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구현모號가 30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출항한다. 구현모 체제는 여러 측면에서 의미를 갖는다. 구현모 사장은 평사원으로 입사한 지 30여년 만에 CEO가 됐고 남중수 전 사장 이후 11년 만에 사내 출신이 KT를 진두지휘하게 됐다. 2009년 도입된 회장체제도 다시 사장체제로 복귀된다. 500만을 넘어선 5G 시대, 유료방송시장의 M&A,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이 무산된 케이뱅크에 대해 어떤 청사진을 내놓을 지도 업계의 관심사다. 여기에 코로나19로 폭락한 KT의 기업 가치를 어떻게 끌어올릴지 주목된다.[편집자주]
KT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마쳤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을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구현모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됨에 따른 기대감이 투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KT는 30일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제38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총은 시작 전부터 예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CEO를 비난하는 고성도, 입장을 위해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도 사라졌다.
지난해 주총 현장에서 황창규 전 CEO를 향해 비난을 쏟아냈던 KT 민주동지회 관계자는 “매년 주총장 앞에는 들어가기 위한 몸싸움이 있었는데 오늘은 그런 모습이 없다”며 “코로나19 때문인지 내부 출신으로 CEO에 선임된 구현모 사장에 대한 자신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예년과 달리 평화로운 모습”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텅 빈 주총장…전자투표제 도입 한 몫
실제로 주총 현장에는 평소보다 현저히 적은 인원이 참석했다. 주총이 시작되는 오전 9시가 다가왔지만, 주총이 열리는 KT 연구센터 입구는 한산했고, 주주 명부를 확인하는 대기석도 텅 비었다. 지정좌석제로 진행된 현장 곳곳에서는 빈 좌석이 눈에 띄었다.
참석 인원이 적었던 만큼 주총이 진행되는 내내 예년에 비해 큰 잡음은 없었다. KT 관계자는 “코로나19 등 영향으로 평소에 비해 상당히 줄어든 인원이 주총에 참석했다”며 “일부에서 고성을 지르는 등 소동은 있었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잠잠하게 지나간 편”이라고 설명했다.
잠잠한 주총에는 앞서 KT가 도입한 ‘전자투표제’도 역할을 했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직접 현장에 참석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안건별 의결권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KT는 지난 20일부터 29일까지 총 10일간 온라인으로 전자 투표를 진행해 주주들의 의견을 모았다.
전자투표제를 통해 의사를 표시한 주주와 현장에 참석한 주주 등 올해 주총에 의사를 표현한 주식의 총수는 1억5천60만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발생한 주식의 총수인 2억6천만주의 57% 수준이다.
박종욱 KT 경영기획부문장은 “KT는 특정 대주주가 아닌 일반 주주 모두가 함께 의사 결정하고 경영에 참여하는 국민기업”이라며 “이번 전자투표제 도입으로 주주를 비롯한 이해관계자와 신뢰를 강화해 기업가치 제고에 적극 나서겠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 잠잠한 주총 속…주주, ‘주가 부양’에 한목소리
CEO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줄었지만. 주주들은 주가 부양이 필요하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대표이사는 물론 사내·사외 이사진이 대거 교체된 만큼, 정체된 주가를 끌어올리는 주주 환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요구다.
주총 현장에서 발언권을 얻은 박원성 주주는 “지난해 실적을 보면 이렇게까지 망가진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 “이통 3사가 경쟁적으로 돈을 써서 가입자를 모집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수익성을 중심으로 경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인 투자자라고 밝힌 한 주주는 “대표 이사를 비롯해 신규 이사진이 선임된 만큼. 소액 주주가 신음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 주가를 올릴 방안을 찾아달라”며 “올해 이사진이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을 갖춘 분들인 만큼 기대감을 안고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현모 신임 대표에 대한 당부의 목소리도 나왔다. 최인규 주주는 “대기업에서 30년 넘게 한 회사를 다닌 분이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은 처음 봤다”며 “(회사에 오래 근무한 만큼) KT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리라 생각되는 만큼, 주주들의 소원인 주가를 반드시 올려줄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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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구현모 신임 대표는 자신을 비롯한 임직원 모두가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구현모 대표는 “지난해 12월 이사회에서 최종 후보 선정된 이후 다양한 내부 이해관계자 만나 의견을 들었고, 자본시장 참여자들과도 깊은 대화를 통해 주주들이 가진 우려와 기대를 실감할 수 있었다”며 “세계 경제 불안한 상황이지만, 저를 비롯한 KT 임직원은 기업가치 높이고 주주들의 기대에 부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