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이 데이터 분석 등에 탁월한 외부인재를 영입하는 등 '데이터가 이끌어가는 회사'로 바뀌기 위한 힘쓰고 있다. 수십년간 쌓여있던 데이터가 새로운 고객 확보와 수익성을 강화할 '무기'가 됐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에서 데이터로 변화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인 인물들을 직접 만나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신한은행 -김철기 빅데이터센터 본부장
② KB국민은행 -윤진수 데이터전략본부 전무(KB금융지주 데이터총괄책임자 겸임)
③ 우리은행
④ 하나금융지주
⑤ NH농협은행
⑥ 한국카카오은행
KB국민은행 윤진수 데이터전략본부 전무는 조심스러웠다. 부임한지 한 달 반 정도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추가전략을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윤 전무는 '데이터'가 갖고 올 데이터 파워에 확신을 갖고 있었다. 쓸 만한 데이터로가 업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과거 경험이 원천이다.
윤진수 전무는 현재를 "데이터 성숙기가 아니지만, 미리 데이터 전략을 구상했던 기업들과 최근부터 데이터를 활용하려는 기업이 나온 만큼 사이클이 변했다"며 "2013년부터 데이터 전략을 세워왔던 경험이 있어 모든 사이클을 한번씩 겪었다. 디지털 전환도 화두가 됐기 때문에 데이터 역할의 중요성은 더 부각됐다"고 진단했다.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별관 집무실에서 지난 22일 만난 윤진수 전무는 은행 현업 부서와 지속적인 소통, 장·단기 전략을 지속적으로 실천해 데이터로 의미있는 성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제조-유통 분리, 디지털 결합한 데이터…중요성 확신
윤진수 전무는 2013년 12월 삼성전자 조직 개편 때 신설된 빅데이터센터를 총괄하면서 데이터를 접하게 됐다. 그는 "3년 정도 집중해서 운영했는데 그 때 경험이 다른 곳을 가도 괜찮을 정도였다"며 "데이터를 제대로 할 기회가 온다면 쓸 만한 데이터를 보유한 회사로 통신사와 자동차, 금융사 등을 생각해봤다"고 운을 뗐다. 윤 전무는 데이터 전략 경험을 토대로 삼성SDS 데이터분석사업담당(상무)을 역임한 후 현대카드를 거쳐 올해 KB국민은행으로 왔다.
이어 그는 "과거 데이터 전략을 시도했던 곳에서 시행착오도 겪었고 회사의 눈높이도 현실적으로 맞춰졌다"며 "큰 주제로 디지털 전환이 나왔는데 결국 디지털은 데이터를 갖고 하는 것이다"며 현 상황을 설명했다. 디지털화하는 프로세스 역시 빅데이터를 토대로 해석하고 적용하는, 광의의 데이터 산업이라는 부연이다. 윤 전무는 "데이터가 있고, 현업의 협조와 주제가 있으면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며 "현업 직원들의 분위기, 경영진의 현실적인 판단이 아우러지고 있다"고 전했다.
윤진수 전무는 최근 금융업 환경이 제조와 유통으로 분리되는 시점에 '마이데이터'가 더욱 데이터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봤다. 그는 "리테일로 빗대어 표현하면 유통을 잡는 사람, 고객 접점을 갖는 사람이 힘을 낼 거고 제조업체는 유통에서 원하는 것을 공급하게 될 것"이라며 "금융권도 만드는 상품을 어떻게 고객에게 배달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이유"라고 전했다. 그는 "다른 데 가는 것보다 KB국민은행서 당신을 잘 알아니까 이런 좋은 상품을 해줄게 하는 것이고, 이 같은 마이데이터 산업은 고객을 잘 이해야하기 때문에 그 근간인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KB국민은행서 현업과 데이터 과제 해결
윤진수 전무는 KB국민은행 직원들의 데이터 저항감이 적다고 분석했다. 그는 "고객접점 면에서 보면 은행에서 하는 일은 대출을 하고 돈을 입금하고, 출금하는 것인데 이는 트랜젝션과 데이터를 발생한다"며 "늘 이런 환경에 있어선지 은행직원이 데이터를 핸들링하고 받아들이는 수용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토대로 윤 전무는 현업 부서의 사람들과 함께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개선할 수 있는 과제들을 처리하고 있다. 데이터분석 랩(Lab)에 현업 부서에서 온 매니저(RM·Relationship manager)들이 과제를 발굴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논의하는 것. 윤 전무의 집무실 칠판에는 부서와 부서가 제안한 과제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윤 전무는 "분석 랩에서 작년에 50개 정도 과제를 발굴했고 지난 4월에 리뷰하는 세션을 가졌다. 10시간 엑셀로 작업하는 것들을 1시간 만에 끝났다는 사례가 나왔다"며 "이는 프로세스가 디지털화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도 추가 과제를 발굴하고 있고, 중요한 일들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윤진수 전무는 차세대 전산시스템 '더케이프로젝트'를 거론하며, 데이터 부분에서는 '마케팅허브'를 내년 10월께 구축해 차별성을 더욱 꾀할 것이라고 했다. '셀프서비스 BI'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윤 전무는 "마케팅허브는 분석된 고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것까지 다 갖추고 있는 것으로 시의적절하게 마케팅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셀프서비스 BI를 통해 모든 행원들이 쉽게 데이터 분석할 수 있도록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데이터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으로
윤진수 전무는 장기적으로 세우는 전략에 대해서도 일부 공개했다. 윤 전무는 "데이터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이라는 미션도 갖고 있다. 과거 만든 전략을 보고 살려야할 것들, 변경해야 할 것들을 살펴보는 작업 중"이라며 "과거 짠 것은 기본적인 것이다. 빠져있는 영역을 채우고 인공지능을 총괄하는 관점에서 장·단기 과제,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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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무는 "예를 들어 자연어 처리라고 해보자. 아주 대표적으로 콜센터 상담 내용과 절차를 보고 피드백을 해야 한다"며 "이를 잘 이해하는 영역이 필요한데 외부 솔루션을 이용해야 하는지, 내부에 조직을 꾸려야 하는지 등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전략이 주효하다고 봤다. 윤 전무는 "데이터는 산업으로 봤을 때 성숙하지 않은 산업이라고 본다. 가야할 길도 많도 해야할 일도 많다"며 "언제 어디서 새로운 게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얘기고 잘 관찰해야 한다는 의미라 오픈 이노베이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전무는 "대형 SI회사만 협업하기 보다는 핀테크 분야와 마찬가지로 가능성 있는 솔루션을 가진 곳과 오픈 소스 등을 통해 데이터 쪽도 협업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