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고, 규제완화 탓 아냐?...은성수 “사형 많다고 범죄 안 줄어”

유연한 규제 강조...부작용은 사력 다해 대비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020년 중점 추진 과제로 '혁신 금융'을 꼽으면서 경직적 규제를 적용하기 보다는 유연한 규제, 규제 밖의 플레이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규제 샌드박스)를 내실있게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최근 라임자산운용의 대규모 펀드 상환·환매 연기 사태부터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가 줄줄이 터지면서 지나친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가 '독이'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혁신 금융으로 금융 규제를 바꾸겠다고 했는데 늘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이나 악용하는 부분이 따라온다"면서 "원천적인 딜레마이자 책임"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악용하는 금융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강도높은 규제에 대해 은 위원장은 "사형을 많이 한다고 범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고 답변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19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금융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게 만든 '라임펀드사태'·'DLF사태'가 지나친 규제 완화서 기인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은성수 위원장은 "다 금지시키면 사고가 없는데, 이를 바라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P2P대출업체의 연체율 지적, 오픈뱅킹의 속도, 사모펀드 등 우리가 어디까지 할 거냐 어느 속도로 할거냐는 갖고 있는 고민"이라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혁신과 산업의 융·복합이 있는데 일단 나아가야 하지 않냐. 나아가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부작용과 악용하는 사람에게는 사력있게 대비를 하고, 좀더 고민을 당연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국회 본회의 문턱을 밟지 못한 금융소비자보호법에 포함된 금융사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나, 강력한 규제 적용에 대해선 '투 머치(Too much)'는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은성수 위원장은 "예컨대 사형을 많이 한다고 해서 범죄가 없어지느냐 이런것들도 논쟁이 있다"며 "죄에 합당한 처벌을 하는 것이 맞지 않냐는 논의도 나오는 것이니 처벌을 강화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고 감독을 잘 해야 하는 부분도 있으니 고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 구성을 개편해야 한다는 일부 여론에 대해 은성수 위원장은 전문성과 객관성을 담보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DLF와 관련해 금감원이 문책경고를 한 부분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위원회가 전문성도 있고 객관성도 있다고 해서 싫어할 사람은 없다. 다만 DLF 사태의 판정이 맘에 안드니 바꿔야 한다는 접근은 좋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의 거취 결정에 대해 "연임은 이사회가 판단할 일이고 주주 가치 제고 면에서 이사회가 했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손태승 회장 외에도 다른 모든 금융지주사 회장이나 은행장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은행이 (제재심 결과에 대한) 법적 대응에 대해선 코멘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한편,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코로나19와 관련해 "금융 시장 변동성이 클 것이다라고 생각했는데 걱정한 것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며 "일희일비하지 않고 긴 호흡을 갖고 모니터링하고 문제 시 준비한 컨틴전시 플랜을 시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