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이용자 24억 명에 이르는 세계 최대 소셜 플랫폼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페이스북은 18일(현지시간) 암호화폐 '리브라' 출시 계획을 담은 백서를 공개했다. 페이스북은 백서를 공개하면서 리브라를 비트코인을 대체하는 주류 암호화폐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리브라는 과연 비트코인의 아성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백서를 토대로 리브라 코인의 기능과 강점, 한계 등을 짚어봤다.
■ 어디에 쓰나? 송금·결제에 쓴다!
페이스북은 백서에서 리브라를 '가치 변동성이 적은 코인'이라고 소개했다. 여러 외신을 비롯한 업계 전문가들이 리브라를 스테이블 코인(가치안정화 코인)으로 보는 이유다.
화폐가 가치 변동폭이 크면 실생활에서 결제 수단으로 쓰기 어렵다. 코인도 마찬가지다. 페이스북이 리브라를 스테이블 코인으로 만든 건 이런 점을 감안한 조치다. 백서대로라면 리브라는 가치 변동폭이 일반 법정화폐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부분은 암호화폐 시가총액 1위인 비트코인과 확연하게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비트코인이 막대한 시가총액에도 불구하고 투기와 투자 수단으로 머물러 있는 건 가치 변동성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리브라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예비금'을 비축할 계획이다. 예비금은 안정적이고 유동적인 실제 자산을 기반으로 한다. 실제 자산에는 중앙은행의 예치금과 정부 발행 유가증권 등이 포함된다.
페이스북은 "리브라의 가치는 예비금에 효과적으로 연동된다"고 밝혔다. 또 발행 화폐 가치만큼 예비금을 보유해 안정성 있게 유통될 수 있다는 게 페이스북의 주장이다.
페이스북은 사회적 데이터와 금융 데이터를 분리하기 위해 현재 자회사 '칼리브라'를 만들고 있다. 리브라는 칼리브라에서 내놓게 되는 디지털 지갑 또는 써드파티 지갑앱 을 통해 결제, 송금이 가능해질 예정이다.
■ 왜 발행하나? "새로운 수익모델 기대"
페이스북은 리브라가 "글로벌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간편한 형태의 화폐와 금융인프라를 제공해,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금융의 자유를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은 우선 전 세계에서 은행계좌가 없는 17억 명이 주타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 소외 계층인 17억 명 중 10억 명은 휴대폰을 갖고 있다. 또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사람도 5억 명에 이른다. 계좌는 없지만 휴대폰이나 인터넷은 쓸 수 있는 사람들이 1차 공략 대상이란 의미다.
또 페이스북은 "경제력이 약한 사람들이 금융서비스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힘들게 번 소득을 송금·결제·ATM 수수료로 지불하거나 단기 대출의 높은 이자를 갚는 방식으로 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 복잡하고, 비싼 금융 서비스를 쉽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블록체인을 이용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페이스북이 공식 입장이다.
물론 페이스북이 이런 주장을 내세우는 건 '암호화폐 발행'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의식한 것일 수도 있다. 기존 금융 시스템을 위협할 경우 곧바로 견제가 들어올 것을 감안한 설명일 수도 있단 의미다.
오히려 페이스북이 리브라 코인을 만든 진짜 이유는 최근의 행보에서 찾아볼 수도 있다. 페이스북은 최근 들어 뉴스피드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을 메신저 같은 개인간 소통 플랫폼 쪽으로 옮기는 데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결국 페이스북이 리브라 코인을 통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몇 년 사이 소셜네트워크의 수익 증가세가 둔화됨에 따라 페이스북이 광고 외에 돈을 벌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리브라가 잠재적으로 결제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테크크런치는 페이스북이 리브라 코인을 통해 은행계좌가 없는 17억 명의 사람들에게 대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온라인 신분 제공자가 되려 한다는 분석도 내놨다.
■ 강점은? 기존 금융 기업들과의 협력
페이스북은 암호화폐 프로젝트를 하면서 비영리단체인 리브라 협회를 구성했다. 리브라 협회에는 페이스북을 포함해 우버, 비자, 코인베이스, 이베이, 페이팔, 스포티파이 등 결제 업체부터 블록체인 기술 업체까지 총 27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각각 1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협회 회원들은 블록체인의 검증 노드 역할을 하며, 기금 조달, 보상 프로그램 등을 담당한다.
페이스북 블록체인 수장이자 칼리브라의 책임자인 데이비드 마커스는 협회에 기존 금융 업계 기업들이 참여함으로써 금융 서비스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스터카드와 비자가 가져다주는 가치 중 하나는 가맹점 인수를 돕고, 가맹점에게 리브라를 채택하게 하는 것"이라며 "이들의 참여가 리브라 코인을 유용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내년 리브라 정식 출시 전까지 리브라 협회에 100여 개의 기업이 회원으로 들어오도록 할 계획이다.
■ 한계는? 느린 트랜잭션 속도와 규제
페이스북이 리브라 코인 계획을 야심차게 발표하긴 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백서만 공개된 것일 뿐 아직 기술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 더 큰 문제는 각국의 규제를 제대로 수용하면서 어떻게 효과적인 시스템을 만들어낼 것이냐는 부분이다.
기술적 과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거래 속도를 높이는 부분이다. 페이스북은 "리브라 코인은 여전히 프로토타입 단계"라며 "리브라 블록체인이 처음 출시될 때 초당 1천 건의 트랜잭션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비해 비자는 현재 초당 2만 4천 건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다. 따라 당장 내년에 리브라 코인이 출시된다 해도 곧바로 시장에서 큰 반향을 몰고 오긴 힘든 상황이다.
각국의 규제 상황 역시 걸림돌로 꼽힌다. 각국의 규제 기관들은 리브라 코인이 자금 세탁과 테러리스트 자금 모집에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발행 백서를 내놓자마자, 미국 의회는 암호화폐 위험 요소에 대한 조사가 끝날 때까지 코인 발행 계획을 잠시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브루노 르메이어 프랑스 재무장관과 영국 잉글랜드 중앙은행의 마크 카니 총재도 리브라 코인에 우려를 나타내며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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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페이스북과 협회 회원들은 규제 당국과 여러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비규제조치 의견서(no-action letter)를 받진 못한 상태다.
결국 페이스북의 야심적인 프로젝트가 시장에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선 이런 한계들을 극복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비트코인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냐"는 또 다른 질문에 대해 답을 하는 것은 그 이후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