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더케이손해보험 지분 70%를 약 77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험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디지털화와 노령·퇴직자 고객을 위한 상품 포트폴리오 다양화, 실적 견인을 위해 은행계 금융지주사들이 보험 매물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17일 금융업계와 보험업계는 푸르덴셜생명·MG손해보험이 올해 내 매각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이 공식 확인해주진 않았지만 KB금융지주와 기타 사모펀드들이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지주가 롯데카드 매각처럼 IMM 사모펀드와 손을 잡고 인수에 참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실사 전 단계까지 매각 절차가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푸르덴셜생명의 2019년 6월말 기준 총자산이 20조1천938억원으로 생명보험사 24곳 중 11위,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인 지급 여력 비율도 505.1%로 높아 인수 참여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MG손해보험의 경우 권광석 우리은행장 내정자가 새마을금고 신용공제대표였다는 점, 디지털 손해보험사에 대한 업계 분위기를 감안해 우리금융지주가 인수전에 참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우리은행 측과 MG손해보험은 매각에 대해 부인했다. 우리은행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했다. MG손해보험은 "우리은행이 MG손해보험의 경영정상화 당시 대출을 해준 것이고, 증자 전환점에 있는 상황"이라며 "매각 가능성을 갖고 얘기하는 것이지 확정된 건 없다"고 답했다.
이밖에 산업은행과 사모펀드가 갖고 있는 KDB생명보험은 매각 리스트에 수 년 째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적절한 주인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안방보험그룹이 보유한 동양생명과 ABL생명도 잠재적 매물 리스트에 거론 중이다.
■ 보험 해약하는 판에 왜 보험사 사들이나
국내 경기가 다소 가라앉으면서 보험을 해약이 늘어나는 시점에 금융지주사들이 보험사를 사들이는 것에 대해 업계 간 의견은 엇갈린다.
생명보험사의 보험 해약 환급금은 2019년 1~11월 24조5천억원으로 2018년 1~11월 23조7천억원과 비교해 3.3% 증가했다. 손해보험사의 장기 해약 환급금은 2018년 3분기 8조7천억원에서 2019년 3분기 11% 증가한 9조6천억원으로 집계됐다. 보험 해약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살림이 팍팍해지면서 보험을 해약했다는 해석이 업계선 지배적이다.
특히 푸르덴셜생명은 현재보다 고금리 시절이었던 2000년 초반에 종신보험을 많이 판매했고, 20년 납기일이 다가옴에 따라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이 더 많아 단기적으로 손해가 될 수 있다는 평이다. 손해보험업도 주력 사업인 자동차 보험서 손해율이 증가해 보험료를 수 차례 올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에선 인수로 단기적으로 당기순이익과 총자산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A업체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나 삼성화재와 카카오가 손잡고 만드는 디지털 손해보험사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드는 대면(설계사) 채널을 없애고, 비대면 채널만 남겨 박리다매식 상품을 팔아 수익을 남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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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업체 관계자는 "인수 후에 신규 보험 영업이 없어도 이미 체결된 상품서 들어오는 수입보험료, 보험사의 자산이 금융지주사의 단기적 실적 개선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KB금융지주사 관계자는 "그룹의 포트폴리오에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사겠다는 것이 KB금융지주의 뜻"이라며 "2015년 LIG손해보험(현재 KB손해보험), 2016년 현대증권(현재 KB증권)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