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날기 위해 필요한 단순한 막으로만 보였던 나비 날개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이뤄졌다.
나비 날개를 면밀히 조사한 결과, 나비 날개에 체액을 순환 시키는 펌프 기능이 있어 열을 식히고, 눈으로 보지 않아도 빛의 강도와 방향을 알 수 있는 감각 기관을 지녔다는 것이다.
네이처닷컴, 컬럼비아 대학 엔지니어링 뉴스 등에 따르면 컬럼비아 대학에서 응용 물리학을 연구 중인 Cheng-Chia Tsai 씨 등이 속한 연구 그룹과 하버드 대학 연구팀은 나비 날개의 비밀을 발견했다. 이들은 나비 날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적합한 온도의 중요한 생리학적 중요성을 확인했다. 또 구조적이고 행동적인 적응을 통해 날개 온도를 절묘하게 조절한다는 것도 찾아냈다.
연구진은 작은멋쟁이 나비와 2종의 부전나비의 날개 내부 구조를 조사한 결과 나비 날개에는 ‘살아있는 세포에서 형성된 감각 기관’이 존재했다.
컬럼비아 대학 엔지니어이자 물리학과 부교수인 Nanfang Yu는 “나비 날개는 본질적으로 나비가 햇빛의 강도와 방향을 정확하게 결정할 수 있는 벡터광 감지 패널”이라며 “나비는 눈을 사용하지 않고도 깃털을 사용해 태양의 강도와 방향을 정확히 감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개된 동영상에는 나비의 눈을 가린 상태로 한쪽에서 빛을 비춘 뒤, 접시를 돌려 나비 몸의 방향을 바꿔봤다. 그러자 나비는 곧바로 방향을 바꿔 원래 방향으로 돌아왔다.
또 나비 날개에는 감각 기관뿐 아니라 페로몬의 생성과 관련 있다고 알려진 ‘후각 패드’(Scent Pad)라는 기관과 체액의 순환을 담당하는 ‘깃털의 심장’(Wing Heart)이라는 기관도 발견됐다. 수컷 나비 날개에 있는 후각 패드는 혈구를 포함한 체액이 흐르고 있다. 후각 패드 부근에는 마치 펌프처럼 깃털 심장이 존재해 분당 수십 회 박동이 일어나 체액의 순환을 도왔다.
연구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나오미 피어스 씨는 “이번 발견은 나비의 날개는 불활성 막이 아니라 역동적이고 살아있는 구조를 가진 기관이라고 다시 정의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팀은 살아있는 세포는 적절한 온도 하에 있지 않으면 사멸한다는 관점에서 “나비 날개에는 온도를 조절하는 기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적외선 카메라를 사용해 나비 날개의 온도 분포를 조사했는데, 나비 날개의 생체 조직에서 방열이 일어나는 것이 확인됐다.
나비 날개에는 4종류의 구조로 이뤄져 있는데, 이 미세한 구조가 빠른 방열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효율적으로 열이 방출되는 덕분에 나비 날개의 ‘살아있는 부분’은 ‘단순 막 부분’에 비해 항상 온도가 낮은 상태로 유지됐다.
연구팀은 또 나비 날개를 사용해 빛의 방향을 감지하는 이유를 확인하고자, 나비 날개에 레이저를 맞추고 그 모습을 적외선 카메라로 관찰했다. 날개가 점점 가열되자 나비는 방향을 전환해 날개가 과열되지 않도록 했다. 또 나비 날개가 펼쳐진 상태에서 날개 부분에 레이저를 쐈더니 마치 열을 피하고 싶은 것처럼 깃털을 접었다. 이 밖에 뜨거워진 쪽 날개만 움직이거나, 약간 각도를 바꿔 과열을 막으려는 모습이 발견됐다. 이를 통해 날개가 감각 기관이란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날개 온도가 40도를 넘으면 조사 대상이 된 나비 모두가 날개의 과열을 방지하려는 행동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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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fang Yu 부교수는 “나비 날개에 있는 수많은 센서는 실시간 피드백을 통해 복잡한 비행 패턴을 가능하게 한다”며 “비행 역학의 근거뿐 아니라 통합된 감각 기계 시스템으로 설계된 나비 날개를 연구하면 복잡한 공기 역학적 조건에서도 높은 성능을 발휘하는 비행기의 날개를 개발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또 Cheng-Chia Tsai 씨는 “나비의 날개에서 볼 수 있는 나노 구조는 열을 방출하는 냉각재의 디자인에 영감을 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