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태 관련 파기환송심 네 번째 공판에 출석했다. 삼성이 이날 공판을 앞두고 마련한 '준법감시책'이 재판부에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주목된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17일 오후 2시 5분부터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 5명에 대한 파기환송심 4차 공판기일을 진행한다. 이번 재판은 지난 달 6일 파기환송심 3차 공판에 이어 약 한 달 반 만에 다시 열렸다.
이날 재판에서 삼성 측은 재판부에 준법경영 의지를 강조하고 양형을 낮추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앞서 "대법원 판결에 대해 유무죄 판단을 다투기보다 주료 양형에 관해 변소하겠다"며 뇌물 혐의 무죄 입증보다 양형에 집중할 것이라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1시29분께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에 도착했다. 이 부회장은 '준법감시위 출범이 감형수단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 '준법감시위에 승계 관련 자료 제출했는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법정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이날 공판에서 재판부 요구에 따라 마련한 준법감시위원회 등 준법경영 의지를 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달 6일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의 강요에 의해 수동적으로 대응한 것이라는 삼성 측의 주장에 대해 '향후 정치 권력자로부터 똑같은 요구를 받았을 경우 적절한 대응책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삼성 측은 4차 공판기일을 앞두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구성했다. 준법감시위는 이달 삼성 7개 계열사와 협약을 체결, 이사회 결의를 거쳐 2월 초 출범할 전망이다. 김지형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은 외부 기구로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이재용 부회장도 준법감시위 독립성과 자율성에 대해 확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삼성이 마련한 '준법감시책'에 대한 진의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준법감시위가 단순히 이 부회장에 대한 양형을 낮추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점이 입증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도 삼성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진의에 대한 불신을 넘어서는 것은 삼성과 위원회의 몫이 될 것"이라며 준법감시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구비하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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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4차 공판에 증인으로 채택됐던 손경식 CJ 회장은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 부회장 측은 지난 공판에서 승마 지원이 강요에 의한 '수동적 뇌물공여'였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손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손 회장은 2018년 1월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1심에서 이미경 CJ 부회장의 퇴진압박을 받았다는 취지의 증언을 한 바 있다.
한편, 지난해 8월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삼성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 씨에게 제공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과 마필 구매비 34억원 등을 뇌물로 판단하고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의 원심을 깨고 파기환송했다. 이에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액은 기존 36억원에서 86억원으로 늘어나면서 형량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