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나이 젊어진 KT…생각과 문화도 바뀌길

임원 5명 중 1명이 50대...새로운 바람이 불어올까

기자수첩입력 :2020/01/16 17:03

“KT가 이런 걸 만들 수 있을 리가 없죠...”

지난해 봄이었다. KT가 1인 방송제작자를 육성하겠다며 오픈한 크리에이터팩토리를 방문했던 날, 현장에서 콘텐츠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중 요새 인기라던 소위 ‘병맛’ 영상을 하나 보게 됐다. 내용부터 영상 퀄리티까지 모두 병맛이었다. 기업 광고 의뢰를 받았지만, 작가가 소중한 휴일을 빼앗겼으니 광고를 할 듯 말 듯 시간을 끌며 담당자에게 복수하겠다는 내용의 영상. 대충 그린 듯한 그림과 온갖 비속어는 병맛스러움을 더했다.

하지만 보는 내내 미소가 지어졌다. 아니나 다를까 조회 수는 수백만 건에 이를 정도로 높았고, 덕분에 광고된 제품은 판매량이 늘었다고 한다.

영상을 권해준 크리에이터팩토리 담당자는 우리도 이런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나직이 “KT가 이런 걸 만들 수 있을 리가 없죠….”라고 답했고, 순간 자리에 있던 모두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모두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정말 KT는 이런 영상을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KT가 젊은 감각의 콘텐츠를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 배경에는 ‘젊지 않은 문화’가 있었다. 아무리 재기발랄한 콘텐츠를 제작해도 결국 윗선에 보고되는 동안 깎이고 깎여 평범하게 돼 버릴 것이란 확신. 그것이 KT에 번뜩임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였다.

기업의 임원은 책임을 지는 자리다. 수많은 경험과 성과가 그들을 임원에 오르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때때로 과거의 경험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게 있다. 10~20대 젊은 이용자와 연계될 때 특히 그렇다. 젊고 새로운 것과 늘 소통하지 않으면 과거의 훌륭한 경험은 낡은 마케팅, 낡은 상품, 낡은 콘텐츠로 낳게 될 가능성이 높다.

갑자기 수개월쯤 전에 일이 떠오른 이유는 KT의 2020년 임원인사 때문이다. KT는 차기 CEO 선임 문제로 미뤄뒀던 2020년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16일 발표했다. 64년생의 젊은 CEO 내정자에 맞게 올해 임원 인사의 키워드도 ‘젊음’에 맞춰졌다.

실제로 올해 KT 임원의 평균 연령은 52.1세로 나타났다. 지난해 임원 평균 연령이 52.9세였다는 점에 비하면 한 살가량 낮아진 셈이다. 특히 신규로 임원이 된 21명 중 27%를 1970년대생이 차지했다. 이로써 KT 임원은 5명 중 1명(22.5%)이 50세 이하로 꾸려지게 됐다. 임원이 젊어졌다는 것은 선택과 책임을 지는 ‘조직의 장’이 젊어졌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곧 조직이 젊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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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이가 한두 살 젊어졌다고 생각과 문화도 꼭 젊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조직 내 의지의 표현으로서는 의미가 있다. 젊어지자는 외침이 생각과 문화를 바꿀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젊음에 대한 추구는 변화와 혁신에 대한 의지다. 뭔가 '올드'한 KT에 젊고 싱싱한 새 바람이 불어올지도 모르겠다.

혹시 모르지 않나. 언젠가 유튜브를 보며 “이걸 KT가 만들었다고?” 하는 날이 올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