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품질 향상에 데이터 분석은 필수...국내도 쫓아가야"

[응답하라! 데이터 2020] ④한국공인회계사회 김태식 회계정보분석팀장

금융입력 :2020/03/31 14:46    수정: 2020/03/31 16:42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기업들도 분주해졌다. 수집에만 그쳤던 데이터를 분석하고 결합, 가공도 가능해진데다 유통할 수 있는 길까지 열렸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내건 '데이터 경제 시대'에 발맞춰 뛰고 있는 기업들의 2020년 데이터 전략을 격주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신한은행 'CASH' 데이터로 고객 자산 가치 높인다"

② "데이터 분석 기술 내재화로 은행업무 진짜 혁신하겠다"

③ "AI·빅데이터로 '레고 블록'같은 모듈형 상품 내놓을 것"

한국공인회계사회 김태식 회계정보분석팀장.(사진=지디넷코리아)

④ "감사품질 상향에 데이터 분석은 필수...국내도 쫓아가야"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외부감사인법 시행에 맞춰 감사 품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데이터 분석을 눈여겨 보고 있다. 공인회계사회는 2018년 말부터 기본적인 회계 지식에 통계와 데이터베이스, 코딩까지 가능한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 민간 자격증 시험을 준비해왔다. 올해 12월 민간 자격증인 '재무빅데이터 분석사' 시험이 치러질 예정이다.

이 자격 시험을 준비해온 한국공인회계사회 김태식 회계정보분석팀장은 전문 지식과 데이터 분석, 코딩의 결합은 시대가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미국공인회계사회가 데이터 분석과 블록체인과 클라우드, 자동화된 기기와 기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김태식 팀장은 "시대를 거부하는 기존 전문인력은 배제하더라도, 세계 무대에서 경쟁해야 하는 젊은 친구들이 데이터 분석을 배제한다면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이 될 것"이라며 "올해를 회계사회의 데이터 분석 원년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美회계사회, 감사 증거 공개 초안에 블록체인·클라우드 등 구체안 담아

서울 서대문구 공인회계사회 사무실서 만난 김태식 팀장은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운을 뗐다. 김 팀장은 "미국공인회계사회와 국제회계사연맹이 있는데 2019년에 낸 감사 증거(Audit Evidence) 공개 초안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내용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이 있으며 회계인과 감사인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한 것인데 그 기준에 구체적으로 블록체인과 클라우드 등의 표현이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블록체인에 올라온 기업 데이터를 어떻게 얻어서 볼 것이고, 바코드 리더기가 달린 드론에서 읽어들이는 재고 데이터를 활용할지 등의 이야기"라면서 "원문에선 자동화된 기기와 기술(Automated tools and technique)이라고 표현했는데, 뜬 구름을 잡는 식이 아닌 디테일하게 혁신 기술에 대해 설명했고 감사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고 기술돼 있었다"고 부연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김태식 회계정보분석팀장.(사진=지디넷코리아)

김 팀장은 "감사 기준에 이런 얘기가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전문가나 윤리 기준은 굉장히 보수적이라 기술 등 다양한 변화 막바지에서 바뀌기 때문"이라며 "감사 증거 공개 초안의 변화는 결국 대세가 될 것이다라는 상징이기도 하다"고 의의를 강조했다. 또 그는 "공개 초안이지만 최종안이 2021년쯤 나올 텐데 그럼 미국은 물론이고 국제공인회계사연맹도 채택할 것"이라면서 "시간 차이일뿐이지 한국도 다른 나라도 다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데이터 분석, 감사 품질 높이고 시간 절약도 가능

김태식 팀장은 데이터 분석 능력이 감사 품질은 물론이고 회계업무의 시간을 단축시킬 것으로 봤다. 그는 "문자인식으로 수 백 장의 계약서를 대량으로도 분석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사람이 놓치거나 실수할 수 있는 여지를 줄이며 계약서를 눈으로 확인하는 시간을 줄이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또 그는 "알고리즘을 코딩으로 만들어 회계 데이터를 분석하다가 숫자가 맞아야 할 부분이 맞지 않으면 재차 확인할 수도 있다"면서 "사전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직접 살펴봐야 할 것과 넘길 것을 판단하는 것만 해도 시간 효율성 면에서 큰 차이가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나라서 외부감사법 제정으로 감사 시간과 감사 품질에 대한 표준이 만들어진 만큼 데이터 분석은 대기업의 회계 감사 품질을 확고히 높일 수 있다는 게 김 팀장의 견해다. 그는 "수작업으로 기업 회계 데이터를 본다고 하면, 거래 데이터만 엑셀 행으로 수 억건"이라며 "가능하면 대량의 빅데이터를 다루고 회계사도 기본적으로 빅데이터를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미 많은 국내 대기업이 ERP시스템을 도입한 상태기 때문에 회계사들의 데이터 분석 요구는 옵션이 아니라 시대적 소명이라는 점도 짚었다.

올해 12월 치러질 재무 빅데이터 분석사 자격 시험 내용.(자료=한국공인회계사회, 지디넷코리아)

그는 "이미 데이터 분석과 담을 쌓은 기존 전문인력은 차치하고서라도 적어도 떠오르는 세대에겐 교육을 시켜야 국가적 손실을 막을 수 있다"면서 "국가적으로 코딩 교육의 방향성과 교육자에 대한 합리적인 대우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1회 재무 빅데이터 분석 자격 시험 올 12월 치룬다

공인회계사회에서는 데이터 분석이 필수적인 회계사가 갖춰야 할 능력이라고 보고 민간 자격 시험인 '재무 빅데이터 분석사' 시험을 준비했다. 그는 "2018년 말부터 검토해 1년 반의 준비 과정을 거쳐 올해 12월 1회 시험이 열릴 것"이라며 "공인회계사회뿐만 아니라 데이터 분석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과 일반인에게도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점쳤다.

그는 "아주 깊이 있는 데이터 분석 능력은 아니더라도 어디가서 데이터를 받고 기본적인 파이썬 코딩 능력을 활용하는지를 검증하는 시험"이라며 "이 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적어도 회계법인에 들어가 감사업무를 할 때 버벅대지 않고 하는 것,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게 목적이었다"고 부연했다.

재무 빅데이터 분석사 시험은 1급과 2급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2급 합격자만 1급 시험을 응시할 수 있다. 2급 응시 과목은 ▲데이터베이스 ▲통계 ▲회계 ▲파이썬 ▲프라우딧(Fraudit) 활용한 데이터 분석이다. 그는 "주관식과 객관식도 있지만 코딩을 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체감 난이도는 높을 것이라고 예상한다"면서 "미국공인회계사회가 올해부터 데이터 분석에 관한 문제를 출제할 예정이고 국내 공인회계사회 시험도 이 경향을 따라갈 것으로 보여 많은 이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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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식 팀장은 시대적 흐름에 빠르게 쫓아가야 한다며 전문적인 지식과 코딩 교육의 결합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코딩을 배워서 어디다 쓰냐고 물어보는데, 이는 자신의 업무 분야서 코딩을 어떻게 활용할지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라며 "효과적인 코딩 교육은 수강자가 일하는 도메인 분야서 코딩을 잘 아는 사람이 가르치는게 좋다"고 평했다.

김 팀장은 경영학과를 졸업해 2016년 처음 파이썬으로 코딩의 길에 입문했는데 회계와의 접목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고생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회계사면서 코딩을 잘 아는 사람이 회계사에게 이런 코드로 하니 이런 업무가 가능하더라, 이 오류는 이렇게 잡으면 된다와 같은 팁을 주면 시간이 얼마나 절약되겠느냐"고도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