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지주, 조용병 회장 리스크 일단락...법정 구속 피했다

연임 가능하지만 채용비리는 진행형…항소 의지 전해

금융입력 :2020/01/22 14:03    수정: 2020/01/23 10:07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이 채용 비리와 관련해 법정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하지만 재판 결과에 항소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채용 비리 관련 리스크가 계속 따라다닐 것으로 보인다.

22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신한은행 채용 비리 혐의 재판 후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이 말하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22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형사합의 11부(부장 손주철) 심리로 열린 신한은행 신입 행원 채용 비리 결심 선고에서, 재판부는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에 대해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 연임 가능하지만, 채용 비리 '꼬리표' 리스크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단독 추대된 조용병 회장의 연임은 가능하게 됐다. 2019년 12월 13일 열린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 이만우 회추위원장은, 조용병 회장이 법정 구속을 받을 경우, '회장 유고' 시로 보고 새로운 회장을 뽑겠다고 말한 바 있다.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별 이변이 없는 한 2023년까지 신한지주 회장을 맡게 된다. 그러나 조용병 회장은 재판 결과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며, 항소 의지를 전하면서 연임 기간 내내 채용 비리와 관련한 법적 리스크를 안고 갈 것으로 관측된다.

조용병 회장은 1심 선고 직후 "결과는 아쉽다. 공소 사실에 대해 재판 45차에 걸쳐 하면서 많은 소명을 했는데도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 같다"며 "항소를 통해서 다시 한번 공정한 법의 심판을 받고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재판부, 조 회장에 '업무방해' 위반

조용병 회장은 그간 재판 과정서 신한은행장 시절 이 같은 채용 비리에 가담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신한은행은 사기업인만큼 내규를 통해 채용 절차를 진행한다는 점도 강조해왔다.

이날 심리를 맡은 서울동부지법 손주철 형사합의 11부 부장은 "사기업은 원칙적으로 신입 행원 채용 규모와 방식, 조건 등을 결정할 수 있지만, 내부 규준은 관련 법령을 준수해야 한다"며 "신한은행이 (채용) 단계를 구분하고 면접위원들에게 맡긴 것은 신한은행이 내외부의 방해를 받지 않고 지원자를 평가하도록 해 공정한 결과를 내는 것이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신한은행은 내외부 인사로부터 지원자를 추천받는다든가 인적관계를 고려하겠다고 공지한 바가 없으며, 내외부 인사와의 관계가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데 반영하는 것은 절차적 공정성을 해친다"고 설명했다.

조용병 회장과 연관해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재판부는 "조용병 회장은 신한은행장으로 신입 행원 채용을 총괄하면서 인사부에 특정 지원자의 인적 관계를 알렸다. 인사부에 해당 지원자에 대해 명시적인 지시를 하지 않았더라도 신한은행 최고 책임자인 피고인이 인사부에만 알렸다는 점만으로 채용 적격성을 해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특이자나 임직원 자녀 명단을 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조용병 회장이 알고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관행 개선보다 가담했다는 점에서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전했다.

다만 재판부는 조용병 회장에 대해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인사부에 특정 지원자를 구체적으로 지시한 것으론 보이지 않고 불이익을 받은 다른 지원자가 없다는 점에서 피고인에 유리한 면으로 정상참작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세종대로 신한금융지주 사옥. (사진=지디넷코리아)

업무방해 위반 혐의에 관해 재판부는 ▲1,2차 면접위원들에게 위임한 업무가 보호받지 못한 점 ▲면접위원에게 귀속된 독립 업무임에도 특이자와 임직원 자녀를 명단에 올려 적합한 응시자인 것처럼 면접위원을 오인하고 착각하게 한 점 등 때문에 성립된다고 밝혔다.

■ 남녀평등고용법 위반 혐의는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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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재판부는 남녀 성비를 맞추기 위해 여성 지원자를 떨어뜨렸다는 남녀평등고용 등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손주철 부장은 "신한은행이 면접 점수를 여성 지원자에게 불리하게 일관적으로 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며 "조사된 증거만으로는 채용에서 남녀를 차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재판을 받은 인사담당 부행장 A씨, 채용과장 B씨, 채용팀장 C씨, 인사팀 과장 D씨 등도 징역과 집행유예, 벌금형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