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기업들도 분주해졌다. 수집에만 그쳤던 데이터를 분석하고 결합, 가공도 가능해진데다 유통할 수 있는 길까지 열렸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내건 '데이터 경제 시대'에 발맞춰 뛰고 있는 기업들의 2020년 데이터 전략을 격주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신한은행 'CASH' 데이터로 고객 자산 가치 높인다"
② "데이터 분석 기술 내재화로 은행업무 진짜 혁신하겠다"
③ "AI·빅데이터로 '레고 블록'같은 모듈형 상품 내놓을 것"
NH농협은행 빅데이터센터단은 올해 큰 변화를 맞았다. 독립적 조직이였던 빅데이터센터단의 이름이 빅데이터전략단으로 바뀌었으며, 디지털마케팅부에 소속됐다. 빅데이터전략단에는 빅데이터전략팀과 디지털전용상품지원팀이 신설됐다. 은행 영업의 최전방 부대로 꼽히는 마케팅부에 배치되면서 빅데이터전략단도 바빠졌다. 상품 개발과 판매, 마케팅까지 영업의 전 분야에 필요한 데이터와 데이터 분석, 전략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만난 NH농협은행 이상엽 빅데이터전략단장은 "빅데이터 관련 부서를 신설한지 2년이 흘렀기 때문에 가치를 만들어 내는데 다들 집중하는 분위기"라며 "현업에 들어가 좀 더 성과를 내고 데이터 활용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일하는 분위기를 확산하는 것이 올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상엽 단장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고객 행동 의도 분석으로 인공지능 마케팅, 레고 블록과 같이 딱 맞춘 듯한 상품 개발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은행의 기본 '상품'...밀레니얼·씬파일러 잡는다
이상엽 단장은 팀 내에 디지털전용상품지원팀이 신설되고 디지털마케팅부에 포함된 조직 개편이 빅데이터 전략에 가장 중요한 변화라고 진단했다. 그는 "은행의 가장 기본은 상품인데, 이제까지 상품은 고루했다"며 "초기와 후기 밀레니얼 세대와 씬파일러에게 부족한 부분들이 있었는데 데이터 기반으로 보완해 상품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가 귀띔한 콘셉트는 '레고 블록형 상품'이다. 갖가지 모양의 블록만 있으면 자동차가 되거나 바이킹이 되기도 하는 레고 블록처럼 고객 성향에 따라 상품 모듈을 만들고, 고객에게 맞는 모듈만 제공해 구미에 딱 맞는 상품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 단장은 "뒷단에 다양한 모듈을 만들어 놓고 A란 고객이 접속하면 데이터 기반으로 A란 고객에게 맞는 B상품을 보여줘 가입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레고 블록형 상품은 상품 개발의 시일을 줄여줄 것으로 진단했다. 이상엽 빅데이터전략단장은 "유행에 맞춰 신속히 상품을 내놔야 하는 데 예·적금 상품 개발은 보통 2~3개월, 대출 상품은 4~5개월까지 시간이 걸려 1년에 2~3개 신상품을 내놓는 상황"이라며 "특성에 맞게 모듈로 만들고 이를 조립만해서 상품을 내놓으면 상품 개발부터 출시까지 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빠른 상품 출시를 위해 마켓 테스터 센터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상엽 단장은 "상품이 뭐가 성공할 지 알기 어려워진 시대"라면서 "특정 세그먼트나 특정 영업점 몇 군데를 지정한 후 상품을 판매하는 방안을 고민했는데, 이러더라도 금융감독원의 약관 심사 절차는 줄어들지 않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밀레니얼 세대가 자주쓰는 간편결제 이용 금액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이용금액에 맞는 이자와 한도를 주는 대출 상품도 고안 중이다. 이 단장은 "가능성은 많지만 금융 이력이 부족한 씬파일러를 은행서 취급하기 쉽지 않은데 빅데이터를 통한 대안신용평가로 씬파일러도 세분화한다면 은행도 변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 단장은 또 상품 기획 후 판매가 잘 될 지, 아니면 어려울 지도 시뮬레이션해 결과를 예측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상품을 내놓고 잘 되는 건 신경쓰지만 잘 안팔리는 상품은 아무도 신경을 안쓴다"며 "1개월 만 판매 추이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잘 될 지를 가늠할 수 있는데 잘 나가는 상품은 밀어주고 그렇지 않은 상품은 어떤 요인을 보완해야할 지도 제시하겠다"고 부연했다.
■ 의도를 읽어주는 인공지능...마케팅 절차도 개선
디지털마케팅부 소속이 된 만큼 마케팅 전반도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는 것도 올해 빅데이터전략단의 주요 과제다. 이 단장은 "고객 하나하나의 역사를 인공지능으로 확습한 뒤, 특이 행동을 발견하고 곧바로 마케팅하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을 한 의도를 분석한 후 마케팅을 하는 인공지능(AI) 마케팅을 추진 중에 있다"고 운을 뗐다. 이 단장은 "고객을 깊이 알고 적합한 상품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의도 파악이 중요하다고 본다"면서 "의도 파악이 되냐 안되냐가 기존 마케팅과 AI마케팅·초개인화 마케팅과 선을 그을 기준"이라고 짚었다.
의도 파악 분석과 이에 대한 머신러닝에 대한 인력 수요의 부족, 아직까진 디지털마케팅에 최적화되지 않은 은행 시스템이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전제했다. 그는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 회사에선 로그 분석이 기본인데 은행에서는 완전하게 무결점으로 시스템이 돌아가는 것에만 이제까지 신경을 써와 마케팅 시스템은 다소 미흡한다"면서 "고객 별로 태그를 달고 해야 하는데 규모도 크다 보니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로그 분석으로 도출한 고객의 상품 가입 프로세스에 대한 데이터를 대면과 비대면서 공유할 수 있게 만들 계획이다. 고객이 모바일 뱅킹서 '00대출'을 찾았단 데이터를 은행 지점과 공유한다면, 추후 고객이 지점을 찾았을 때 '왜 오셨어요?'가 아닌 '00대출' 상품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다. 이 단장은 "고객이 탐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다. 정말 필요해서 가입하려고 알아보는 단계이기 때문"이라며 "가입 절차 중 어디서 나갔는지를 확인해 그 단계부터 대면이나 전화 상담으로 연결시켜주는 작업도 고안 중"이라고 얘기했다.
■ 데이터 거래소, 은행이 핀테크와 협업할 모멘텀
관련기사
- "데이터 분석 기술 내재화로 은행업무 진짜 혁신하겠다"2020.03.12
- "신한은행 'CASH' 데이터로 고객 자산 가치 높인다"2020.03.12
- NH농협銀 "데이터기술로 고객마음 빨리 읽어야"2020.03.12
- KB국민은행 "지금 데이터 전략은 기본…추가해 차별화한다"2020.03.12
이상엽 빅데이터전략단장은 올해 열리는 데이터 거래소에 대한 자신의 견해도 제시했다. 그는 "은행의 데이터는 고객의 발자취이자 히스토리라고 본다"며 "발자취를 보고 우리가 어디로 갈 지 예측해야하는데, 데이터 거래소는 이런 발자취로 데이터를 자산화하고 비즈니스화하는 분야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 거래소의 수요자나 공급자로 은행의 역할을 한정짓기 보다는 은행 데이터를 핀테크에 활용하게 해 은행 고객들에게 팔 수 있는 플랫폼 형태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 단장은 "데이터 공급자로 많은 데이터를 팔아 큰 돈을 번다거나 다른 데이터를 사와서 결합해 새로운 모델을 만든다는 것 모두 어렵다"면서 "데이터를 결합해 큰 가치를 만들기에는 인력이나 창의성면이 부족하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그보다는 데이터를 우리가 만들어 놓고 그 데이터를 신선한 아이디어와 결합해 새 가치를 만든 핀테크들과 협업해, 핀테크가 만든 것을 은행 고객에 팔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