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방사성 폐기물로 5700년 쓰는 전지 만든다

英 브리스톨 대학 ‘다이아몬드 전지’ 연구개발 진전

과학입력 :2020/01/22 10:04

원자력 발전 등으로 발생한 방사성 폐기물은 계속 해로운 방사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런 방사성 폐기물을 전지로 재활용하는 ‘다이아몬드 전지’ 연구가 진행되고, 연구 단계를 넘어 일부 진척이 있어 주목된다.

테크엑스플로어, 기가진 등 외신에 따르면 원자력 에너지를 이용한 원자력 발전은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이 적도 화력 발전 등과 비교했을 때 깨끗한 발전 방법이다. 하지만 발전 후 남은 방사성 폐기물 처리가 문제다. 태평양 상에 위치한 마셜 제도 공화국 루닛섬(Runit Island)에는 냉전 중 미국이 남긴 방사성 폐기물이 남아있어 플루토늄이 노출될 위험성이 지적되고 있다.

이 가운데 영국 브리스톨 대학교 연구팀은 핵 폐기물을 이용해서 전기를 생성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2016년에 처음 발표됐던 이 기술은 방사선을 날려 물체 근처에 두면 전하(전기 현상을 일으키는 물질의 물리적 성질)를 생성하는 ‘인공 다이아몬드’를 전지로 사용하는 개념이다.

연구를 이끌고 있는 톰 스콧 교수는 인공 다이아몬드와 방사성 폐기물을 이용한 발전 시스템에 대해 “배출물도 없고 유지보수가 불필요하다”면서 “방사성 물질을 다이아몬드에 캡슐화할 뿐 아니라, 방사성 폐기물의 장기적인 문제를 원자력 전지와 청정에너지의 장기 공급으로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연구팀은 니켈 방사성 동위 원소인 니켈 63을 방사선원으로 한 다이아몬드 전지의 프로토타입을 작성, 실증 작업까지 진행했다. 그 후 연구팀은 다이아몬드 전지의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탄소의 방사성 동위 원소인 탄소 14를 이용한 다이아몬드 전지를 개발했다. 탄소 14는 원자력 발전 감속재로 사용된 흑연에서 추출 가능하다. 사용된 흑연에서 탄소 14를 추출하면 방사능이 저하되고 방사성 폐기물의 보관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

연구팀은 탄소 14를 다이아몬드 전지에 이용한 것에 대해 “탄소 14는 단거리 방사선을 방출하는데, 이는 모든 고체 재료로 빠르게 흡수된다”면서 “인간이 섭취하거나 피부에 접촉하면 위험하지만, 다이아몬드 속에서 유지되고 있으면 단거리 방사선이 밖으로 달아나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방사성 폐기물을 이용한 다이아몬드 전지는 기존 전지와 비교했을 때 저전력이지만 수명이 매우 길다는 장점이 있다. 탄소 14를 이용한 다이아몬드 전지가 수명의 50%를 소모하려면 5730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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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씨는 “이들 전지는 교환, 충전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사용되는 것을 상정하고 있다”면서 “저전력이지만 긴 수명의 전지가 필요한 페이스 메이커(심장의 기능이 정지했을 때 인공적으로 자극 펄스를 주기 위해 사용하는 전자 장치)나 위성과 같은 전자기기에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1989년 운행이 정지돼 폐기 조치가 시행될 버클리 원자력 발전소 방사성 폐기물을 재활용하고, 다이아몬드 전지를 만드는 것을 계획 중이다. 최종 목표는 흑연 추출하는 거점을 옛 원자력 발전소 인근에 건설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