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코딩교육이 의무화되고 대학입시 소프트웨어 특기자 전형이 시행되면서 국내에서 코딩 교육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코딩 열풍으로 인해 고가의 코딩 학원이 등장하는 등 사교육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린이들에게 무상으로 코딩교육을 제공하고 있는 코드클럽이 주목 받고 있다.
코드클럽은 2012년 영국에서 시작한 비영리단체다. 교육용 초소형 컴퓨터를 개발, 판매하는 라즈베리파이재단에서 교육 분야 사회공헌 활동을 위해 시작했다.
설립 이후 지금까지 코딩교육 콘텐츠를 발굴하고, 봉사자에게 교육 커리큘럼과 운영 시스템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코드클럽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160개국에 1만여 개의 클럽이 형성되어 코드클럽 프로젝트를 활용한 무상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인가로 2017년에 사단법인 코드클럽 한국위원회가 공식으로 설립되었다. 청소년 교육 비영리단체로서 국내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무상 코딩교육을 기획하고 제공 중이다.
코드클럽 한국위원회는 지난 달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조현정 이사장과 장진혁(코드클럽 사회공헌팀 팀장) 사무국장을 새롭게 선임하였다. 코드클럽 설립 3년을 맞이해 새롭게 선임된 장진혁 사무국장을 만나보았다.
Q: 코드클럽 한국위원회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A: 코드클럽의 컨셉은 단순하다. 교육기부자와 함께 실천하는 지역기반 학습 프로젝트다.
우선 전국에서 코딩교육기부를 희망하는 봉사자를 모집한다. 봉사자에게 한국어로 번역이 완료된 코딩교육 프로젝트와 코드클럽 운영 시스템에 대해 알려주고, 활동 가능한 학습장소 연결해준다. 봉사자는 코드클럽의 콘텐츠를 가지고 지역의 어린이들에게 교육기부를 실천한다.
코드클럽 사무국에서는 일련의 교육기부 프로세스가 이루어질 수 있게끔 지원하고 운영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세계 공통의 코드클럽 프로세스다. 라즈베리파이재단과 코드클럽 월드에서 만들어내는 공통의 코딩교육 프로젝트를 활용하여 진행한다.
코딩교육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의 교육콘텐츠를 국내에 도입하는 역할도 우리 사무국의 큰 부분이다. 세계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코드클럽 프로젝트를 한국어로 번역하여 국내에 도입하고 있다. 반대로 국내에서 만들어진 코딩 프로젝트를 외국에 소개도 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최대한 많은 청소년에게 코딩교육의 기회와 코딩경험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코딩교육 지원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겠다 싶은 코딩교육 콘텐츠가 있다면 가리지 않고 하는 편이다. 교육에 적합한 교육콘텐츠 개발이나 중고등학생 대상 해커톤, 어린이 대상 프로젝트 교육, 지역자치단체와 연계한 대학생 강의, 강사양성과정 등. 코딩교육의 대상을 다분야로 계속 넓혀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꼭 소개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 ‘코드52@서울(Code52 @Seoul)’이라는 프로그램이다. 현역에서 활동하는 소프트웨어분야 전문가 52명을 모아서 시작한 교육기부 실천 프로젝트다.
52명의 전문가가 매주 토요일, 1년에 한 번씩만 릴레이로 교육기부를 실천하면, 지역의 아이들은 1년 내내 양질의 코딩교육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 개발자, 강사양성과정 수료자, 코딩학원 강사, 엔지니어 등 다양한 분들이 참여하고 있다.
Q: 코드클럽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코딩교육 의무화가 발표되고 나서 우후죽순 생겨나는 고가의 코딩학원을 보며 웃기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진행되다 보면 결국 코딩 분야에서도 아이들이 느끼는 교육의 격차가 점차 심해질 것이라 생각했다.
코딩 본질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학교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빠르게 코딩을 먼저 배우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더불어 코딩에 흥미가 있고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싶은데 사정이 넉넉지 않은 아이들에 대해 고민했다. 코딩은 미래인재에게 굉장히 중요한 소양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사회에서 필수소양으로 요구하면서, 필수소양에 대해 금전적인 대가를 투자해야만 배울 수 있는 현실이 아쉬웠다. 여유가 없는 아이들에게 우리가 미약하지만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조금이라도 어릴 때, 조금이라도 많은 어린이에게 조금이라도 더 다양한 교육의 기회, 경험의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어릴 때 다양한 분야에서 직접 경험을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알고 봤더니 나에게 어떤 악기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었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다만 내가 그 악기를 연주해본 경험이 없기에 소질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고 커왔을 수도 있다. 마찬가지다.
어떤 아이가 코딩의 다양한 주제와 교구를 접해보고, 직접 코딩을 경험해보면 그 아이의 진로와 미래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수 있는 일 아닌가. 코드클럽에서 진행하는 교육은 코딩 지니어스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교육은 아니다. 되도록 많은 어린이에게 이러한 경험과 교육의 기회를 조금이라도 더 주고자 코드클럽을 시작하게 되었다.
Q: 다양한 교육 활동을 하고 있는데, 운영에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A:코드클럽의 코딩교육 프로젝트는 세계적으로 200여 개가 넘게 있다. 주제도 굉장히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에서는 스크래치 프로그램을 활용한 블록 코딩과 HTML&CSS, Python 등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주로 주제로 하여 어린이들을 가르친다.
봉사자 교육 때 꼭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 교육 대상자, 청소년들의 창의성과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다. 코드클럽에서 기본적으로 코딩교육 프로젝트를 제공하지만, 단순히 이 프로젝트를 순서대로 따라만 하게끔 가르치지 않는다.
아이들은 어떤 프로젝트를 주면 그대로 따라서 하는 경향이 있다. 순서대로 따라가며 주어진 프로젝트에서 제시하는 결과와 같은 결과를 만드는 일을 최우선으로 진행을 한다.
순서대로 따라가면서 프로젝트에서 제시하는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습득하고, 스스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더욱 좋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제공하는 프로젝트와 아이들이 다른 결과에 도달했다고 나무라지 않는 것을 굉장히 중요시하고 있다.
Q: 코드클럽에서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A:경기도 시흥시에서 초등, 중등, 고등, 가족 대상으로 각각 코딩 메이커 교육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라즈베리파이를 활용한 교육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10살 정도 되는 아이가 계속해서 흥미를 보이더라. 사실 이 교구가 초등학생이 접하기엔 다소 어려운 교구다.
처음에는 10살 어린이가 배우기엔 내용이 다소 어려우니 다른 교육을 받으면 어떻겠냐고 안내했다. 어린이 고집을 꺾기는 어렵더라. 하는 수 없이 청강 형태로 따로 수업을 듣게 했는데 웬걸, 너무나도 수업을 잘 따라오더라.
너무 놀라서 전에 같은 걸 배운 적이 있냐고 물어봤는데, 처음이라고 하더라. 이후에 코드클럽에서 진행하는 라즈베리파이 수업을 알려줬더니 경기도 시흥시에서 성수동에 있는 교육장까지 한 달 동안 꼬박꼬박 라즈베리파이 교육을 들으러 왔다. 교육 마지막 날, 코드클럽 덕분에 많은 것을 구경하고 배워서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관련 교육을 계속 받고 싶다는 편지를 받는데 기분이 묘하더라.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경험의 기회를 주고자 일을 시작했는데, 오히려 고정관념으로 이를 막은 것은 아닌가 반성하게 되었다.
다른 하나는 코드52@서울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초등학생이다. 초창기 코드52는 참가비를 하나도 받지 않는 완전 무상교육으로 진행했다. 무료교육이다 보니 학부모님들이 교육 진행을 너무 쉽게 생각하시는지 신청하고 오지 않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이를 방지하고 시범적으로 몇 개월 동안만 자율 기부금을 받았다. 프로그램 시작 이후 월마다 꼬박꼬박 참가하는 학생이 있었는데, 알고 봤더니 학생이 자신의 용돈을 쪼개 기부를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 좋고, 낸 기부금이 또 다른 아이들에게 코딩교육의 기회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무척 뿌듯하다고 하더라. 초등학생의 한마디 한마디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관리자로서 큰 감동이었다. 아무래도 현장에서 청소년들과 직접 마주치는 일이 많다 보니 굉장히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생겨난다. 그럴 때마다 코드클럽이 시작하게 된 계기와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다짐하게 된다.
Q: 코드클럽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이 있다면?
A: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 아무래도 비영리단체의 사무국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수익적인 부분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매우 많은 사람에게 받은 질문이 있는데, 바로 비영리단체가 왜 수익사업을 진행하냐는 물음이다.
비영리단체라고 해서 수익을 전혀 내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사업으로 생긴 수익을 어디에 쓰는지가 중요하다. 수익사업을 통해 생긴 수익은 전액 그대로 코드클럽의 사회공헌 활동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비영리단체가 수익을 창출하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 종종 기운 빠지는 일이 있다.
이런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시선들은 사무국을 운영하는데 있어 큰 어려움 중 하나이다.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면서 발생한 코드클럽의 수익을 정보격차 해소와 어린이들을 위한 무상 코딩교육을 위해 사용하고 있음을 많은 분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비영리단체 수익의 큰 부분은 아무래도 민간의 기부금, 후원금이다. 청소년들의 무상 코딩교육을 위해 개인과 기업의 후원을 끌어내는 일에 벅찬 부분이 있다. 위에서 말했듯이 코드클럽의 기부금은 모두 아이들의 코딩교육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기부금 사용에 대해서도 매년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그럼에도 후원을 유치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
어린이들에게 코딩을 가르치는 일이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지금 가장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 대한 일은 아닐 수 있다. 그래도 코딩이 미래 인재의 필수소양이 된 지금,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있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많은 분이 교육기부, 봉사 활동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코드클럽 파트너국들과 정보 교류를 하다 보면 우리나라의 봉사와 기부 문화가 외국과는 다름을 종종 느낀다. 교육기부는 아무나 할 순 없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활동이다.
코드클럽을 통한 코딩교육기부는 굳이 전공자거나 코딩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참가가 가능하다. 코딩을 모르더라도, 코드클럽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를 학습하면 지역의 어린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정도의 소양은 갖출 수 있다. 너무 어려워하거나 두려워 말고, 시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Q: 코드클럽 설립 3년 차, 새롭게 사무국장에 선임된 소감은?
A: 많이 부담도 되지만, 자긍심과 함께 책임감을 느낀다. 우리나라에 코딩 분야에서 비영리단체가 얼마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긍심과 책임감을 지니고 비영리 코딩교육 단체로써 우리나라에 자리를 잡고 자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하고, 우리가 제공하는 기회적 평등이 교육의 결과적 평등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이번에 나뿐 아니라 비트컴퓨터의 조현정 회장님이 새롭게 이사장으로 취임하셨다. 코드클럽에 도움을 주고 계시는 고마운 분들이 많다. 지난 3년은 코드클럽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와서 자리를 잡고자 땅을 다져온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시간은 새로운 이사장님을 모시고 도약하는 코드클럽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Q: 코드클럽 한국위원회의 앞으로의 계획은?
A: 그동안 진행해왔던 코드클럽의 사회공헌 활동들을 지속하면서도 코드클럽의 활동과 내용을 더욱 많이 알리는 일에 보다 더욱 집중하고자 한다.
코드클럽이 가장 먼저 시작된 코드클럽 영국의 최대 후원사는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이더라. 우리나라 기업이 ‘코드클럽 코리아’가 아닌 ‘코드클럽 영국’에 많은 후원을 하고 있다니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우리가 해온 일들을 많이 알리지 못해 이런 일들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비영리단체로써 진행해왔던 다양한 활동들을 많이 알리고 이를 통해 개인과 기업의 후원을 더욱 유치하고자 한다.
고유 목적사업인 코딩교육기부 문화 확산과 활성화, 글로벌 코딩교육 콘텐츠 국내 도입, 다양한 코딩교육 사업을 지속하는 것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현재 운영 중인 ‘코드클럽 소프트웨어교육기부단’ 운영에 더욱 집중하여 규모를 확장할 예정이다.
권역별로 총 8개의 거점 도시를 선정하고, 거점 도시의 전공 대학생 동아리를 발굴하여 교육기부자 참여와 지역 참여를 증대화 할 예정이다. 이후 거점 도시를 12개, 16개로 순차적으로 늘리며 전국에서 코드클럽 봉사단이 운영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체계화할 예정이다.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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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수도권 지역에서만 진행되고 있는 코드52@서울 프로그램을 올해는 지방에서도 열릴 수 있도록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 대구, 부산 지역의 커뮤니티와 협의 중이며 올해 안에 지역에서도 코드52 프로그램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
마지막으로 청소년 메이커 발굴을 위해 지난 2년간 진행해온 ‘메이커 히어로즈 인 코리아’(Maker Heroes in Korea)’ 청소년 참가 공모전도 올해 지속 개최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