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맡기고 가시면 출시 날 맞춰서 택배로 보내드려요.”
‘갤럭시S20 사전예약’이란 문구가 붙은 매장에 들어가 점원에게 예약 방법을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한 치 망설임도 없었다. 신분증을 맡기면 굳이 매장을 다시 찾지 않아도 정식 예약 절차를 거친 후 단말기와 신분증을 택배로 보내주겠다는 뜻이다.
18일 오전 서울 시내에 위치한 집단상가를 방문했다. 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방문객들이 눈에 띄었다. 하나 같이 점원의 설명을 들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고객을 끄덕이고 있었다.
한 점원은 “오전이라 사람이 없는 편”이라며 “오후 시간이 되면 더 많은 사람이 매장을 방문한다”고 말했다.
■ “신분증 맡기면 택배로 배송…무분별한 할인도 약속”
‘갤럭시S20 사전예약’ 문구가 붙은 매장은 듬성듬성 눈에 띄었다. 대략 5개 매장 건너 한 개 꼴로 사전예약에 대한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공식 사전 예약 D데이는 오는 20일. 아직 적극적인 안내에 나서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갤럭시S20을 예약할 수 있다고 안내한 매장 관계자는 공식 사전예약 기간이 시작되지 않았다고 강조한 뒤 2가지 방법이 있다고 소개했다.
첫째. 신분증을 맡기면 갤럭시S20 출시에 맞춰 택배로 단말기와 신분증을 보내 주는 방법.
둘째. 가예약 명단에 올려두고 출시일에 맞춰 매장을 방문하면 그 자리에서 개통해주는 방법.
매장 관계자는 “지금은 공식 사전예약 기간이 아니지만, 가예약에 이름을 올려도 사전예약 시와 동일한 사은품과 AS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단말기 출시 초기에는 물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가예약자는 원하는 색상과 기종을 먼저 개통해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말기 가격 할인에 주로 사용되는 보조금 규모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매장 관계자는 “아직 공시지원금 규모나 판매장려금이 공개되지 않아서 단말기 가격 할인에 대해선 확답하기 어렵다”며 “공식 예약이 시작된 후 정보가 공개되면 단말기 구매자가 부담할 실구매가격에 대해 안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매장에서는 갤럭시S20의 구체적인 가격에 대해서도 안내하고 있었다. ‘갤럭시S20 초특가 할인’이라는 문구가 붙은 매장을 방문해 실구매 가격에 대해 묻자 점원은 말없이 44000이라는 숫자가 적힌 계산기를 내밀었다. 카드 할인 등을 모두 포함해 월 할부금을 4만4천원으로 낮춰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24개월로 계산하면 실구매가는 105만6천원이다. 가격을 문의한 '갤럭시S20 울트라' 모델의 출고가는 159만5천원이다. 카드 할인을 포함해 약 50만원 가량 할인해주겠다는 제안이다. 문제는 갤럭시S20 시리즈의 공시지원금 등이 책정되지 않은 탓에 할인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 매장에 맡긴 신분증, 개인정보 샌다…편법적인 사전예약도 여전
방송통신위원회는 단말기 개통 시 신분증을 맡기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신분증을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해 방통위는 신분증 스캐너 운영 기준도 바꿨다. 하지만 효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앞서 방통위는 신규 단말기 출시 전 1주일과 출시 후 2주일을 신분증 스캐너 운영 예외 기간으로 설정, 이 기간 동안 신분증 스캔 파일을 개통에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당일 스캔한 신분증 정보만 개통에 활용할 수 있었다.
이는 단말기 출시일 혼란을 줄이고, 가입자의 신분증을 맡아두는 편법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공식적인 사전에약에 앞서 비공식적인 사전에약이 등장하면서 신분증 스캐너 운영에 예외 기간을 두는 개선책도 빛이 바래졌다.
이동통신 3사가 협의를 통해 정한 사전예약 기간이 무용해졌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앞서 국내 이통 3사는 지난 10일 새롭게 출시되는 스마트폰의 예약판매 기간을 제품 출시 전 일주일로 제한하는 내용의 ‘신규출시 단말기 예약가입 절차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일선 판매점에서는 여전히 가예약 형태로 공식 사전예약 전 비공식적인 사전예약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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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는 직영점이 아닌 집단상가에서 벌어지는 신분증 수집 및 가예약 등을 현실적으로 제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직영점의 경우 본사 차원에서 관리·감독 등이 가능하지만, 이통 3사의 단말기를 모두 취급하는 판매점의 경우 편법적인 영업을 파악하고 개선하기 어렵다”며 “아울러 그동안 유통망 활성화를 위해 비공식적인 사전예약이 관행처럼 이어져 온 만큼 큰 문제로 인식하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