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레이싱 대회를 열어야 할 ‘포뮬러 E 코리아’가 최근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대회의 본질인 전기차 설명 대신 케이팝(K-POP) 홍보에만 매진한데 이어, 포뮬러 E 코리아를 이끌었던 윤은기 대표이사가 사임하는 등 리더십 부재 우려를 낳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포뮬러 E 코리아가 내년 5월 서울 잠실 대회를 앞두고, 좀 더 체계화된 운영방안을 내세우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 19일 방탄소년단의 포뮬러 E 글로벌 홍보대사 선정 소식만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과 방탄소년단의 새해 영상만 전한 것이 전부다.
포뮬러 E 코리아는 지디넷코리아의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리더십 교체 사유와 향후 운영방안을 정했다.
포뮬러 E 코리아 관계자는 31일 지디넷코리아 서면 답변을 통해 “윤은기 대표이사는 개인 일신상의 이유로 지난 7월 사임했다”며 “현재 포뮬러 E 코리아는 관련 전문 인력을 보강해 오는 5월 포뮬러 E 의 성공적인 주최를 위해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우리가 지켜봐야 할 것은 윤은기 전 포뮬러 E 코리아 대표이사의 사임 시기다.
신라호텔에서 열린 포뮬러 E 코리아 기자간담회 날짜는 지난 7월 2일이다. 당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윤은기 대표이사는 별도 인사말을 전하지 않았지만, 알레한드로 아각 포뮬러 E 회장과 함께 대회 성공 개최를 위한 별도 협약식을 진행했다. 게다가 기자간담회에 배치된 ‘Gen2’ 전기 레이싱카 앞에서 엄지척을 올리며 환하게 사진촬영도 진행했다.
우리나라 업체 또는 단쳬 관례 상 타 단체 또는 기업과 협약식을 진행한 후 한 달 이내에 사임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윤은기 대표이사가 협약식을 진행하고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사임한 것은 내부적으로 조직 운영이 순탄치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포뮬러 E 코리아도 대회 운영에 필요한 대표이사 교체 소식을 제 때 미디어나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현재 포뮬러 E 코리아 대표이사직은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업체 JSM 홀딩스를 이끄는 문재식 회장이 맡고 있다. 포뮬러 E 코리아 관계자는 “문재식 회장은 대표 이사로서 모든 업무를 진두 지휘하고 있다”고 밝혔다. JSM 홀딩스 뿐만 아니라 포뮬러 E 코리아 운영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문재식 회장은 지난해 포뮬러 E 측과 함께 서울 남산에서 대회 운영에 필요한 조인식에 참석한 바 있다. 이후 포뮬러 E 관련 보도자료에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최근 배포된 방탄소년단 글로벌 홍보대사 보도자료에 자신이 대표이사라는 점을 표기되면서 외부와의 소통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더 우려되는 것은 문재식 회장의 경력이다. 아직 대외적으로 문 회장이 자동차와 전기차 레이싱 업계에 대한 경력이 풍부한지 알려지지 않았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포뮬러 E 코리아는 방탄소년단 효과로 대회 흥행이 이뤄질 것으로 믿고 있다.
포뮬러 E 코리아는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30초분량의 방탄소년단의 포뮬러 E 새해인사 영상을 공개했다.
방탄소년단은 30초 영상에서 새해인사와 함께 대회 날짜와 기대 등만 밝혔다. 서울 잠실운동장 일대에서 열리는 대회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포뮬러 E 코리아는 성공을 확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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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관계자는 “케이팝을 전략적으로 내세운 건 모터스포츠가 완전히 정착하지 않은 한국 시장 상황 및 일본, 중국 관광객 유치를 통한 경제적 효과를 함께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며, 잠실에서 열리는 대회라는 점을 감안할 때 케이팝 팬들이 자연스럽게 모터스포츠를 접하게 만드는 기회도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포뮬러 E 코리아 관계자는 대회 관련 전기차 산업 업체들의 홍보 부스를 마련하기 위한 준비 중에 있으며, 전기차 관련 포럼 또한 계획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운영방향은 전하지 못했다. 지금부터라도 글로벌 전기차 업계와 레이싱 선수들이 우리나라에 모여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포뮬러 E 코리아의 숙제다. 방탄소년단은 대회의 구세주가 될 수 없다.