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CJ오쇼핑 방송법 규정 지켜야

판매방송서 반복된 드라마 노출로 시청자 현혹

기자수첩입력 :2020/01/09 11:16    수정: 2020/01/09 16:36

콘텐츠와 커머스를 결합한 미디어커머스 시장이 커졌지만, 홈쇼핑 방송에서 시청자들을 현혹시킬 수 있는 도 넘은 광고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판매 방송에서 계열사의 드라마를 지나치게 노출시킨 CJ오쇼핑이 대표 사례 중 하나다.

지난해 9월 상품소개·판매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 제18조(방송 및 보도내용 인용)1조가 개정되면서 홈쇼핑업계가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규정은 홈쇼핑에서 상품을 판매할 때 방송이나 언론사의 보도내용을 인용할 경우, 특정 방송사업자명이나 프로그램을 부각시켜 시청자의 구매를 유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골자다.

예를 들어 "OO뉴스 보도를 보면, 이 제품이 좋다고 하더라", "드라마 OO에서 OO배우가 입고 나온 바로 그 옷이다"라는 등 직접 인용을 지양해 소비자의 판단을 흐리지 말라는 뜻이다.

나아가 9월 23일 제18조 1항이 개정 되면서 '방송영상을 반복적으로 사용하지 말라’는 내용도 추가됐다.

쇼호스트가 직접적으로 프로그램명을 언급하는 것도 문제가 되지만, 반복적으로 나오는 방송영상을 보고 소비자가 쉽게 현혹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 동안 논란이 된 종편과 홈쇼핑의 연계편성(홈쇼핑 방송에서 판매중인 상품과 동일한 상품을 유사한 시간대의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에 협찬해 소개하는 행위)을 경계하자는 의미도 포함됐다.

그런데 이 규정이 개정된 지 한 달이 지난 10월 25일. CJ오쇼핑은 보란 듯 규정을 위반하는 방송을 했다.

CJ오쇼핑이 판매한 델루나 호텔 침구세트 (사진=CJ오쇼핑 유튜브)

판매한 상품 이름은 '까사리빙 델루나 호텔식 룸셋'. 계열사인 CJ E&M의 채널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 PPL(간접광고)이었던 침구 세트다.

CJ오쇼핑은 드라마의 콘셉트에 맞게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해당 상품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CJ오쇼핑과 CJ E&M이 합병하면서 수차례 강조했던 '미디어커머스'를 위해서다.

그동안 CJ오쇼핑은 ‘미스터션샤인’, ‘스페인하숙’ 등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나 예능과도 미디어커머스를 접목해 자사 인터넷몰과 홈쇼핑에서 판매했다.

즉, 드라마나 예능이 만들어지는 단계서부터 상품을 어떻게 콘텐츠에 녹이고, 또 판매를 할지 고민한다는 얘기다.

콘텐츠와 커머스를 결합하는 이 같은 방식이 결코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방송법에 ‘홈쇼핑에서는 방송프로그램 내용을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영상을 반복적으로 사용하지 말라’고 규정했다는 점이다.

CJ오쇼핑은 이 규정을 어겨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제재 ‘주의’를 받았다. 방심위에서는 CJ오쇼핑의 규정 위반은 중하게 봤지만, 첫 번째 위반 사례라는 이유로 약한 제재 수위인 ‘주의’로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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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오쇼핑은 상품을 판매하면서 드라마 영상을 3회 노출했다. 판매한 상품명에는 아예 드라마 이름이 들어가 있었다. 판매방송에는 드라마 방송 콘셉트를 그대로 적용했고, 방송 BGM 또한 ‘호텔 델루나’ OST를 이용했다. 쇼호스트는 방송 초반 드라마 '호텔 델루나'를 언급한 후, 계속 '그 드라마', '그 주인공' 이라고 소비자가 드라마를 떠올리도록 노골적으로 유도했다.

대부분의 방심위원들은 해당 안건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고, 앞으로도 홈쇼핑 방송을 주의 깊게 살펴보겠다고 했다. CJ오쇼핑도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방송사임을 망각하지 말고, 심의 규정을 지키도록 좀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