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스위치 불법개조에 몸살...갈길 먼 저작권 인식

커스텀펌웨어 설치 가능한 구형 기기 시세마저 높아져

디지털경제입력 :2020/02/05 11:55

설 연휴가 지나자 콘솔 게임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 오프라인 매장과 인터넷 쇼핑몰에 훈풍이 불고 있다. 설 연휴에 받아든 세뱃돈을 들고 게임을 구매하려는 저연령, 청소년의 발걸음이 이어지며 일시적으로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설 연휴 이후 첫 주말이었던 지난 1일과 2일 주요 콘솔 매장 등지에는 게임을 구매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콘솔 게임 타이틀의 중고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 네이버 카페에서도 게임을 사고 파는 게시물이 급격히 늘어나며 대목임을 실감케 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 불법으로 개조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거래하려는 사례도 덩달아 늘어나며 콘솔 업계에 근심이 드리우고 있다.

닌텐도 스위치.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서는 닌텐도스위치를 사고 파는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중 적지 않은 수가 불법 커스텀펌웨어를 설치한 기기들이다. 판매자들은 불법 커스텀펌웨어를 설치한 닌텐도스위치와 100여 개의 게임이 담긴 마이크로SD 카드를 한 묶음으로 약 40만원대 중반에 판매하고 있다.

용산 등지에서도 커스텀펌웨어가 설치된 제품 구매를 권하는 매장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닌텐도스위치를 통해 콘솔에 입문하는 경우가 많고 구매층 중 저연령대 이용자 비중도 높은 편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시작부터 콘솔 시장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진 이용자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닌텐도스위치 커스텀펌웨어가 얼마나 성행하고 있는지는 중고나라에 올라와 있는 구형 닌텐도스위치 구매와 판매글의 수가 크게 증가했다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현재 커스텀펌웨어는 2018년 7월 이전에 생산된 닌텐도스위치에만 설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적으로 이를 사들이는 이들도 나타났다. 대부분 커스텀펌웨어를 설치 하고 불법 복제 게임이 담긴 마이크로SD카드를 더해 웃돈을 얹어 다시 되팔려는 업자들이다.

커스텀펌웨어와 불법복제 게임 모두 무료로 손에 넣을 수 있다보니 사실상 아무런 자본을 들이지 않고 이득만 볼 수 있는 구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구형 기기가 신형 기기와 같은 값에 팔리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닌텐도스위치에 커스텀펌웨어를 설치하고 게임을 복제해 실행하는 행위는 엄연히 저작권법을 위반하는 행위다. 또한 커스텀펌웨어를 설치한 기기로 게임을 하다보면 기기와 계정 밴을 당할 수도 있다.

중고나라 등지에서 불법개조 하드웨어 거래가 성행 중이다.

실제로 닌텐도는 불법 용도로 쓰인 카트리지까지 이용정지 조치할 정도로 강력한 대응을 진행 중이다.

한국닌텐도 역시 국내 시장에 불법 커스텀펌웨어 문제가 부각되기 시작한 지난 2018년에 커스텀펌웨어 배포와 판매업자에 대한 기술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법적 조치까지 예고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정작 커스텀펌웨어 제품을 판매하는 이들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온라인플레이나 닌텐도e숍 이용을 포기하고 오프라인으로만 닌텐도스위치를 구동하면 기기 이용제한에서 사실상 자유롭다. 소프트웨어 밴과 하드웨어 밴 모두 온라인을 통해 이용자와 하드웨어 계정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판매자들은 단속을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다. 네이버 카페에서 개인과 개인의 거래는 적발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매장 판매자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커스텀펌웨어가 설치된 닌텐도스위치를 판매하는 업자 몇몇에게 단속이나 처벌이 신경쓰이지 않냐고 물어보자 지금까지 문제된 적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콘솔 업계는 이런 분위기가 콘솔 시장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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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콘솔 업체 관계자는 "이미 한국 콘솔 시장은 불법복제가 시장 성장에 얼마나 큰 악영향을 미치는지 경험한 바 있다. 플레이스테이션2와 엑스박스에 하드디스크 로더를 장착하는 식으로 기기를 개조하는 바람에 게임 타이틀 판매가 저하된 적도 있다.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이 불법 개조된 닌텐도DS를 버젓이 들고 나오던 것이 겨우 10여년 전 일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는 닌텐도스위치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콘솔을 이제 막 접한 어린 이용자들의 콘텐츠 저작권 인식이 흐려지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콘솔 시장 진입을 고려하는 국내 게임사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로 이어질까 걱정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