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이 데이터 분석 등에 탁월한 외부인재를 영입하는 등 '데이터가 이끌어가는 회사'로 바뀌기 위한 힘쓰고 있다. 수십년간 쌓여있던 데이터가 새로운 고객 확보와 수익성을 강화할 '무기'가 됐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에서 데이터로 변화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인 인물들을 직접 만나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신한은행 -김철기 빅데이터센터 본부장
② KB국민은행
③ 우리은행
④ 하나금융지주
⑤ NH농협은행
⑥ 한국카카오은행
지난 2일 서울 세종대로 부영빌딩에 위치한 신한은행 빅데이터 센터 집무실에서 만난 김철기 빅데이터센터 본부장에게 2년 여간의 근무 기간 동안 만든 성과 등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신한은행 김철기 빅데이터센터 본부장은 2017년 6월 1일 신한은행에 합류했다. 김철기 본부장은 빅데이터와 통계분석, 알고리즘 개발 전문가로,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15년 이상 근무해 금융과 기술을 모두 다룰 줄 아는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날 김철기 본부장은 "여느 금융사가 모두 '데이터가 이끄는 회사'로 가기 위해 분주하지만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략은 소통과 문화"라며 "데이터로 초미세 타깃을 영업점에 적시에 제공해 수익성을 올릴 수 있도록 좋은 모범사례를 많이 낼 것"이라고 말했다.
■ 인재·플랫폼, 신한은행의 차별화 포인트
김철기 본부장은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의 차별점으로 인재를 제일 먼저 꼽았다. 김 본부장은 "도메인 전문가, 분석 전문가, 플랫폼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신한은행에) 오기 전에 말했다"며 "전통적인 데이터웨어하우스(DW)를 다룰 줄 알면서도 하둡과 같은 오픈소스도 잘하는 인재를 뽑았으며 이들은 마이크로소프트, 삼성 등에서 일했던 직원들"이라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은행은 통신망이 분리돼야 해 일이 복잡했다. 파이선 등을 일반 PC에 설치한 뒤 라이브러리만 복사해서 USB에 넣고, 외부 반송 승인을 받아 USB를 갖고 나온 뒤 다른 PC에 넣고 작업하는 것을 반복했다"면서 "결국 영입한 직원들이 작업을 쉽게 할 수 있는 인공지능 플랫폼을 만들어 일하더라"며 직원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인재들이 만들어 낸 분석 플랫폼 역시 신한은행의 차별화된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문가용 통합 분석 플랫폼과 타 부서에서 쉽게 쓸 수 있는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이 있으며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올해 말까지 김철기 본부장은 '리얼타임(실시간)' 엔진 구축을 마칠 계획이다. 그는 "현재 아무리 실시간이라 하더라도 데이터가 데이터베이스에 쌓이고 규칙을 정하는데 시간이 걸려 몇 분정도 소요된다"며 "골드만삭스 같은 증권사는 100만분의 1초로 매매체결이 이뤄지는데, 거의 1초 수준의 실시간 엔진을 구축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 빅데이터센터 혹평…문화를 일궈야
그는 직장에 출근하자마자 한 영업점 지점장으로부터 들은 일화를 꺼냈다. 김 본부장은 "지점장이 식사 자리에서 비장하게 '신한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고 말하더라. 그래서 나도 '알고있다'고 답했다"며 "단기와 장기 전략을 세웠고 단기 전략으로 내부 인지도를 높이는 것으로 잡았다"고 밝혔다.
김철기 본부장은 "빅데이터 하려면 비싼 시스템을 크게 들여오면 된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분석이 우선이고 데이터를 쓰는 분위기가 무르익어야 한다"고 자신의 가치관을 제시했다. 이어 그는 "데이터를 써야겠다는 문화가 없는데 몇 천억원 되는 시스템을 들여오면 뭘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최전방인 영업점에서 우리가 제시한 것을 쓰느냐인데, 아무리 좋은 무기를 내려보냈는데 쓰려고 하니 불편해서 안쓰면 소용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같은 피드백을 얻고 영업점 간 원활한 소통을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센터를 도맡은 직후 컨설팅 회사를 통해 일단 빅데이터센터의 인지도와 개선점을 강구했다. 김 본부장은 "빅데이터센터가 뭐하는 데인지 모른다는 혹평이 나왔다"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조직을 애자일로 바꾸고 개인랩(Lab)에 영업점 부지점장으로 일했던 직원을 영입했다"고 설명했다.
영업점 부지점장은 그에게 '신의 한수'였다. 그는 "빅데이터를 1도 모르는 분이었는데 몇 주 지나니까 현업에서 데이터 분석이 필요했던 것들, 현장 업무 깊숙한 것들을 끄집어냈다"면서 "중소상공인 대상 대출 1년 전략에 연체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것도 데이터 분석을 통해 넣었고, 개인 대상 상품 교차 판매도 데이터 분석으로 전략을 짰다"고 말했다.
김철기 본부장은 기억에 남는 모범사례로 개인형 IRP(퇴직연금)를 꼽았다. 김 본부장은 "초미세로 타깃해서 적시적으로 줬더니 생각할 필요없이 그 고객들이 가입했다"며 "밖에서 얘기하는 '빅데이터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영업점에서 다양한 모범사례를 만들어달라고 얘기하더라"고 밝혔다. 현재 빅데이터센터에서 고객 군을 나눠 맞춤 상품을 추천, 상담센터에 전달하는데 가입율은 10% 가량이다. 김 본부장은 "엄청 많은 대중에게 던져서 5%가입하는 것보다 적은 모수에서 10%가입하는게 더 낫다"며 "구전 마케팅으로 파급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영업점 직원이 지나치게 바쁘다는 점, 데이터에 친숙하지 않은 문화가 조금 더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데이터 분석을 활용하는지, 왜 안하는지, 하면 어떤 점이 좋은지 피드백이 있어야 하고 그런 피드백도 내가 책임지고 관리하고 있다"며 "데이터를 정교하게 실시간으로 타깃해주고 좋은 모범사례로 데이터를 찾는 문화를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 더블 'AI'가 필요해
김철기 본부장은 데이터는 기술, 분석, 플랫폼 외에 하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로 '스토리 텔링'이다. 그는 "데이터 분석도 중요하지만 데이터를 통해 사람을 설득하는 일, 스토리 텔링이 있어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전환은 디지털 말고 사람에 대한 전환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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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마존을 디지털과 사람에 대한 전환이 잘 이뤄진 기업이라고 평했다. "'아마존'이 일부 회원을 대상으로 물건을 돌려보내지 않았는데도 환불 처리를 해준다. 신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인데, 얼마나 사람에게 감동을 주겠냐"며 "우리나라는 비대면으로 해 모든 지점이 없어지고 직원도 자를거라고 보는데 틀린 얘기다. 아마존도 결국 오프라인에 매장을 냈으며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방향으로 기술을 이용한다"고 지적했다.
김철기 본부장은 이런 의미에서 기술과 사람 냄새가 나는 영업점의 공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인공지능도 AI지만, 아날로그 인터페이스(Analog interface)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어 그는 "은행이 AI로 모든 것을 다 바꾼다는 것은 아닌 것 같고 AI를 통해 업무의 형태가 변할 것이며 지점도 지역과 타이밍에 맞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성을 분석해 운영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