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무부, 비트코인 세탁에 칼 뽑았다

비트코인 믹싱 사이트 운영자 구속기소...익명거래 자유 침해 논란도

컴퓨팅입력 :2020/02/14 17:10    수정: 2020/02/15 08:13

미국 법무부 연방검찰이 비트코인 거래 출처 확인을 어렵게 만들어 주는 믹싱 서비스 운영자를 구속기소했다. 범죄자들의 자금세탁을 도우면서 이득을 취한 혐의다. 법무부가 비트코인 믹싱 서비스에 직접 칼날을 겨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암호화폐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기소를 놓고 익명거래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지디넷 등 주요 IT전문 외신들은 비트코인 믹서 서비스 헬릭스(Helix) 운영자 래리 하몬이 구속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헬릭스는 다크웹을 통해 운영된 비트코인 믹싱 서비스로 2017년 운영을 종료했다. 비트코인 믹싱 서비스는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보낸 비트코인을 아주 작게 쪼개 수천 건의 트랜잭션을 일으켜 전송한 후 새로운 비트코인 주소들로 다시 합치는 방식으로 자금 출처 추적을 어렵게 만든다.

미국 법무부가 비트코인 믹싱 서비스 헬릭스 운영자를 구속기소했다.(사진=지디넷닷컴)

미국 법무부는 헬릭스가 범죄자금 세탁에 이용된 것으로 보고 구속기소를 결정했다. 법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법 집행 기관의 감시망에서 범죄 거래를 숨기는 것이 유일한 목적으로 운영된 사이트"라고 지적했다.

미국 법무부는 구속기소된 하몬이 그램스라는 마약 거래 다크웹 사이트 검색 엔진을 함께 운영해 왔다는 점, 또 헬릭스가 당시 최대 다크웹 불법 상품 마켓플레이스 알파베이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미국 법무부는 하몬이 '그램스'라는 마약 거래 검색 엔진 운영을 주업으로 해오고, 헬릭스를 그램스의 부가 서비스처럼 활용해 왔다고 봤다. 마약 구매자들이 정체를 숨기고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했다는 설명이다.

또, 헬릭스 이용이 늘어나면서 알파베이 등 다른 다크웹 사이트와 긴밀한 파트너 관계를 형성했다고 봤다. 당시 알파베이는 결제 수단으로 헬릭스를 추천했다. 알파베이는 2017년 7월 FBI 수사로 폐쇄됐다.

조사에 따르면 하몬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헬릭스를 운영하면서, 비트코인 35만개 이상을 세탁했다. 당시 시세로 3억 달러에 해당하고, 현재 가격으로 35억 달러에 이른다. 헬릭스는 비트코인 믹싱에 대해 건당 2.5%의 수수료를 챙겼다.

미국 법무부는 하몬에 징역형을 구형하는 것은 물론 비트코인 믹싱으로 얻은 불법자금으로 구입한 것으로 보이는 부동산에 대해 몰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 "익명성 강화 암호화폐 기술을 자금세탁 범죄 간주 우려"

미국 법무부가 비트코인 믹싱 서비스에 대해 칼을 빼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례로 암호화폐 거래 추적을 어렵게 만드는 기술 자체가 자금세탁 범죄로 간주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익명성을 강화한 암호화폐 거래가 꼭 자금세탁범죄에만 사용되는 건 아니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다양한 이유로 자신의 결제 정보를 익명으로 유지하고, 무엇을 구매했는지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을 권리가 있는데 익명성 강화된 암호화폐가 이런 프라이버시를 지켜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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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몬의 가족들도 "하몬이 더 나은 프라이버시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프라이버시권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트코인 코어 개발자 맷 코랄로는 트위터를 "믹싱 서비스(텀블러 서비스) 운영이 불법이라는 (법원 판결) 선례가 생기면 '종말의 서막'이 올랐다고 봐야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