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공정거래위원회 대기업 집단 지정 과정에서 계열사 허위신고 의혹을 받았던 김범수 카카오 의장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이번 판결로 계열사 허위신고 이슈로 금융업 진출에 제 속도를 못 냈던 카카오는 오너 리스크를 말끔히 해소하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27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범수 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의장은 2016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자료를 제출하면서 계열사 5곳을 공정위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아왔다. 당시 공정위는 김 의장을 약식기소해 벌금 1억원의 약식명령을 했지만, 김 의장 측이 불복하면서 정식재판이 이뤄졌다. 관련 규정을 숙지하지 못한 담당 실무자의 실수였기 때문에 의도한 잘못이 아니란 게 회사 측 입장이었다.
무죄를 판결한 1심 재판부는 여러 이유 중 하나로 “계열사들의 영위 업종이나 규모, 사업형태 등을 살펴봤을 때 출자 및 채무보증 등 관계가 있을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 역시 김 의장이 허위의 지정자료가 제출된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고, 인식을 넘어 이런 사정을 용인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며 1심 판결(무죄)을 유지했다.
그러자 검찰은 상고심에서 공소장을 변경해 김범수 의장의 위임을 받은 대리인 카카오가 공정위에 허위 자료를 제출했고, 양벌규정에 따라 김 의장을 처벌해야 한다는 공소사실을 추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김범수 의장의 혐의 모두를 무죄로 판단했다. 카카오가 자료를 제출한 경위, 카카오에서 공정위에 자료 누락 사실을 알리고 공정위 답변에 따라 누락된 5개 회사에 대한 계열편입을 신청한 점 등을 볼 때 허위의 지정 자료를 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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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카카오는 계열사 허위신고 의혹을 받으면서 인터넷전문은행 최대주주 등극, 증권업 진출 등에 여러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김범수 의장이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음으로써 신규 사업 확장에 있어 걸림돌이 완전히 해소됐다. 카카오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1월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 최대주주로 올라섰으며,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페이가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함으로써 이달 초 증권업 진출에도 성공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국내 자산 총계가 10조원이 넘은 카카오를 대기업 집단에 포함시켰다. 또 김범수 의장을 총수(동일인)으로 지정했다. 당시 카카오는 자산총계가 총 10조6천억원으로, 자산총액 순위 32위인 대기업으로 기록됐다. 국내 IT 기업 중 대기업에 지정된 건 카카오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