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TSMC와 삼성전자가 3나노미터 공정기술을 두고, 파운드리 시장에서 전면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세계 2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삼성전자가 TSMC보다 먼저 극자외선 노광장비를 활용한 3나노미터 공정기술을 개발한 데 이어 국내외 팹리스(반도체 설계) 및 디자인 하우스(반도체 설계 서비스) 업체를 상대로 생태계 확장에 나서자 초미세공정 대결에 불이 붙은 것이다.
23일 NH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올해 반도체 시장은 극자외선 노광장비의 양산 적용이 늘어날 전망이라며, 특히 삼성전자가 가장 적극적으로 극자외선 노광장비를 활용한 반도체 생산에 나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부터 D램 공정에도 EUV(Extreme Ultra violet·극자외선) 노광장비 투입이 본격화되고 삼성전자는 1Znm(10나노미터 초반) 공정 일부 레이어에 EUV가 적용될 전망"이라며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1βnm(1베타나노미터) 공정에서 EUV를 적용할 계획으로 메모리 시장 EUV 적용 본격화가 팹 Fab(팹·생산시설) 투자금액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 피터 베닝크 ASML 대표 "올해 EUV 수요 성장 기대"
실제로 세계 유일의 극자외선 노광장비 생산업체인 ASML은 전날(22일) 실적발표에서 올해 극자외선 노광장비 시장이 전년보다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피터 베닝크 ASML 대표는 "지난해 4분기에만 8대의 EUV 장비를 고객사에 전달했고, 9대의 신규 EUV 장비 주문을 수주했다. 지난해 EUV 장비 수주액은 62억유로(약 8조78억원)에 달했다"며 "올해의 (실적) 성장은 EUV 수요와 고객사에 ASML 설비 기반 사업에 기인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에) 시스템 (반도체) 분야는 5G(5세대 이동통신)와 고성능 컴퓨팅 애플리케이션 성장을 기반으로 지속 성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ASML은 현재 삼성전자와 TSMC, SK하이닉스, SMIC(중국) 등에 극자외선 노광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전년(2018년도) 대비 44.44% 증가한 26대의 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이들 업체에 공급했다.
■ 3나노미터 공정엔 극자외선 노광장비가 필수
극자외선 노광장비는 3나노미터(nanometer·nm) 공정을 기반으로 한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장비다. 이는 10nm(1nm=10억분의 1미터) 이하의 초미세공정부터는 기존 불화아르곤 액침(Argon Fluoride immersion) 노광장비의 생산효율이 크게 떨어져 수익성이 없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에 올해 삼성전자와 TSMC가 3나노미터 공정기술의 리더쉽을 차지하기 위해 극자외선 노광장비 구매와 이에 기반한 7나노미터, 5나노미터 양산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IT전문매체 기즈차이나에 따르면 TSMC는 이미 이 같은 미세공정 전략을 공식화한 상태다. TSMC는 올해 총 160억달러(약 18조6천480억원)를 투자해 7나노미터, 5나노미터, 3나노미터의 공정기술을 확보하고, 오는 4월 북미에서 열리는 기술 심포지엄에서 극자외선 노광장비를 활용한 3나노미터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반도체 업계의 전망도 비슷하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TSMC를 추격하기 위해 극자외선 노광장비를 활용한 7나노미터 공정을 도입(양산)함에 따라 미세공정 기술이 파운드리 시장의 핵심 경쟁요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TSMC가 극자외선 노광장비 기반의 5나노미터 공정을 도입(양산)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삼성전자가 이보다 미세화된 4나노미터 공정을 도입(양산)하면서 파운드리 시장 1, 2위를 두고 양사의 수주 대결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7nm 공정에 EUV 장비를 사용 중이고, 퀄컴의 5G SoC(시스템온칩) 스냅드래곤 765 생산에 EUV 장비가 투입될 계획"이라며 "퀄컴은 EUV를 활용한 낮은 생산 원가를 토대로 경쟁사 미디어텍의 주력인 저가 시장에 공격적으로 침투 중이다. TSMC도 7nm+ 공정에 EUV를 적용, 올해 상반기 양산 예정인 5nm 공정에 EUV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초미세공정 대결은 국내 소재·부품·장비 업체에도 이득
삼성전자와 TSMC의 이 같은 초미세공정 경쟁은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일본 정부가 극자외선 노광공정에 사용되는 감광제(포토레지스트)를 수출규제 품목에 포함시키면서 국내 기업들이 이와 관련된 관련 소재·부품·장비를 국산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같은 소재·부품·장비는 해외에서 조달하는 것보다 국내에서 이를 조달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훨씬 유리한 만큼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확대도 많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미국의 화학소재 업체 듀폰은 올해 초 충남 천안에 극자외선 노광장비에 사용되는 감광제를 생산하는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감광제의 주요 재료인 광개시제(경인양행)와 초미세공정에서 웨이퍼(반도체의 원재료)의 불순물을 제거하는데 사용되는 고순도 불화수소(솔브레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이상 유무를 검사하는데 사용되는 집적회로 소켓(리노공업) 등이 수혜를 볼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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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TSMC는 2019년 4분기 역사적 최대 실적(매출 3천172억대만달러, 영업이익 1천160억대만달러)을 기록했는데 2020년 이익 가이던스도 상향 조정했다"며 "특히 최선단 노드(초미세공정)에서 파운드리 공급 부족이 발생할 정도로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절반이 넘는 52.7%의 점유율로 1위를, 삼성전자는 17.8%의 점유율로 2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