빨라지는 듯 했다.

그러나 올 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교체·설치 작업이 사실상 중단됐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한전 남서울 지역본부 관계자는 "거주인이 작업을 할 수 없고, 직접 직원이 나가 기존 계량기를 철거하고 새 미터기로 교체해야 하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업무가 크게 어려워졌다"며 "지난해까지 설치율이 30% 후반대로 부진해 올해 설치 작업에 신경써달라는 지시도 내려왔지만,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신축 주택보다는 노후 계량기 교체 작업이 필요한 구축 주택을 중심으로 AMI 설치 실적이 낮게 나타나고 있다. 한전 서인천지사 관계자는 "직접 가구를 방문해 교체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비대면·비접촉이 원칙이라 고객 동의를 받는 것도 쉽지 않다"며 "오래된 계량기 고장 신고도 잇따르는데 대면 작업이 어려워 리콜(회수조치)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AMI 보급 속도가 더뎌 난감한 건 정부도 마찬가지다. 매년 반복되는 전기료 누진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올해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신 요금제 도입을 앞뒀기 때문.

'계시별 요금제'로 알려진 새로운 주택용 전기료 제도는 각 가구에서 측정된 전력 사용량을 바탕으로 계절과 시간대별로 분류해 금액을 차등 부과한다. 같은 양의 전기를 사용하더라도 주간과 야간, 계절에 따라 요금이 달라질 수 있어 비교적 저렴한 시간대에 맞춰 소비자 스스로 전기를 합리적으로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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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한전은 이미 지난해 서울·경기·인천·대전 등 AMI가 이미 보급된 아파트단지 2천48가구를 대상으로 실증 사업도 마친 상황. 이 요금제를 시행하려면 원격으로 전력사용 정보를 제공하는 AMI가 각 가구에 설치돼있어야 하지만 보급률이 미미한 것이 문제다. 우선 준비가 되는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새로운 요금제를 도입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공개한 '그린 뉴딜' 정책에서도 AMI 보급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산업부가 지난 3일 발표한 3차 추경 예산안에도 포함됐다. 산업부는 일반 주택 외에도 아파트용 스마트미터기 보급 사업에 앞으로 353억원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산이 뒷받침돼도 코로나19 확산으로 당장 보급을 가속할 수 없어 모두가 난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