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 자료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특검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재판부는 관련 사안에 대한 재검토를 거쳐 추후 고지할 예정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4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이날 "특검이 신청한 증거 중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증거인멸 등 다른 사건 증거들은 채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검 "사건 핵심은 승계작업" vs 李 "파기환송심 쟁점 벗어나"
앞서 특검은 지난해 11월 1차 공판 당시 검찰 수사중인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본안과 관련해 증거신청을 하기로 했다. 특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에 유리한 합병 비율을 위해 삼성바이오 회계를 조작했다고 보고, 이 부회장 승계 작업과 관련한 청탁 대상으로 개별 현안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계획이었다.
특검은 "이 사건의 핵심은 승계작업"이라며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승계작업이 통상 승계와 동일하거나 더 나아가 기업의 일반 현안과 다를 바가 없다고 의도적으로 왜곡했다. 그걸 근거로 관련 없다고 주장했는데 승계작업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게 우리 측은 당연히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재용 부회장 이익을 두고 제일모직 주가를 높이고 삼성물산 기업가치를 낮추려고 어떤 행위를 했는지 입증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정상적이고 공정한 승계작업과 오너 이익 극대화를 위해 매우 불공정하고 무리하게 진행된 승계작업을 비교하면 그 죄질은 차이가 난다"고 덧붙였다.
이에 변호인은 "합병비율 불공정성과 (삼바) 분식회계는 파기환송심 쟁점 또는 심리 대상이 아니다. 공소사실 범위를 벗어나 양형사유가 될 수 없어 대법 판결 취지에 반한다고 본다"며 "증거조사 시작되면 (삼바 관련) 모든 증거와 쟁점이 심리대상이 돼 재판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재판부, 이재용 측 손 들어줘..."개별현안 증거 채택 필요없어"
이와 관련 재판부는 논의 끝에 "대법원의 파기환송심 취지에 따르면 승계작업 일환으로 이뤄지는 개별 현안과 구체적 대가관계를 특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증거로 채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특검의 증거 신청을 기각했다.
이어 "추가 증거조사도 사실 인정이나 양형 측면에서 모두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다"며 "다른 사건에서 선고된 판결문을 참고자료로 제출할 수 있지만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그 사건에 제출된 증거까지 이 재판에서 심리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날 공판에는 증인으로 채택됐던 손경식 CJ 회장은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이 부회장 측은 이에 손경식 회장을 비롯해 김화진 서울대 법대 교수와 미국 코닝사의 웬델 윅스 회장에 대한 증인 신청을 모두 철회했다.
변호인단은 "경제계 원로로서 대통령과 기업의 관계를 증언하기에 최적이라 생각했지만, 불출석 사유서를 보면 본인 출석 여부가 이슈화되는 데 대해 상당한 부담감을 느낀 것 같다”며 "대통령 사건 1심에서 증언한 녹취록을 입수해 이를 제출하고 증인신청을 철회하겠다"고 말했다.
■준법감시위 실효성 평가 위한 '전문심리위원단' 구성
재판부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적 운영 여부를 평가하기 위한 3명의 전문심리위원단을 구성할 계획이다. 삼성은 이달 준법·윤리경영을 위한 자구책으로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준법감시위를 구성, 이는 내달 초 출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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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삼성 약속이 제대로 시행되는지 엄격하게 점검하기 위해 재판부가 아닌 중립적 제 3자로 하여금 준법감시 실효 운영 여부를 평가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은 "재벌체제 혁신 없는 준법감시 제도, 그리고 위원 선정에 반대해 협조할 생각이 없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오는 2월 14일 오후 2시5분 같은 법정에서 공판 준비기일을 연다. 이 자리에서 전문심리위원을 최종 지정해 위원단 구성을 마무리하고, 점검하고 평가할 구체적 사항에 대해서 이 부회장 측과 특검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