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평책. 조선 후기 영조는 끼리끼리 편을 갈라 무리 정치를 하는 붕당을 없애기 위해 이 같은 정책을 도입했다. 당파에 상관없이 능력 있는 인물들을 등용하는 정치 개혁을 했던 것. 하지만 절반의 성공만 거뒀다. 당파 간 이간질에 대를 이를 사도 세자를 뒤주에서 죽게 만들었기 때문.
하지만 할아버지 영조를 이은 정조의 탕평책은 큰 성공을 거뒀다. 젊은 인재를 모아 정치 개혁을 하고, 이를 실행하고 추진하기 위해 규장각을 만들기도 했다. 이런 여러 노력 끝에 정조 임금 시대에는 농업과 상공업이 발달했고 백성들의 삶도 윤택해졌다.
KT가 16일 조직개편 및 인사를 실시했다. 눈에 띠는 건 복수 사장 체제다. CEO 내정자인 구현모 사장이 불과 지난달까지 CEO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박윤영 부사장을 승진시켜 경영에 동참시켰다.
창의적이고 도전적 사업 추진으로 기업부문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두는데 중추적 역할을 했고 사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게 이유다. 실제, 지난달 KT의 지배구조위원회와 회장후보심사위원회에서 박 부사장은 이 같은 이유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아직 법적으로는 황창규 회장 체제이긴 하지만 실제 인사를 챙겼을 구현모 사장의 결단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CEO 선임 때마다 6만여명의 직원들이 후보별로 나뉘어 파벌 다툼까지 벌이는 상황에선 말이다.
또 눈에 들어오는 건 젊은 인력 발탁과 CEO 직속의 ‘미래가치TF’다. 변화와 혁신을 위해 고위직을 대폭 줄이는 대신 젊은 인력들을 대거 발탁해 민첩한 실무형 조직을 만들겠다는 게 구 사장의 구상이다. 또 미래를 위한 3대 핵심과제로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인재 육성, 사회적 가치, 고객발 자기혁신 등을 꼽고 CEO가 직접 챙기겠다고 공언했다.
그동안 KT는 외압에 흔들려 CEO가 바뀌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지만 새롭게 CEO가 선출되면 소위 물갈이 인사, 외부에서 영입된 임원들이 주요 보직을 차지하면서 임직원 간 갈등이 반복돼 왔다. 과거에 직원들 사이에 ‘올레KT’와 ‘원래KT’란 말이 회자됐을 정도다.
그런 점에서 경쟁자를 포용하고 내부의 젊은 인재를 등용해 혁신을 꾀하려고 한 이번 인사는 주목받을 만하다. 조선시대 탕평책이란 말이 떠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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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 한 해 정치권 로비란 이름으로 KT의 발목을 잡아 온 부정적 이미지 쇄신을 위해 ‘최고준법감시책임자(CCO)’를 선임하겠다고 밝힌 것도 환영할 만하다. KT는 비상설 조직인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를 상설화하고 이를 이끌어갈 CCO를 이사회 동의를 얻어 선임한다는 계획이다.
이제 KT는 국민기업임을 잊지 않고 스스로 밝힌 것처럼 젊은 조직으로 AI시대 디지털혁신을 주도하는 일에만 매진하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